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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예식을 여러 번 집례했고, 참석하기도 했지만 그 중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례식이 있다. 그것은 30여 년 전에 있었던 어느 백인 여인의 영결예배였는데, 그녀는 우리가 세 들어 예배 드리던 교회 재정장로의 아내였다. 그 장로는 교회의 재정뿐만 아니라 건물관리까지 담당하고 있었기에 나와는 상당히 자주 접촉하며 개인적으로도 가까운 사이가 되었었다. 그런 관계 때문에 그의 아내 캐롤이 간암 선고를 받고 투병생활을 할 때 몇 번 문병을 갔었다. 우리부부가 갈 때마다 그녀는 죽음을 앞에 둔 사람 같지 않게 명랑한 표정과 정다운 미소로 우리를 맞이하곤 했다. 그러기에 그녀의 부음을 접하고 진정 섭섭하고 슬픈 심정으로 장례식장인 교회로 들어섰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본당입구의 넓은 홀 벽을 따라 캐롤이 태어나서 사망할 때까지의 특기할 만한 사진들이 붙어 있었다. 조객들과 더불어 그 사진들을 보며 홀을 한 바퀴 돌고 나니 그녀가 살다 간 인생의 축소판을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네를 타며 방긋 웃는 그녀의 유아시절 모습. 청순한 소녀시절에 찍었든 사진들, 학사 모를 쓰고 찍은 대학졸업 사진, 행복의 문을 두드리던 결혼식 장면들, 교회를 위해 봉사하던 모습들, 운명하기 며칠 전 남편과 더불어 찍은 생의 마지막 사진들을 남겨놓고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넘어 영원한 나라로 들어간 캐롤과 지상에서 마지막 작별을 하기 위해 안으로 들어가니 일반 장례식과는 전혀 다른 영결예배를 드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제일 앞에 놓여 있어야 할 관은 보이지 않고 고인의 사진만이 크게 확대되어 전면에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그녀의 시신은 이미 유족들조차 알지 못하는 병원으로 옮겨졌다는 것이다. 장기는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증하고 시신의 나머지 부분들도 매장하거나 화장하는 대신 의학실험용으로 사용해 달라는 그녀의 유언대로 사진만을 걸어놓고 진행하는 특수 장례식이었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거행되는 장례식도 있다고 여기며 단순하게 넘겨버리기엔 너무나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장례식이었다.

 

우선 본당으로 들어오기 전에 홀에서 사진들을 통해 본 캐롤의 일생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순서로 계절이 바뀌면 일 년이란 세월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듯 인간도 유년기, 소년기, 청년기, 장년기 그리고 노년기를 거쳐 떠날 수밖에 없는 지극히 유한한 존재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었다. 그것도 삶의 마지막 장인 노년기까지 이르지도 못하고 인생이란 무대에서 퇴장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보면 다음 막이 열려도 나의 역할은 필요 없는지도 모른다는 가정 밑에 현재의 배역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인생임을 실감하게 되면서 말이다.

캐롤이 살아있는 사람들을 위하여 그녀의 육신을 송두리째 기증하면서 이 세상을 떠나간 것 또한 장한 결단이라 믿는다. 불의의 사고로 생명을 잃을 경우 장기를 기증한다고 운전면허증에 서명하는 것조차 꺼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생각하면 그녀가 그런 결정을 한 것은 자기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가장 보람 있게 사용하겠다는 의지의 발로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숱한 사람들을 억울하게 하며 모은 재산을 한 번도 유용하게 써보지 못한 채 떠나가는 사람들이나 이웃과 사회를 위해서는 아무런 유익도 끼치지 못하고 자기만을 위해 살다 캐딜락에 실려 장지로 향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생명의 불길이 꺼진 육신까지도 사회에 바치고 떠난 캐롤의 행위는 참으로 의미 있고 아름다운 것이 아닐 수 없다.

 

잘 아는 분의 형님이 “이렇게 사는 것이 아니었는데”라고 한숨지으며 운명하셨다는 말을 들었다. 그 분 뿐 아니라 요즘 우리들 주위에서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 중에는 그런 말을 하는 분들이 한 둘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그들이 무슨 범법행위나 이웃이나 사회로부터 지탄받은 일을 했기에 그런 후회를 하며 떠나가는 것은 아니다. 그네들이 살아온 인생을 후회하며 떠나는 근본원인은 좀 더 보람 되게 살지 못한 데 있기 때문이다.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흐르는 세월 따라 살아가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돌아올 수 없는 그 나라”를 향해 떠나야 할 지 모르는 것이 인생임을 잊지 말아야 할 줄 안다. 그래야만 세월을 아끼며 남의 가슴에 못을 박거나 사회에 불이익을 끼치는 대신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격려와 도움을 주는 후회 없는 삶을 살게 될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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