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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손때 묻은 소중한 물건들
-버려야 채워지는 세상 이치 
 

 

사람의 ‘직장 성격’엔 두가지 타입이 있다. 사무실을 깨끗하게 정리정돈하고 일을 하는 타입과 비품들을 어수선하게 너질러놓고 일하는 스타일.
 일반적으론, 누가 보아도 깔끔한 분위기에서 일하는 것이 훨씬 정신집중도 잘되고 일에도 능률이 오를 것으로 생각될 것이다. 실제로 그런 사람이 매사에 반듯한 언행을 하는 예가 많다.           

0…하지만 이와 반대되는 연구 결과도 있다. 즉 사무실의 너저분한 분위기가 실제로는 생각을 더 깊고 명확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의 지아 리우 박사에 따르면 “많은 사람이 업무효율과 생산성 증가를 위해 깨끗한 사무실을 선호하지만 이는 지저분한 환경이 판단을 복잡하게 만든다는 전통적 관습에 따른 것”이라며 “너저분한 환경과 마음 사이에는 관련성이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물리학자 아인슈타인과 영국의 아동문학작가 로알드 달(Roald Dahl)은 어수선한 책상으로 악명이 높았다. 

 

0…평생 기사 쓰는 일이 직업인 나는 예전부터 책상 위에 원고지가 수북히 쌓이고 각종 신문들이 사무실을 온통 뒤덮고 있어야 정신이 집중되고 일도 능률이 올랐다.
 이민 온 후에도 계속해서 언론에 종사하다 보니 상황은 비슷했다. 토론토의 내 사무실을 한번이라도 방문했던 분들은 쓰레기 하치장같은 사무실 분위기를 보고 혀를 차는 분들이 많았다. 
 “이게 뭐야. 정리 좀 하고 살지…” 하지만 이래야 마음이 편안하고 정신도 집중되는걸 어쩌나. 

 

0…그런데 최근 신문사 사무실을 옆방으로 옮기면서 어쩔수 없이 비품정리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하루 날을 잡아 사무실에 온통 널려있는 신문지와 각종 서류뭉치들을 치우는데, 버리고 또 버려도 끝이 없었다. 
 마침 대형 쓰레기수거박스(Bin)가 있어서 처리할 수 있었지 그게 없었다면 큰 애를 먹었을 것이다. 

 

0…그런데 다른 허접한 것들은 그냥 버려도 아깝지가 않았으나 그동안 쌓아둔 수 많은 책들은 느낌이 달랐다.   
 특히 지금 갖고 있는 책들은 내가 이민 온 이후 동포 문인과 저자들로부터 건네받은 것들이 많은데 15년 정도를 모으다 보니 분량이 엄청 많았다.  
 이 책들을 쓰느라 고생한 분들을 생각하면 쉽사리 함부로 버릴 수가 없다. 한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피와 땀이 들어갔겠는가. 

 

0…더욱이 이민사회에서 작품을 쓰고 책을 만드는 것은 더욱이나 어렵다. 
 그런데 책이란 것이 그렇다. 
 책은 인생에서 삶의 좌표를 잃고 어디로 가야할지 모를 때 멈춰 서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마음을 안정시키며 치유해준다. 
 하지만 책은 이사할 때 가장 큰 두통거리 중 하나이기도 하다. 버리자니 아깝고 갖고 다니자니 무게가 보통이 아니다. 읽지도 않을 책이면서 그냥 버리기도 아깝다.

 

0…나도 그동안 모아놓은 책들은 좀처럼 버리기가 아까워서 서너번 이사를 하면서도 죽어라고 싸들고 다녔다. 
 이민 올 때도 예외가 아니어서 그 무거운 책들을 박스에 채곡채곡 챙겨왔다.     
 그러다가 가끔 집수리를 하면서 그동안 별로 읽지 않았던 책들은 과감히 버리기로 했다. 주섬주섬 헌책들을 보아보니 사과상자로 10개 정도가 됐다. 
 책 중에는 대학시절의 영문시선집(anthology)에서부터 ‘창비’(창작과 비평) 전집, 대하소설류, 각종 문학전집 등이 있었다. 또한 ‘운동권 서적’도 꽤 남아있었다. 
 중국 근대사, 러시아 혁명사, 제3세계론, 교육철학 같이 주제가 무겁고 거창한 것도 있고, 변증법적 유물론 따위의 머리 아픈 것들도 섞여 있다. 
 이런 책들은 평소 손에 들기가 어렵지만 그렇다고 버리기는 아까운 것들이다. 나의 청춘시절 고뇌가 고스란히 묻어있기 때문이다.      

 

0…언젠가 헌책들을 버리다 보니 문득 장왕록 교수님께서 친필 사인을 해주신 수필집도 있고 그의 따님인 장영희 교수가 생전에 한국에서 친히 보내준 ‘문학의 숲을 거닐다’도 눈에 띄었다. 
 이런 책들을 보니 코끝이 시큰해졌다. 이들 부녀(父女) 학자는 비록 이 세상에 안계시지만 그들이 남긴 따스한 문향(文香)들은 두고두고 세인들 마음을 따스하게 해줄 것이다.          
 이민 후엔 토론토에서 만난 문인들이 책을 출판해 친필사인을 해주신 것들이 많아졌고 지금 내 책상 위엔 이런 책이 적잖이 쌓여있다. 
 (그 중 ‘출판의 달인’ 이동렬 교수님의 수필집은 예닐곱 권이나 된다.)       

 

0…사실 나는 35년째 언론에 종사하면서 나름 글 좀 쓰려고 노력해왔기에 그 분량이 적지 않다. 이래서 나를 아끼는 분들은 그것들을 모아 책을 내라고 권유하신다. 
 책을 낸다면 아마 10여 권은 족히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럴 생각이 별로 없다. 책이라고 낼만한 수준도 안되지만 고생해가며 책을 낸들 그것이 타인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요즘엔 특히 온갖 지식과 정보가 인터넷에 넘쳐나기에 책장을 넘기며 사색에 잠길 여유를 점점 더 잃어가고 있다. 
 머리엔 그야말로 잡식(雜識)만 가득하고 책의 진정한 가치는 추락하고 있다. 

 

0…아무튼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는 것이 좋겠다. 버려야 채워지는 것이 세상 이치 아닌가. 아깝지만 책도 그 중 하나다.   
 ‘채우려 하지 말기/있는 것 중 덜어내기/다 비운다는 것은 거짓말/애써 덜어내 가벼워지기/쌓을 때마다 무거워지는 높이/높이만큼 쌓이는 고통/’ (이무원 시인 ‘가벼워지기’)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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