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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허무를 그린 노산(鷺山)의 명작들

-주옥같은 작품과 인생길이 같았더라면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 바다/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어릴 제 같이 놀던 그 동무들 그리워라/어디간들 잊으리오 그 뛰놀던 고향 동무…’

 오가는 차 안에서 혼자 이 노래를 흥얼거리노라면 가슴이 촉촉해지고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사실 나는 이 노래를 끝까지 불러본 적이 별로 없다. 도중에 목이 메이기 때문이다.

 노산(鷺山) 이은상(李殷相)(1903~1982) 선생이 작사한 이 가곡은 우리같은 이민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다. 그리워도 쉽게 갈 수 없는 고향. 그저 꿈에서만 애달파 할 수밖에 없으니.

 

0…이민살이 23년째, 이젠 이 땅에 적응해 살아갈 법도 하건만 꿈결엔 언제나 고향의 시골풍경만 나타나니 무슨 조화인지.   

 모두 5연으로 짜여진 ‘가고파’는 구구절절이 타향살이의 외로움과 고향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이 배어난다. 나는 5연 중에 특히 4연을 좋아한다.  

‘처자(處子)들 어미 되고 동자(童子)들 아비 된 사이/인생의 가는 길이 나뉘어 이렇구나/잃어진 내 기쁨의 길이 아까워라 아까워’

 

0…노산의 시와 시조들은 대체로 인생의 무상함과 허무를 표현하고 있다. ‘옛동산에 올라’가 대표적이다.

‘내 놀던 옛 동산에 오늘 와 다시 서니/산천 의구란 말 옛 시인의 허사로고/예 섰던 그 큰 소나무 버혀지고 없구려//지팡이 도루 짚고 산기슭 돌아서니/어느해 풍우엔지 사태져 무너지고/그 흙에 새 솔이 나서…’

 언젠가 이민 후 십여년 만에 고향을 찾았을 때 이 노래가 머리를 맴돌아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룩 흘렀다.   

 

0…노산의 작품 중 인생의 허무함이 물씬 배어나는 것은 ‘그리워’이다.

‘그리워 그리워 찾아와도 그리운 내 님은 아니 뵈네/ 들국화 애처롭고 갈꽃만 바람에 날리고/ 마음은 어디고 붙일 곳 없어/ 먼 하늘만 바라본다네…’

 1933년에 나온 이 노래는 원래 정지용(鄭芝溶)의 시 ‘고향’에 곡을 붙였던 것인데 그에게 월북문인 낙인이 찍힌 뒤 가사가 금지되자 훗날 박화목 시의 ‘망향’으로 개사되어 불리었다.

 그런데 작곡가 채동선의 유족이 이은상 시인에게 다시 가사를 의뢰하면서 ‘그리워’가 탄생했다. 가사는 다르지만 세 곡의 선율은 모두 같다. 이 노래는 지금같은 가을날에 부르면 더 없이 쓸쓸한 느낌이 든다.

 

0…노산의 작품은 어느 하나 버릴게 없어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많이 실렸다. 고교시절에 배운 ‘동무생각’이 평생 갈 줄을 그때는 몰랐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나는 흰나리 꽃 향내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청라언덕과 같은 내맘에 백합같은 내 동무야/네가 내게서 피어날 적에…’ (사우 思友)

 이 노래만 들으면 고교시절 마냥 푸르던 청운의 꿈이 꿈틀대는 듯하다. ‘고지가 바로 저기인데 예서 말 수는 없다’는 구절은 지금도 가슴을 뛰게 한다.   

 

0…‘성불사의 밤’은 최초로 시조시를 가사로 택한 가곡 중 하나다.

‘성불사 깊은 밤에 그윽한 풍경소리/ 주승은 잠이 들고 객이 홀로 듣는구나/ 저 손아 마저 잠들어 혼자 울게 하여라’

 가을 깊은 밤 산사(山寺)에서 느끼는 고독감이 절절하다. 

 

0. 나처럼 60~70년대를 학창시절로 보낸 이들은 거의 모두 노산의 시조와 시를 읽고 사랑하며 지냈다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노산은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유복하게 자랐다.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공부(청강)했고 이화여전 교수, 동아일보 기자 등도 거쳤다. 조선어학회사건에 연루돼 구금되기도 했다.

 광복 후엔 이충무공 기념사업회 이사장, 안중근 의사 숭모회장, 독립운동사 편찬위원장 등을 두루 지냈다.

 해박한 역사 지식과 유려한 문장으로 국토순례 기행문과 선열의 전기도 많이 썼다.

 

0…노산은 한국 현대 시조문학의 대가로 꼽힌다. ‘봄처녀’ ‘성불사의 밤’ ‘장안사’ 그집 앞’ ‘옛동산에 올라’ ‘가고파’ 등 그의 작품은 하나같이 국민 대중의 사랑을 받는 애창곡이 되었다.

 하지만 노산은 당대 최고의 대문호라는 평가와 함께 독재정권에 빌붙어 호의호식한, 나약한 지식인의 초상으로 대표되기도 한다.

 마산 3·15의거를 ‘지성 잃은 데모’라 평가하는 등 그를 추앙하는 지식인들을 실망시켰다.

 그는 군사독재정권에 동조를 넘어 적극적으로 미화 찬양에 앞장섰다. 이런 행태 때문에 지성계에서 이은상의 평가는 복잡하다.

 

0…한국 최고의 시조시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빼어난 문인이었음에도 불구, 자기성찰의 부재와 역사의식의 빈곤은 노산으로 하여금 민족사의 흐름에 역행하는 삶을 살게 했다.

 하긴 나약한 문인의 표상이 노산 뿐인가. 서정주, 박목월, 김춘수, 모윤숙, 김말봉, 박종화, 김광섭 등등…

 당대 한국문단 내 지식인을 대표하는 위치에 있었음에도 이들은 하나같이 반지성적이고 반민주적인 길을 걸어갔다.

 

0…주옥같은 작품을 남기고도 일탈된 처신으로 오점을 달고 사는 지식인과 문인들, 우리 역사의 서글픈 단면이다.

 한 인간이 이룩한 위대한 작품들과 그의 삶의 궤적이 일치할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은 별개인가 한다.

 어쨌거나 노산의 애닯은 시가 뇌리를 스치는 요즘이다.

‘눈물도 웃음도 흘러간 세월/부질없이 헤아리지 말자/그대 가슴엔 내가 내 가슴에는 그대 있어/그것만 지니고 가자꾸나/그리워 그리워 찾아와서 진종일 언덕길만 헤메다 가네’ (그리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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