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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 한 아름을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를 하여/우리는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

 

 위는 1945년 8.15 해방 이듬해에 탄생하여 지금도 2,3월이 오면 나라 안에 있는 모든 초등학교 교정에서 울려 퍼지는 눈물의 <졸업식 노래>입니다. 모두 3절로 짜여 있는데 제1절은 재학생들이, 2절은 졸업생들이, 3절은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함께 부르도록 되어 있습니다. 제2절이 시작될 때는 강당 저쪽에서 교정을 떠난다는 서러움에 복받쳐 엉엉 소리내어 우는 여학생들도 눈에 띄곤 했지요.

 

 한국에서 초등학교에 다닌 사람으로 이 노래를 한번도 불러보지 않고 졸업한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아동문학가 윤석중이 노랫말을, 동요작곡가 정순철이 멜로디를 붙인 이 노래는 아무리 들어도 우리 정서와는 눈꼽만큼의 어긋남이나 어색함도 없고 노랫말에 티 하나 찾아볼 수 없지요. 따뜻하고 비단결 같이 고운 정서가 온몸을 감싸는 것 같은, 그런 아늑한 기분을 주는 노래입니다.

 

 이와 비슷한 노래로 이원수의 노랫말에 홍난파가 곡을 붙인 <고향의 봄>이 있지요. 두 노래 모두 어려운 단어나 껄끄러운 표현이라고는 아예 찾아볼 수 없는 순수한 우리말, 순수한 우리 정서의 속옷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E여자대학에 몸담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 대학교 교육대학원 9월 학기 졸업식은 해마다 그렇듯이 매우 작은 규모로 조용하게 치러지곤 하지요. 그 대학원 졸업식에 축하의 노래를 불러 달라는 부탁이 와서 내가 건방지게 앞에 나가서 색소폰으로 초등학교에서 부르는 <졸업식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런데 생각 밖으로 반응이 좋았지요. 그 뒤로는 교육대학원 졸업식에 가면 해마다 나의 <졸업식 노래> 연주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노래를 듣는 어른 학생들은 20~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그 노래를 부르던 어린 시절의 광경을 희미하게나마 떠올렸지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내가 공식적으로 이 노래를 불러본 지가 올해로 예순다섯 해가 되네요. 빠른 세월-. 그 즈음 경상북도 안동군 예안면 소재지에 있는 예안국민학교에서 우리 반 담임을 맡았던 H선생 생각이 납니다. 내가 장난이 너무 심한 아이라서 내 장래를 걱정했던 H선생은 올해로 아흔이 가까워 옵니다.

 

 2014년 봄, 한국에 나갔을 때 같은 반 아이, 강 건너 늘매마을에서 같이 학교를 걸어 다니던 C와 함께 선생님을 찾아뵈었습니다. 꽃다발을 하나 준비할까 생각하다가 꽃다발보다는 먹는 것이 좋겠다 싶어 양과자 한 상자를 사 들고 갔지요. 여든 중반을 넘은 스승 앞에 일흔 중반에 있는 장난꾸러기 제자가 큰절을 올리니 문자 그대로 감개무량하였습니다.

 

 꽃다발을 가슴에 품고만 다니다가 드릴 기회를 놓쳐버린 사람이 하나 있습니다. 벌써 20년 전에 저 세상으로 가신 내 장모님입니다. 나는 장모님의 사랑을 이 세상 누구보다도 더 많이 받았습니다. 장모님은 내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있는 나의 프리마돈나(prima donna)입니다. 우리 부부가 장모님 산소에 다니러 갈 때는 꽃다발을 하나 준비해 가지고 갑니다.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 없는 이 쓸쓸한 묘지에 장모님은 혼자 누워 계십니다. 묘지 주위로는 고목들이 우람한 모습으로 빙 둘러 서 있지요. 지저귀는 새 한 마리, 뛰어다니는 다람쥐 한 마리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이 외롭고 적적한 공동묘지에 장모님 혼자 누워 계신다고 생각하니 퍽 애처로운 생각이 듭니다.

 꽃다발은 그 말부터가 무척 가깝게, 밝게 다정하게 들리지요. 꽃다발은 그것을 누구에게 넘겨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를 맑고 밝은 사람으로 돋보이게 하는 정서적인 힘,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순정의 넋이랄까, 그 무엇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꽃다발이란 낱말이 나오는 <망향초 사랑>이란 대중가요를 알고 있습니다. 대학에 갓 입학하여 나처럼 대구에서 서울로 유학을 온 한 반 친구 P에게서 배운 노래입니다. P는 자기 누나에게서 배웠다더군요.

 

‘꽃다발 걸어 주던 달빛 푸른 파지장(波止場)

떠나가는 가슴에 희망초 핀다

고동은 울어도 나는야 웃는다

오월 달 수평선에 꽃 구름이 곱구나’

 

 꽃다발은 누구에게 줄 때나 받을 때나 모두 기분이 좋습니다. 꽃다발은 사랑이요 순정이요 다정한 속삭임입니다.

 

꽃다발을 한 아름 안고 가며 마주치는 사람들, 이 사람도 하나 주고 저 사람도 하나 주는 동화 같은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201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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