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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궁의 옛날옛적이야기-알함브라궁의 장미와 은빛 류트 이야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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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어빙 지음 / 윤경남 옮김&사진

 

(지난 호에 이어)

 

 

루이스 데 알라콘은 이 폐허가 된 탑 속에 여성의 취향과 우아한 흔적이 있는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알함브라 성안에 떠도는 마법에 걸린 홀들의 이야기들이 떠 올랐어요. 반짝이는 거북이등을 한 저 고양이가 마법에 걸린 공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는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어요. 다락 위의 작은 창문에 아름다운 얼굴이 어른거리다가 사라져 버렸어요. 그는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으나 헛일. 안에선 발자국 소리도 안 나고 사위가 정적에 싸여있을 뿐이었어요. 그는 착각을 한 것인가 혹은 아름다운 그 환영이 이 탑의 요정일까? 생각하며 더 크게 문을 두드렸어요. 잠시 후 환하게 눈부신 얼굴이 다시 내다보는군요. 열다섯 살쯤 된 이제 막 피어오르기 시작한 소녀의 얼굴이.

루이스는 즉시 깃털 달린 모자를 벗어 예의 바른 말씨로 자기 매를 찾을 수 있게 탑에 올라가게 해달라고 간청했어요.

“저는 문을 열어드릴 수 없어요. 숙모님이 누구한테도 문을 열어주면 안 된다고 하셨거든요.” 소녀는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어요.

“부디 제 청을 들어주세요, 아름다운 아가씨. 저건 왕비님이 가장 아끼시는 흰매랍니다. 저 매를 찾지 못하면 저는 궁전에 돌아가지 못합니다.”

“그러면 당신은 궁정 기사들 중 한 분이란 말인가요?”

“그렇답니다, 아름다운 아가씨. 저 흰매를 놓친다면 왕비님의 총애와 제 지위마저 잃게 됩니다.”

“맙소사! 숙모님이 저에게 특별히 문단속을 시키신 건 바로 궁정 기사들을 경계 해서라고요!”

“못된 기사들을 경계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만,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아가씨가 저의 이 작은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모든 걸 잃어버리게 될 소박한 시종 기사일 뿐입니다.”

어린 소녀는 젊은 기사가 겪을 고난에 마음이 움직였어요. 사소한 호의를 들어주지 않아 그가 곤란한 처지가 된다면 얼마나 가엾은 일인가. 더군다나 숙모가 철없는 처녀들을 사냥하러 배회하는 식인종이라고 말해온 그런 위험한 존재 같아 보이지도 않고요. 그는 점잖고 겸손하게 모자를 손에 들고 간청하며 서 있는데 너무나 매력적이지 뭐에요.

 엉큼한 그 시종무관은 그녀가 경계를 약간 푸는 듯 하자, 감동적이고 애절하게 간청하는 말씨로 어떤 처녀도 거부할 수 없는 본성에 호소했어요. 얼굴이 빨개진 그 탑의 어린 파수꾼이 내려와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열 수밖에요. 창문으로 흘깃 본 그녀의 모습에 매료된 그 기사는 그녀의 전신이 자기 앞에 모두 드러나자 황홀 지경이었어요.

그녀의 안달루시아형 조끼와 주름 치마가 아직 성숙한 여인에 이르지 않은 그녀의 몸집에 둥글고 섬세한 균형을 잡아주었어요. 이마 위로 반듯하게 가르마를 탄 반짝이는 머리칼은 그 지방 풍습대로 방금 꺾은 장미꽃으로 치장했네요.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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