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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동국민학교 3학년 때 해방을 맞았다. 초등학교 때였지만, 조국해방의 기쁨이 어린 가슴에도 넘쳐흘렀다. 선생님들은 새로운 교육기획과 학예회 순서의 하나로 첫 번째 우리말 음악극 ‘별주부전’을 준비했다. 


어린이들이 우리 말로 노래와 연극을 하는 신기한 모습을 보려고 사람들이 강당 안에 빼곡했었다.


 나는 토끼 역을 맡아 ‘봄은 왔네, 봄은 와, 따뜻한 봄이 우리 강산에도 왔네. 이제는 우리세상 마음껏 뛰자! 진달래야 나비야 나하고 놀자.’고 노래하며 무대에 제일 먼저 등장하고 음악극이 시작되었다. 아마 해방 후 첫 어린이 뮤지컬이었으리라. 


 그 해 성탄절에 우리가족이 다니는 서울 안동교회 주일학교에서 또 한번 어린이 뮤지컬에 참여했다. ‘별주부전’을 열심히 구경하셨던 김인성 선생님이 <꽃 파는 소녀>라는 연극을 기획하셨다. 제목은 ‘꽃 파는 소녀’인데, 나는 주인공 꽃 파는 소녀가 되어 노래를 부르며 무대에 등장했다.


그 노래는 한정동 작사, 1925년 윤극영 작곡 ‘따오기’였다.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따옥 따옥소리 처량한 소리, 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메이뇨? 내 어머님 가신 나라 해돋는 나라…”


이 노래를 부르며 실제로 눈물이 나서 혼났다. 내 어머니가 살아 계신데 고아로 출연해서 천당에 계신 어머니를 그리는 노래를 하다니. 다행히도 내 어머니는 성탄일에 간난 아기를 돌보시느라 교회에 못 오셔서 내 연극을 못 보셨다. 


 이 고아 소녀가 추운 겨울 밤 거리에서 꽃을 파는데 아무도 사주지를 않는다. 그때 한 신문팔이 소년이 병환중인 어머니에게 갖다 드린다며 그날 번 돈으로 분홍 카네이션 세 송이를 산다.


 나는 그의 말에 감동하여 그가 팔아 준 분홍 카네이션 위에 하얀 국화 한 송이를 얹어 어머니께 드리라고 선물한다. 그런데 그 소년이 아들의 사랑과 정성으로 거의 완쾌한 어머니를 모시고 크리스마스 전야에 우리 교회에 참석한다는 내용이었다.


뜻밖의 사람에게서 마음 속 고통을 알아주어 그리스도인으로의 일대 변화를 겪는 ‘피그말리온’ 효과를 본 것이다.


피그말리온은 아일랜드 작가 조지 버나드 쇼가 그리스 신화 속 주인공인 피그말리온을 소재로 쓴 풍자희곡인데, 그가 죽은 후에 뉴욕에서 흥행에 성공하고 영화로도 잘 알려진 뮤지컬 ‘My Fair Lady’에서 절실한 피그말리온 효과를 본다. 


음성표기학자인 헨리 히긴스 교수가 그의 친구 피커링과 길에서 ‘꽃 파는 소녀’ (오드리 헵번 분장)를 데려와 시골 사투리를 없애고 정통영어와 예의를 가르쳐 상류사회 여인으로 만든다. 


그 와중에 그 시골소녀에게 보여준 두 사람의 태도의 차이에서 온 변화의 효과는 아주 다르다. 즉, 소녀를 하찮게 여긴 히긴스 교수에게 그 소녀는 어디까지나 촌뜨기였고, 믿음을 가지고 지켜 본 피거링에게는 그가 원했던 성숙한 여인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파블로 피카소가 그린 '꽃바구니를 든 소녀'(1905)의 모습까지는 아니어도, 금동이 블로그에서 따 온 작가미상의 ‘꽃 파는 소녀’의 모습이 해방된 자유 대한민국의 두 번째 뮤지컬 무대에서 꽃을 팔던 가련한 소녀의 모습과 닮은 듯 옛날 생각에 잠겨본다. 


 고아 신세인 ‘꽃 파는 소녀’가 꽃을 사준 소년의 어머니 사랑을 한껏 칭찬해준 덕에, 그 소년이 어머니를 모시고 교회에 나오게 되는 피그말리온 효과마저 보았기 때문이다. 
그 소년에게 나도 피그말리온 같은 환상적인 꿈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피그말리온’을 쓴 버나드 쇼의 말대로, “위대한 예술은 교훈적인 것!”이라야 하며, 예술이라는 가면을 쓴 정치적인 늑대의 처절한 울음을 토해내서는 안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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