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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yoon
“희망도 소용도 없는 짓이어요.” 그녀가 말했다.
knyoon

 

“희망도 소용도 없는 짓이어요.” 그녀가 말했다.

 어거스틴은 한숨을 내쉬고 물었다.

 

 “왜 그렇지요? 말해 봐요.”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가로저었다.

 

 “멜라니, 내 말 좀 들어봐요.” 그는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난 돈이 없소. 난 당신에게 청혼할 수도 없소. 난 착한 자도 아니오. 비열한 성격을 가졌소. 당신을 불행하게 만들 때도 있을 게요. 그렇다면 난 무얼 줄 수 있을까? 위대하신 하늘의 신을 두고 맹세하건대, 그 누구도 내가 당신을 사랑한 것만큼이나 한 여성을 사랑한 사람은 없을 거요. 이것이 바로 당신이 내게 와 주기를 바라는 오직 한 가지 이유입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녀의 검은 눈동자로 어거스틴의 눈을 오랫동안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거절하겠어요. 당신에게 돈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이걸 보세요.” 그녀는 팔로 방 둘레에 원을 그려 보였다.

 

 “그리고 당신이 나빠서도 아니고, 당신이 성미 급한 것 때문도 아니고, 날 불행하게 할까봐서도 아닙니다. 난 그런 것엔 익숙해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무엇일까?”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있어요.”

 “알겠소, 자기를 찾아오는 것이 나쁜 짓이라고 생각하는구려.”

 그녀는 손에 든 부용꽃잎을 꽉 움켜쥐었다.

 “이제 그만 가주세요.”

 “다시 만나주겠소?”

 “안 돼요.”

 

 그는 여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섰다.

 

 “안 돼요, 제발 가줘요. 당신 말대로 날 사랑한다면 가달란 말이예요.”

 

 고개를 숙이고 그는 천천히 문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녀가 거절해서 얻은 절망은 그녀를 발견했을 때의 의기양양했던 기세보다 더 컸다. 문 앞에서 돌아서서 한 번 더 애원해 볼까 생각했다. 그녀는 복잡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서 있다. 그는 생각을 바꾸어 마지막으로 머뭇거리며 그녀에게 시선을 던진 후 문을 열고 비틀비틀 뜰로 내려섰다.

 

 서쪽에서 불어오는 미풍이 안개를 걷어갔다. 햇살이 반도 위로 금빛 물결을 쏟고 있다. 어거스틴에겐 그것이 차라리 빗줄기였으면 싶었다. 그의 가슴엔 억수가 쏟아지고 있었다.

 

(16)

 어거스틴은 멜라니의 거절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지나간 사흘 동안은 한숨으로 잠 못이루는 나날들이었다. 혼자 있을 때는 눈물도 흘렸다. 나흘째 되는 날엔 고통을 도저히 이겨낼 수가 없었다. 그는 공부에도 집중이 되질 않아 아침 강의 시간을 포기하고 말콰에 있는 조그맣고 하얀 오두막집을 찾아갔다.

 

 따스한 날씨였다. 어거스틴은 붉은 띠를 두른 소매 없는 하얀 새 튜닉을 차려 입었다. 비아 케엘레스티스로 가는 길가 시장에서 그는 그의 머리에 꽂을 장미화관을 사고, 멜라니에게 줄 버들고리 새장에 들어있는 금빛 새 한 마리를 샀다. 그는 오두막집 앞에 왔다. 목이 바싹 말라 붙어, 빨간 대문을 두드릴 때는 신경마저 날카로워졌다.

 

 아무 대답도 들리지 않는다.

 더 크게 문을 두들겼다. 여전히 아무 대답이 없다.

 “멜라니!” 하고 소리쳐보았다.

 아무런 대답이 없다.

 

 그는 새장을 집 근처 마당에 내려놓고 부두를 향해 달려갔다. 고깃배가 몇 척 떠있다. 알렉산드리아에서 온 곡식을 실은 배들이 항구에서 닻을 내리고 있었다. 어린 소녀들이 부두 밑의 얕은 물을 건너며 게랑 작은 고기들을 잡느라 법석이었다.

 

 어거스틴은 성급하게 부둣가를 오르락내리락 했다. 바다 갈매기들이 머리 위로 소리치며 날아들기도 하고, 항구 저쪽으로 날아가서 바다 속에 뛰어들어 고기를 잡아먹곤 했다. 어떤 늙은 항해사가 그에게 길을 묻기도 했으나, 그는 멜라니에 대한 생각으로 꽉차 있어서 다른 사람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는 멜라니가 집에 돌아왔는지 알아보려고 오두막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아직 아무도 오지 않았다.

 

 어떤 이발사가 천천히 언덕길을 걸어 올라오고 있었다. 그는 들고 다니는 의자와 면도와 쇠가위를 모두 가죽끈에 엮어 어깨에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데, 쇠북을 꽝 치더니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발하십쇼! 면도하십쇼, 신사 여러분! 이발이나 면도요! 신사 여러분!” 그는 하얀 오두막집 앞을 맴돌고 있는 단정한 젊은이가 눈에 띄자, 이발하지 않겠는가 물었다.

 

 “그럽시다, 이발이나 할까 했어요.”

 

 이발사는 곧 행동에 들어갔다. 어깨에서 장비를 내리더니 꽃밭 옆에 자리 잡고 의자에 그를 앉혔다.

 

 “예, 예, 손님.” 이발사는 가위질을 하면서 얘기를 시작했다.

 

 “좋은 날씹니다. 젊은 선상님. 난 오늘 아침에 집을 나올 때 마누라보고 이렇게 말했습죠. 여보, 모데스타, 오늘도 돈벌이가 썩 잘될 것 같구료.” 그는 이발을 멈추고는 어거스틴을 들여다봤다.

 

 “난 말이우, 어느 때가 돈벌이가 잘 되는 날인지 아닌지 미리 말할 수 있다우. 왜냐하면 뭔가 내 뼈 속까지...”

“이 친구야.” 어거스틴이 화가 나서 말했다.

 

“하루는 플라톤이 머리를 깎으러 이발소에 갔었다네. 그래서 이발사가 어떻게 깎을깝쇼 하고 물었지. 플라톤이 말하기를, 조용히 해주시오, 했다오.”

 이발사는 풀이 죽은 듯했다. 그는 가위질을 다시 시작하더니 말없이 이발을 끝냈다. 어거스틴이 그에게 팁까지 주었으나 상한 기분이 가시지 않은 모양이었다. 어거스틴은 이발사가 떠나자 죄를 지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수다스런 사람한테 이발을 하지 않는 건데 생각했다.

 해를 보니 정오가 가까운 듯했다.

 

 “멜라니는 어디 있을까? 왜 오질 않을까?” 그는 혼잣말을 했다.

 

 그는 다시 부두로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멜라니가 바구니를 들고 집에 오는 것이 보였다. 너무나 기뻐서 그는 그녀에게 급히 달려갔다.

 

 “멜라니!”

 그들은 오두막집 바로 앞에서 만났다. 어거스틴이 보니, 바구니엔 싱싱한 과일과 야채가 꽉차 있었다.

 “안녕하세요.” 멜라니는 불안한 듯 상냥하게 인사를 했다.

 어거스틴과 마찬가지로 그녀도 흰 옷차림이었다. 그녀의 소박한 긴 무명옷은 빨간 마름쇠 무늬가 몇 개 박혀 있는데, 그녀의 흑단 같은 머리와 어두운 안색 때문에 아주 돋보였다. 그래서 그는 잠깐 숨을 죽였다. 머리는 뒤로 빗어 넘겨 치렁치렁 끌렸다. 새빨간 장미 한 송이가 왼쪽 귀에 꽂혀 있다.

 “장보고 오는군요.” 그가 말했다.

 “예.”

 “나 때문에 화났어요?”

 

 그녀는 고개를 한쪽으로 갸우뚱했으나 대답은 하지 않았다. 그녀는 어거스틴과 나란히 오두막집을 향해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제발 내게 화내진 말아요.” 그가 말했다.

 그녀는 새장 속의 카나리아를 보았다. 그녀의 얼굴이 밝아졌다.

 “당신 주려고.” 어거스틴이 말했다.

 “정말이세요?” 그녀는 바구니를 땅에 내려놓고 새장 앞에 꿇어앉았다. 금빛 새는 무서워선지 퍼덕였다.

 “작은 새야, 미안해. 너를 놀라게 해서.” 그녀는 물러서면서 말했다.

 “나는 파멸시켰고.” 어거스틴은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멜라니는 두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고개를 떨구었다.

 “얘기 좀 할까요?” 그가 말했다.

 

 그녀는 손만 내려다볼 뿐 말이 없었다. 그녀의 침묵이 어거스틴에게 용기를 주었다.

 

 “나하고 저쪽으로 갑시다.” 그는 향기 나는 숲 속으로 몸을 돌려 그 옆의 잔디 위에 주저 앉았다.

 멜라니는 한참 있다가 수줍은 자태로 그를 따라왔다. 그녀는 땅바닥에 앉더니 긴 옷자락으로 다리를 가렸다.

 “일요일날 내게 말했지요? 나에게 올 수 없다고. 그 얘기 좀 들을 수 없소?” 그가 말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자기 그림자에 가려진 풀잎을 만지작거렸다.

 “말씀 드리지요.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노예였어요.” 그녀는 그를 쳐다보지 않은 채 말했다.

 “아니!” 그는 놀라움을 숨기려고 했으나 허사였다.

 “레포리우스는 해방증서를 샀나요?”

 “네.”

 “그럼 이제 자유인이군.”

 그녀는 사실을 시인했다.

 

 “멜라니, 사랑이란 그런 차이를 초월하는 거야. 나도 결함이 있소. 하지만 거짓 자부심을 갖고 있진 않소.”

 

 “그것이 언제나 우리에게 덮이는 그늘이 될 텐데요.”

 “결코 그럴리 없소! 맹세해! 다른 이유는 없소?”

 “당신보다 나이도 많지요.” 그녀가 말했다.

 “몇 살인데?”

 “열 아홉.”

 “난 이번 여름에 스무 살이 되는데.” 그는 자기 나이에 두 살을 덧붙여서 말했다.

 “그 외엔 없소?”

 “당신의 어머니가 당신의 결혼을 인정하지 않을 거라고 나의 아버지에게 말씀하셨지요. 더군다나 어부의 딸을 배우자로 맞아들이는 걸 허락하실까요?”

 “어머님이 그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되실까?”

 “여자란 비밀을 캐내는 버릇이 있지요.”

 “멜라니, 내 말 좀 들어봐요.” 그는 열정적으로 말했다.

 

 “이 세상에서 당신에 대한 사랑 외엔 문제될 것이 없어. 아무것도 없어.” 그는 자기 가슴 위에 손을 얹었다.

 

 “예배당에서 당신을 본 그날 이후로 무서운 기갈이 여기 있는 나를 파멸시키고 있소. 나는 내 존재가 죽은 인생인지, 산송장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소. 내가 알 수 있는 건 내게 당신이 필요하다는 것 뿐... 내가 그대를 가질 수 없다면, 내가 살아서 공부할 이유가 하나도 없게 되오.”

 그녀는 잔디풀을 한 잎 뽑아 손등에다 상상화를 그리고 있었다.

 

 “나의 어머닌 또 어떡하시겠어요?”

 어거스틴은 놀라서 두 손을 내밀었다.

 “당신의 어머니라니? 레포리우스는 당신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는데.”

 “돌아가셨지요. 하지만 나하고 얘기 하신다면 뭐라고 말 하실지 난 알아요.”

 “나를 따라가지 말라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는 그리스도교인이신가?” 어거스틴이 물었다.

 “네, 노예 시절에 그리스도교인이 되었어요. 어머니의 여주인님이 돌아가시기 3개월 전에 어머니를 참된 종교로 개종시켰지요.”

 “당신도?”

 

 “어머니는 나를 예비신자로 등록해 놓으셨어요.”

 “그래서 나와 함께 산다는 원칙에 어긋난다는 거요?”

 그녀는 또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정부는 이런 종류의 결합은 허락하고 있지 않소?”

 “정부는 내 양심을 소유하진 못해요.”

 

 어거스틴은 그가 이번 목표를 성취하려면 논리의 병기창에 있는 무기를 모두 동원해야 되리란 것을 깨달았다.

 

 “난 여러 달 동안이나 당신을 보지 못했는데... 예비신자라면 규칙적으로 예배에 참석해야 하지 않을까?” 그 말의 모순이 세례 입문자인 자기 자신으로부터 나오고 있음을 그는 그 순간 깨닫지 못했다.

 “안 그렇소?” 하고 그는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 때문이지요. 나갈 때는 몰래 빠져나가야 하니까요.” 그녀가 말했다.

 

 갈매기 한 마리가 시끄럽게 깍깍거리며 오두막집 위로 날아갔다. 어거스틴은 불길한 시선으로 그 새를 노려보고 입술을 다물었다. 갈매기가 사라지자 그는 말했다.

 

 “나 좀 봐요. 왜 레포리우스는 당신을 결혼시키지 않을까?”

 그녀는 종내 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어거스틴은 심장이 뛰는 걸 느꼈다.

 “여섯 번이나 나를 결혼시키려 했지요. 아버지가 골라놓은 사람들을 당신이 보았어야 하는 건데, 모두가 괴물들이었지. 아버지가 날 결혼하도록 강요하신다면 난 목숨을 끊겠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포기하셨나?”

 “네, 아버진 이상한 분이에요. 하지만 양심은 있어요.”

 “왜 자기 손으로 결혼시키려고 야단이지?”

 “시라큐스에 대한 향수 때문이지요. 고기잡이가 되기 전엔 뱃사람이었어요. 아버진 시라큐스에서 배를 버린 다음부터 내내 그리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하셔요.”

 “당신은 거기서 태어났소?”

 “네.”

 “당신은 어때? 당신도 그 곳을 그리워해?”

 

 다시금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거스틴은 그런 몸짓이 사랑스러웠다.

 

 “그게 무슨 상관이어요? 난 여자인데.” 그녀는 서글픈 듯이 말했다.

 “내겐 상관이 있소. 어머니 얘길 해 봐요.”

 

 멜라니는 자세를 바꿔 앉았다. 그녀는 두 팔을 뒤로 받치고 몸을 뒤로 기울였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항구 저편으로 떠가는 솜구름을 꿈꾸듯이 바라보았다.

 

 “어머니는 천사 같은 분이었어요.”

 

 “당신도 그래.” 그는 충동적으로 말해버리고는 그녀의 반응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고는 말을 이었다.

 “어머니는 굉장한 그리스도교 여신도의 노예였는데, 그분이 어머니에게 읽는 법을 가르치고 책도 빌려주셨어요. 어머니는 그 책들을 내게 읽어주셨지요. 돌아가시기 전에 내게 읽는 법을 가르쳐주셨어요.”

 “무얼 읽었소?”

 “호우머, 소크라테스, 핀다르...”

 “그리스 학자들이군!” 어거스틴이 코웃음을 쳤다.

 

 “그리스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으세요?”

 “난 로마인이야. 하긴 상관할 것 없지. 시라큐스 얘기 좀 해봐요.”

 “세상에 시라큐스 같은 곳이 또 있을라구요.”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키케로는 그 도시를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했어요. 생각나세요?”

 “그럼 당신은 시안느의 샘도 보았겠네?”

 “그럼요. 디오니시우스의 귀도 보았지요.”

 “유랄라스의 요새도?”

 “미네르바의 사원도요.” 그녀가 말했다.

 “시라큐스 극장은 무료공연이라고 들었는데.”

 “그래요. 애스킬루스는 그 도시에 왔을 때 자기의 연극을 감독했지요.”

 

 “플라톤도 거기 있었지.”

 “핀다르도, 폴루타크도. 아, 시라큐스야말로 장엄한 도시지요! 시라큐스의 꽃은 너무나 향기로워 사냥개도 그 냄새를 따라갈 수 없다고들 하지요.”

 

 반시간이 흘렀다. 어거스틴은 자꾸 질문을 던지고, 멜라니는 시실리에 대해서 얘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황홀경에 빠져 그녀의 대답에 귀를 기울이곤 했다. 그녀의 입에서 흘러넘치는 말씨에 힘을 줄 때의 고동과 한숨을 좋아했다. 그럴 때면 밀물 썰물 같은 파도에 그들이 함께 휩쓸리는 듯 했다. 어거스틴의 가슴이 벅차올라 그의 행복감을 소리치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느라 애쓰기도 했다.

 

 해는 정오가 가까움을 알리고 있다. 멜라니는 부두 쪽을 바라보았다. 어거스틴은 그녀의 자제력이 되살아남을 느꼈다.

 

 “가야겠소.” 그는 발을 부비며 마지못해 일어섰다.

 멜라니도 일어났다.

 “다시 와도 괜찮겠소?” 그가 물었다.

 “좋으시다면.” 그녀는 수줍게 말했다.

 “당신은 아름다워. 당신의 바구니를 들어다 줄까?”

 “아녜요. 내가 들고 가지요.”

 

 그들은 말없이 오두막집을 향해 조금씩 발을 옮겼다. 그들의 침묵은 두 사람을 서로 비틀어 매는 또 다른 고리로 이어지는 듯 했다. 두 사람은 새장 옆에 놓아 둔 바구니가 있는 곳까지 왔다.

 

 “카나리아, 고마워요.” 그녀가 말했다.

 

 두 사람이 똑같이 그 새장을 잡으려고 몸을 구부렸다. 그 동작 때문에 그들의 몸이 부딪쳤다. 어거스틴의 어깨가 소녀의 팔을 쓸었다. 제각기 놀란 그들은 몸에서 힘이 모두 빠져나가는 듯했다. 그들은 마비된 사람들처럼 새장 위에서 당황했다. 그들 사이를 흐르는 똑같은 생각은, 삶의 활력소이며 죽음처럼 피할 수 없는 사랑의 약속으로 그들을 융합하고 있었다.

 

 카나리아가 다시 또 퍼덕였다. 몸을 먼저 움직인 것은 멜라니였다.

 

 “아아...” 그녀는 새장의 손잡이를 쥐면서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어거스틴에게 등을 대고 서서 그 새장을 잡고 똑바로 서 있었다. 그녀의 고개가 숙여졌다.

 아직도 요동이 가라앉지 않은 어거스틴은 억지로 힘을 냈다. 그는 자기 머리 위의 장미화관을 벗어 멜라니의 발치에 던져 버리고, 불안정한 걸음걸이로 뜰을 지나 비아 코엘레스티스로 가는 길목으로 걸어 올라갔다.

 

 오직 카툴루스의 시구만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주피터의 사제가 외어대던 주문처럼, 그는 도취되어 외우고 또 외웠다.

 

 “위대하도다. 그대의 앞날에 기다리고 있는 비할 데 없는 환희여.” (다음 호에 계속)

 

 (사진) ▲‘나는 미워하고 사랑한다’(Odi et amo): 로마의 서정시인 카툴루스의 두줄 짜리 시. 참새를 보고 슬퍼하는 레스비아의 모습을 그린 네덜란드 화가 알마 타데마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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