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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yoon
(포토에세이)121. 알함브라궁의 영혼의 산책?Spiritual Walk in the Palace Alhambra
knyoon

 

    멀리 시에라 네바다 산맥 위엔 흰 눈이 그대로 있는데, 사월의 훈풍에 라일락 향기가 이역에서 찾아 온 우리부부에게 다정하게 스며든다. 참 멀리도 찾아왔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향해 가는 우리의 여정 치고는 많은 시간을 이곳에 나누고 있다.

 

 

알함브라는 아랍어로 붉다는 뜻이며 알함브라궁은 붉은 성채를 의미한다.  이 성을 붉은 에머랄드 성이라고도 하는데, 그곳에 가보면 알게 된다. 낮에는 올리브나무와 전나무, 아이비 덩굴로 덮인 에머랄드 빛 성채가 밤이면 붉은 횃불같이 타오르는 모습을 보게 되므로.

세계문화유산의 하나이며, ‘세계 7대 불가사의’ 후보에 든 스페인 땅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성. 그나마 호텔에서 예약해주지 않았다면 들어가지도 못할 뻔했다. 아침부터 오후 2시까지는 3,300명, 오후엔 2,100명, 저녁엔400명만 입장시키기 때문이다.

 1492년, 기독교국토회복운동의 기치를 든 스페인의 페르디난드왕과 이사벨라 여왕부부가 알함브라성에 무저항으로 입성했고, 성채 입구엔 그들의 손자인 카를로스5세가 지은 궁전이 문 앞을 가로막고 서 있다. 마치 비싸게 주고 산 불후의 명작 그림 위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려고 덧칠해 놓은 듯 어울리지 않았다.

기독교문화에 젖어 살아 온 우리에게 이 알함브라궁은 완전히 이질적인 무슬림 문화의 환타지에 빠지게 했다. 보라빛 등꽃이 신부의 화관처럼 늘어진 무지개문을 들어서자 맑은 하늘에 슬프게 울려오는 타레가의 클래식 기타가 내 마음의 줄을 타고 들려온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버림 받고 이곳에 와서 달밤에 작곡하여 부른 <알함브라 궁의 추억>은 이 궁의 뜰을 거니는 동안 구석구석에 울려 퍼지고.

가슴이 떨리게 하는 타레가의 트레몰로 조(비브라토, 진동음조)는, 이 궁의 여름 별장인 헤네랄리페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클라이맥스에 이른다. 

네바다 산꼭대기에서 지하수로를 따라 흘러 온 물들이 양편에서 열두 줄기의 분수로 내뿜는 대리석 십자가길 위에 넘쳐 흐르고.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물 가에 핀 온갖 꽃들과 새들의 교향악에 타레가의 기타 음율이 춤추는 듯 흐느적거린다. 

트레몰로, 샘물의 트레몰레!

 

 

     

이 영원한 샘물은 또한 이 나라의 성녀 데레사가 쓴 <영혼의 성>에 나오는 제일궁실 같다. 그 궁실에서 올리는 묵상의 적극적인 기도의 고뇌가 마치 수원지의 물을 이 먼 곳에 있는 물통에까지 끌어들여야만 하는 힘겨움에 비길 만 하다. 세상의 모든 즐거움은 물가에 피고 지는 꽃과 풀들에 지나지 않게 된다. 

트레몰로, 허무한 꽃들의 트레몰레!

 

그 고통을 이기고 수동적인 관상의 세계를 보이는 곳은 바로 ‘정의의 방’을 지나자 활짝 트인 긴 연못이다. 사막 시절에 그리던 오아시스를 인위적으로 물을 끌어들여 만든 것으로, 직사각형의 못 둘레에 심은 낮은 키의 관목에서 이름한 ‘관목숲의 뜰’ 혹은 ‘코마레 궁전의 연못’이라고도 부른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연못 주위를 거닐어도, 궁전의 지붕과 야자수가 비취는 데도, 이슬람 전통건축으로 대칭과 비례를 정확하게 측정해 지은 건물이 다 들여다 보여도 수면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오아시스에 물을 끌어들인 환희와 자만을 감추고 관상의 기도 속에 잠겨 있는 듯.

트레몰로, 기도의 트레몰레!

 

 

 

성녀 데레사가 겪은 ‘영혼의 어둔 밤’은 열두 지파의 상징인 열두 사자의 입에서 각 궁실로 이어진 수로에 물을 대주는 사자궁의 분수를 지나 방마다 분수가 설치된 방들을 돌아볼 때이다. 한 귀퉁이가 헐겁게 흘러 내릴 듯 버티고 있는 아벤세라헤 궁실의 둥근 천장엔, 팔각형의 별을 두 개 겹쳐 놓은 벌집모양의 원형천장. 우주와 같은 둥근 천장에 박힌 보석들이 어둔 밤의 희망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트레몰로, 별들의 트레몰레!

  

 

 

성벽 종탑 위엔 기마병 조각상의 풍향계가 적이 오면 방향을 알려주었다는 곳, 그 외에도 한없이 많은 전설을 다음에 풀어보기로 하고 알함브라궁을 나섰다. 너무 아쉽지만 저녁 티켓까지 구입하기엔 너무 비싸다. 그래도 어둠 속에 서 있는 알함브라궁의 모습을 보려고 해가 저문 후, 맞은편 알바이신 마을로 택시를 타고 올라갔다.  

   알함브라 궁은, 낮의 에머랄드 빛 옷을 붉은 빛으로 갈아입고 더 화려하고 처연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불타는 듯한 알함브라궁을 바라보며, 이 신비에 쌓인 예술작품 같은 궁성을 떠나야 했던 나시르 왕조의 마지막 왕 ‘보압딜의 마지막 한숨’이 들려온다. 보압딜은 왜 불타는 듯한 밤 사진처럼 이 궁성을 불태워 버리고 떠나지 않았을까?  

하기야 불꽃 속에 사라지지 않았기에 우리는 그 붉은 영혼의 성을 산책할 수 있었고, 너무나 맑아 달빛처럼 슬픈 타레가의 기타 소리도 듣긴 했지만. 

영혼의 트레몰레, 영혼의 성 알함브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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