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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go
영혼의 자서전-김정수 문협회원
gigo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화창하던 하늘이 회색빛으로 변했다. 창 밖의 초목들은 거센 바람에 몸을 떨며 휘청인다. 아들의 서른 세 살 생일 아침이다. 혼자서 커피를 마시며 일기를 쓰다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들은, 아빠가 고국 방문 중이라 혼자 있는 엄마가 걱정스러운지 자주 안부를 물어 온다. 내가 벌써 아들에게 걱정을 끼칠 만큼 나이를 먹었나 싶어 고마우면서도 울적해진다. 외로운가? 한 순간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외로움. 그렇다. 난 외로운 것이 아니라 고독을 사랑하는 것이라며 고집부리고 있다.

 

어렸을 때, 교회 학교에서 “인간은 신의 피조물”이라는 가르침에 심한 반발감을 느꼈었다. 왜 내가 세상의 주인이 아니고 신(神)의 뜻에 의해 장난감처럼 만들어진 존재인지 자존심이 상했다. 그때부터 나 홀로 끝이 보이지 않는 고독한 싸움을 시작했던 것일까? 무조건적인 믿음을 가질 수 있었더라면 차라리 고뇌에서 일찌감치 벗어나 편한 삶을 살 수도 있었을 텐데.  

‘그리스인 조르바’의 작가로 알려진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영혼의 자서전’은, 나의 고독한 투쟁이 결코 외롭지 않다는 걸 위로하기 위해 주어진 선물임이 틀림없다. 영혼의 방랑자들에게 보물처럼 주어진 비밀문서와도 같다. 우리의 영혼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신은 무엇인지를 추구하는 작가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영혼의 유랑기(流浪記)이기도 하다.
카잔차키스는 이 책에서 평생 오직 하나의 길, 오름길만이 신에게로 다가가는 길이라고 확신하였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사용해서 더럽혀진 ‘신’이라는 어휘의 내용을 선명하게 파악하지 못했던 능력의 한계 때문에 자주 주저하곤 했지만 신에게로 올라가는 길, 그러니까 인간 욕망의 가장 높은 산봉우리를 향한 길에 대해서는 전혀 주저함이 없었다고 한다.

 

터키의 점령하에 있던 크레타 섬. 그곳에는 두 민족 간의 반목과 살육이 끊이지 않았다. 그 속에서 숨죽여 떨어야 했던 어린 카잔차키스에게 드리운 두려움과 공포. 그것이 삶 내내 그로 하여금 신이 무엇인지를 찾아 헤매는 절박함이 되지 않았는지. 20대의 카잔차키스가 친구인 앙겔로스와 함께 신을 찾겠다고 수사들만 사는 아토스산*으로 순례의 길을 떠나는 대목은 그래서 더욱 감동적이었는지 모른다. 두 사람은 수사들이 잠든 뒤에도 손님방에서 매일 밤 위대한 정신적 주제와 신에 도달하는 길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어두운 구석에서 쪼그리고 앉아 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던 한 수사가 이렇게 외쳤다. “여기 앉아서 당신들이 하는 얘기를 영원히 들었으면 좋겠군요. 난 다른 천국을 원하지 않아요.” 반복되는 ‘신’과 ‘사랑’과 ‘의무’라는 말에, 무엇보다 두 사람의 목소리에서 전달되는 열정과 진지함에 감동하여 일상적인 수도 생활에 젖어 살던 수사는 가슴 저린 통증을 느꼈다. 고행 중인 수사들 또한 ‘구원’과 ‘신’에 대한 확신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신은 무엇일까? 지상의 불확실성인가? 하지만 비록 오랫동안 투쟁을 했어도 카잔차키스는 이 비극적인 질문에 대해서 명확한 해답을 얻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그는 끊임없이 구원을 추구한 사람이었다. 심지어 붓다의 가르침을 통해 구원으로부터 구원받기를 원했으나 여전히 뼛속 깊숙이 스며있는 기독교적 구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자신의 작품 목적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오로지 구원이라고 외치기까지 하였다. 그는 기독교와 불교 사상, 니체 철학을 두루 섭렵하며 영혼 구원의 길을 찾고자 한 진정한 문학의 구도자였다.

 

“나는 신과 싸우게 되어서 기뻤다. 그는 흙을 빚어 세상을 창조했고, 나는 어휘를 빚는다. 신의 인간은 죽지만 내가 창조한 인간은 살리라”라고 절규하는 부분에서는 글을 쓰는 한 사람으로서 절절하게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하루의 일이 끝났으니 나는 연장들을 거둬들인다. 다른 흙덩이들이 와서 투쟁을 계속하게 하라”는 구절에서는 끝내 해답을 얻지 못한 그의 처절함이 느껴져 나도 덩달아 울컥했다.

영혼의 문제를 인생의 화두로 생각하는 사람 중에는 과학적, 철학적 근거로 입증된 사실이나 논리를 인정하면서도 신을 인식하는 사안에서만은 고전적인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이다. 카잔차키스 역시 그것을 벗어나려 했으나 ‘영혼의 자서전’ 곳곳에서 외치는 소리를 통해서 끝내 벗어날 수 없었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의 묘비에는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라고 새겨져 있다고 한다. 그 문구가 내게는 죽음으로써 더 이상 투쟁하지 않고 편해졌다는 의미로 다가와 공연히 가슴이 아프다.

 

많은 것이 우연성에 의해 일어난다고 생각하면서도 신과의 접촉점을 꾸준히 찾고 있는 나의 삶도, 그의 삶과 비슷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끝없는 고독의 여정이 펼쳐지리라 예상되지만 나 또한 이대로 돌아가기엔 너무 높은 오름길에 발을 들여놓은 듯하다. 그 길은 ‘나’라는 자의식을 가진 흙덩이가 비록 가루가 되더라도 생명이 있는 날까지 계속 올라가야 할 길이다. 그것을 인식하고 있기에 발길을 멈출 수 없다. 성공한 곳은 떠나고 실패한 곳으로 돌아가라고 하지 않았는가.
“가장 많은 바다와 가장 많은 대륙을 본 사람은 행복하므로. ”


*에게해에 접한 아토스산은 그리스 정교회 수도원들이 있는 신성한 산. 현재도 수 천명의
수사들이 철저한 금욕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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