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 과정에서 모세와 이스라엘은 여호와 하나님을 믿지 못하는 존재로 부각된다. 바로왕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그런 존재를 여호와의 은혜로, 그분의 언약에 따라 구출해 내는 이야기가 출애굽기다. 때문에 이집트 탈출기는 저주 받아 마땅한 속성을 갖고 태어난 성도들이, 예수의 피, 즉 유월절 사건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는 이야기로 읽어낼 수 있다.
여호와 하나님께서는 출애굽을 앞두고 모세를 불러 “내가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주기로 맹세한 땅으로 너희를 인도하고 그 땅을 너희에게 주어 기업을 삼게 하리라. 나는 여호와라 하셨다 하라”고 말씀하셨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전달하라는 내용인데, 바로왕의 억압 아래 고통 받으며 살고 있는 그들에게 진짜 세상의 왕, 통치자가 누구인지 보이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을 전적으로 믿지 않았다는 점에서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은 바로왕과 큰 차이가 없다.
“모세가 이와 같이 이스라엘 자손에게 전하나 그들이 마음의 상함과 가혹한 노역으로 말미암아 모세의 말을 듣지 아니하였더라”. (출애굽기 6장)
“바로가 이르되 여호와가 누구이기에 내가 그의 목소리를 듣고 이스라엘을 보내겠느냐 나는 여호와를 알지 못하니 이스라엘을 보내지 아니하리라”.(출애굽기 5장2절)
“모세가 여호와 앞에 아뢰어 이르되 이스라엘 자손도 내 말을 듣지 아니하였거든 바로가 어찌 들으리이까. 나는 입이 둔한 자니이다”(6장 12절).
출애굽기 3장에 여호와께서 광야에서 살던 모세를 부르시는 장면이 나온다.
“내가 너를 바로에게 보내어 너에게 내 백성 이스라엘 자손을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게 하리라. 모세가 하나님께 아뢰되 내가 누구이기에 바로에게 가며 이스라엘 자손을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리이까”(3장 10~11절).
끈질기게 말씀하시는 여호와께 모세는 “대답하여 이르되 그러나 그들이 나를 믿지 아니하며 내 말을 듣지 아니하고 이르기를 여호와께서 네게 나타나지 아니하셨다 하리이다”(4장1절) 하고 핑곗거리를 찾는다. 입이 뻣뻣하고, 혀가 둔하고, 말 솜씨가 없고 등등.
그는 하나님의 말씀과 약속에는 관심이 없고, 애굽의 왕자에서 한순간의 사건 때문에 광야의 양치기로 전락해 살아가는 자신의 초라한 모습에만 매몰돼 있었다.
모세가 계속 머뭇거리자 여호와께서는 지팡이를 던져 뱀이 되게 하시고, 그것을 잡게 하시며, 또한 손에 나병이 들게 하셨다가, 낫게 하시는 등 여러 이적을 보여주셨다. 그런 기적에도 이스라엘 사람들이 믿지 않으면 나일강 물을 떠서 땅에 부으면 피가 되게 하겠다고 약속하셨다.
그러나 고래심줄 같은 끈질김이라는 측면에서 모세도 여호와께 결코 지지 않는다.
“모세가 여호와께 아뢰되 오 주여 나는 본래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자니이다. 주께서 주의 종에게 명령하신 후에도 역시 그러하니 나는 입이 뻣뻣하고 혀가 둔한 자니이다. 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누가 사람의 입을 지었느냐 누가 말 못 하는 자나 못 듣는 자나 눈 밝은 자나 맹인이 되게 하였느냐. 나 여호와가 아니냐 이제 가라. 내가 네 입과 함께 있어서 할 말을 가르치리라. 모세가 이르되 오 주여 보낼 만한 자를 보내소서. 여호와께서 모세를 향하여 노하여 이르시되 레위 사람 네 형 아론이 있지 아니하냐”(4장10절~).
죽어도 못 간다고 버티는 모세에게 여호와께서 노하셨다. 그리고는 형 아론과 같이 가라고 말씀하신다.
아론과 함께 바로를 찾아가서도 모세의 마음을 크게 변하지 않는다. 애굽에게 나가게 해 달라는 요청에 화가 난 바로가 이스라엘 백성을 더 학대하기 시작하자 모세는 “여호와께 돌아와서 아뢰되 주여 어찌하여 이 백성이 학대를 당하게 하셨나이까, 어찌하여 나를 보내셨나이까. 내가 바로에게 들어가서 주의 이름으로 말한 후로부터 그가 이 백성을 더 학대하며 주께서도 주의 백성을 구원하지 아니하시나이다”(5장22~23절) 하고 불평했다.
출애굽기 6장에서는 “모세가 여호와 앞에 아뢰어 이르되 이스라엘 자손도 내 말을 듣지 아니하였거든 바로가 어찌 들으리이까 나는 입이 둔한 자니이다”,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나는 여호와라 내가 네게 이르는 바를 너는 애굽 왕 바로에게 다 말하라. 모세가 여호와 앞에서 아뢰되 나는 입이 둔한 자이오니 바로가 어찌 나의 말을 들으리이까” 라는 장면이 반복된다.
이스라엘을 구원하겠다는 모세의 전언을 들은 백성들은 출애굽기 4장에서 여호와 하나님을 경배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하나님을 믿지 않는 일에, 또 그분께서 하시겠다고 약속하신 일을 신뢰하지 않는 데 백성들도 모세 보다 덜하지 않았다.
“아론이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신 모든 말씀을 전하고 그 백성 앞에서 이적을 행하니 백성이 믿으며 여호와께서 이스라엘 자손을 찾으시고 그들의 고난을 살피셨다 함을 듣고 머리 숙여 경배하였더라”(4장 30~31절).
여호와를 경배했다던 그들은 바로의 학정 때문에 삶이 힘들어지자 곧바로 모세와 아론에게 대들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이르되 너희가 우리를 바로의 눈과 그의 신하의 눈에 미운 것이 되게 하고 그들의 손에 칼을 주어 우리를 죽이게 하는 도다. 여호와는 너희를 살피시고 판단하시기를 원하노라”(5장 21절).
“모세가 이와 같이 이스라엘 자손에게 전하나 그들이 마음의 상함과 가혹한 노역으로 말미암아 모세의 말을 듣지 아니하였더라”(6장9절).
그러나 출애굽 사건이 복음의 핵심인 이유는, 모세와 이스라엘의 불신과 관계없이 여호와 하나님의 자기 증명, 언약을 신실하게 이끌어 가시는 데는 한 치의 망설임이 없으시다는 점에 있다.
“내가 바로의 마음을 완악하게 한즉 바로가 그들의 뒤를 따르리니 내가 그와 그의 온 군대로 말미암아 영광을 얻어 애굽 사람들이 나를 여호와인 줄 알게 하리라 하시매”(14장 4절)
“그들이 또 모세에게 이르되 애굽에 매장지가 없어서 당신이 우리를 이끌어 내어 이 광야에서 죽게 하느냐 어찌하여 당신이 우리를 애굽에서 이끌어 내어 우리에게 이같이 하느냐 우리가 애굽에서 당신에게 이른 말이 이것이 아니냐 이르기를 우리를 내버려 두라 우리가 애굽 사람을 섬길 것이라 하지 아니하더냐. 애굽 사람을 섬기는 것이 광야에서 죽는 것보다 낫겠노라”(14장 11~12절).
심지어 이스라엘 백성들은 애굽의 사람과 짐승까지, 모든 장자들이 죽는 유월절 사건을 경험하고도 홍해가 앞길을 가로막자 원망을 쏟아낸다. 차리리 애굽에서 노예로 살다가 죽도록 내버려뒀으면 더 좋았다는 탄식이다.
끝까지 믿지 못하고 십자가 앞에서 도망간 제자들,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면 십자가에서 내려와 보라’고 조롱했던 자들의 모습이 애굽을 탈출한 이스라엘 속에 그대로 들어 있다.
그런데 출애굽 당시 모세에 대한 하나님의 평가는 히브리서 11장 24~27절에 완전히 다르게 적고 있다.
“믿음으로 모세는, 어른이 되었을 때에, 바로 왕의 공주의 아들이라 불리기를 거절하였습니다. 오히려 그는 잠시 죄의 향락을 누리는 것보다, 하나님의 백성과 함께 학대 받는 길을 택하였습니다. 모세는 그리스도를 위하여 받는 모욕을, 이집트의 재물보다 더 값진 것으로 여겼습니다. 그는 장차 받을 상을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믿음으로 그는, 왕의 분노를 두려워하지 않고 이집트를 떠났습니다. 그는 보이지 않는 분을 마치 보는 듯이 바라보면서 견디어 냈습니다.”(새번역)
출애굽기의 기록과는 딴판인 이유는 26절에 나타나 있다. 모세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받은 모욕, 수치, 치욕”이란 구절이다.
그것은 모세가 실제로 걸어갔던 길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직접 사람이 되셔서 죄인들을 위해 당하신 고난이며, 몸소 받으신 모욕에 대한 이야기다. 그 느닷없는 구원의 과정에 모세는 피하고 내빼려 노력했지만 결국 휘말려 들었던 것이다. 여호와 하나님의 믿음과, 그분의 언약에 질질 끌려간 모세에 대해 하나님께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다 일하신 뒤에 모세를 ‘믿음의 용사’였다고 칭찬하고 있다. (사장/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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