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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ho2017
'베를린의 여인 (A Woman in Berlin)' (3)
youngho2017

WWII - 전쟁과 여인의 운명 (IX)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여성'.

강간과 약탈은 국가 전체를 흔드는 전략

 

 

 

(지난 호에 이어)

   미망인이 이 집이 마치 들락날락 하는 기차역 같다고 투덜거린다. 이때 무솔리니가 교수형을 당한 소식이 들린다. [註: 베니토 무솔리니(Benito Mussolini, 1883~1945)는 1945년 4월 28일 게릴라에게 사로잡혀 다른 측근들 그리고 그의 정부 클라라 페타치와 함께 총살당해 죽었다.]

   A 내레이션: 안드레이 소령은 기뻐서 떠났고 그때 아나톨 대위가 나타났다. 우두머리 수컷 둘을 중간에서 만날 때는 죽을 것같이 두려웠다. 소령은 날 강간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자신의 뜻으로 그에게 맡기고 그의 처분을 따랐을 뿐… 창녀? 아마도 인생에서 한 번 만났을 뿐이다. 사람들은 나쁘다고 말하지 않았다. 무슨 의미냐구? 나쁘다는 뜻이다." [註: 아마도 매춘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대가 없지만 평화로운 상황에서는 절대 이런 상황에 있지 않을 것임을 인정하고, 합의된 성 관계는 매춘과 비슷하지만, 전쟁 상황에서는 도덕적으로 용인된다는 그런 뜻이 아닐까…]

   어느 날 물을 길러 길거리를 걸어가는 A를 부르는 여인이 있다. 바로 친구 엘케(율리아네 쾰러)다. A 내레이션: 엘케의 방문으로 우리는 환호했다. 소령의 당번병이 보초를 서는 동안 평화롭게 그의 차를 마실 수 있었다. 좋은 세계다. 여자들이 오랜만에 남편 얘기, 매독에 대한 얘기, 그리고 성생활에 대한 얘기 등을 나누며 가장 중요한 것이 뱃속이라며 파안대소를 하고 떠든다.

   장면은 안드레이 소령이 새 임무에 관한 서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A가 어디로 갈 거냐며 계속 보호해 줄 수 있느냐고 묻는다. 어디든 나를 필요로 한다고 대답하는 안드레이.

 

 

   내레이션: 특별한 저녁을 같이 보냈다. 즐거운 대화… 그는 감탄했다고 했다. 다른 아무것도 그에겐 중요하지 않았다. 독일인과는 달리 러시아인은 배운 여자를 알아줬다. 그러나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미망인이 A에게 도움이 필요하다고 찾아온다. 러시아군이 통역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내 마을에서 독일군이 모든 아이를 죽였다. 간단히 칼로 찔렀다. 아이 다리를 잡고 벽에 던져서 머리를 박살냈다." 여인이 묻는다. "들었나요? 아니면 봤나요?" 직접 봤다고 말하는 병사. 그의 눈에는 독기가 서려있어 당장에라도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다. 이에 서둘러 도망치는 여인. 뒤에 대고 '속옷을 벗어놓고 왔냐?'며 희롱하는 러시아군.

   거리로 뛰쳐나온 A는 길거리에서 벌어지는 참담한 광경을 목격한다. 노파가 굶주림에 허덕이며 음식 쓰레기통을 뒤지고, 또 한 여자는 러시아군에게 끌려가면서 가족이 있다고 말해달라고 애걸하고…

   가다가 안드레이를 만나지만 부하가 부르는 바람에 "구 독일은 끝났다"는 말을 남기고 가자, 홀로 남은 A에게 옆에 있던 마샤가 "그에게 손 벌리지마!"라고 말한다. A는 "그가 내게 왔지, 내가 가지 않았어"라고 말하자 꺼지라고 욕을 하는 마샤. "왜?"라고 묻자 "아내 자격이 안 돼."라고 대꾸하는 마샤. 질투심에 가득 차 금방 죽일 듯한 태도다.

 

 

   이때 방송이 나온다. "베를린 시민 여러분. 1945년 4월 30일 총통(아돌프 히틀러)이 자살했습니다. 그에게 맹세한 여러분의 충성심은 버림받았습니다. 여러분! 총통의 마지막 명령은 베를린 방어이지만 전체 상황이 무기와 탄약의 부족으로 더 이상의 싸움은 절대적으로 무의미합니다. 싸우는 매 시간마다 베를린 시민과 부상자의 고통이 연장될 뿐입니다. 이제부터 '베를린 전투'로 인한 죽음이나 희생은 없습니다. 소련군대의 최고 명령에 합의하여 모든 전투 작전을 즉각 중단합니다. 저는 '헬무트 바이틀링' 포병장군이며 베를린 방어사령관입니다."

   [: 베를린 방어사령관 헬무트 바이틀링(Helmuth Weidling, 1891~1955) 장군은 430 아돌프 히틀러의 자살 51 요제프 괴벨스의 자살 사실을 52 소련군 바실리 이바노비치 추이코프(Vasily Ivanovich Chuikov, 1900~1982) 중장에게 알리고 협상을 했다. 추이코프 장군은 '무조건 항복' 문서로 작성하게 했으며 내용이 당일 아침에 그대로 발표되었다.

   바이틀링 장군은 소비에트 연방 대법원의 군법 판결에 의해 25 형을 선고 받고 블라디미르 KGB감옥에서 복역 1955 1117일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한편 추이코프 장군은 1940 12월에 중국의 장제스(蔣介石, 1887~1975) 국민당 총수의 항일전쟁을 돕기 위한 군사자문으로 파견되었던 인물이다. 추이코프는 스탈린그라드 전투, 바그라티온 작전 등에서 대승을 거두어 1944, 1945 번에 걸쳐 소련 최고의 영웅 타이틀을 수상하였으며, 1955 소련군 원수가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묘사한 영화가 올리버 히르슈비겔 감독의 '다운폴(Downfall, 2004)'이다. 영화에 율리아네 쾰러(Juliane Kohler·59) 히틀러의 정부인 에바 브라운 역으로 출연했다.]

 

 

   이때 장면은 여인들의 절망에 가득 찬 모습을 천천히 살피고 지나간다. 반대로 "8군단 붉은 군대 병사 장교 동지들! 오늘 아침 베를린 수비대가 항복했소. 베를린은 패했소." 이에 거리는 온통 승리를 축하하는 환호 속에 러시아 국가를 부르며 춤추는 러시아군 일색이다. 안드레이, 몽골병, 마샤 등도 마찬가지다. 마샤는 승리를 축하하는 거리에서 냅다 안드레이에게 달려가 진한 키스를 퍼붓는다.

   장면은 생선 넙치 두 마리를 갖고 여자들 아파트로 간 러시아병들이 "한 마리는 히틀러, 다른 한 마리는 괴벨스"라고 말한다. 이 파티 자리에서 안드레이가 피아노를 연주한다.

   내레이션: 항복이다. 오랜 시간 끝에 전쟁은 끝났다. 우리 여자들이 얼마나 기다렸나… 하지만 지금 아주 쓰라린 패배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처참함을 얘기했다. 어떤 섬뜩하고 사악하고 위협적인 기운이 감도는 게 느껴진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하기 싫다.

   안드레이가 일기를 쓰고 있는 A에게 와서 다 끝났냐고 묻는다. 여인은 "불행이 키운 상상력이 두렵다"고 대답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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