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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ho2017
"25시" (The 25th Hour) (상)
youngho2017

WWII - 전쟁과 여인의 운명(V)

'하나님의 구원조차도 차단이 된 최후의 시간'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겪는 기구한 인생유전

 

 

 

   우리나라를 '제2의 고향'이라고 언급할 만큼 잘 알려진 루마니아 작가 게오르규의 소설 "25시(The 25th Hour·1949)"가 1967년 앙리 베르누이 감독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MGM사 배급. 제작 카를로 폰티. 주연 앤서니 퀸, 비르나 리시. 러닝타임 113분. [註: 물론 원작소설을 각색한 영화이니만큼 내용은 큰 줄거리만 따라가고 곁 이야기는 생략했음을 인정하고 보아야 한다.]

   배경은 1939년 3월15일 루마니아의 작은 마을 폰타나. 순박한 농부 요한 모리츠(앤서니 퀸)의 둘째 아들 안톤의 세례식이 있는 날이다. 세례식이 끝나자마자 마을은 온통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 루마니아 민속춤으로 흥겨운 잔치가 벌어진다.

 

   그때 마을 경찰서장 도브레스코(그레구와 아슬란)가 말을 타고 와서, 춤추고 있는 요한의 아름다운 아내 수잔나(비르나 리시)에게 눈독을 들이고 음흉한 웃음을 짓다가 떠난다. [註: 그레구와 아슬란(Gregoire Aslan, 1908~1982)은 '왕중왕(1961)'에서 헤롯왕, '클레오파트라(1963)'에서 여왕을 독살하려다 발각돼 죽는 꼽추 포티누스 역, '로스트 코맨드(1966)'에서 알제리 반군의 치과의사로 나오는 등 11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한 스위스 태생 아르메니아계 배우이자 음악가이다.]

   이 때 승용차 한 대가 마을에 들어온다. 작가인 트라얀과 부인 로라가 세례식에 참석하러 온 것이다. 아기를 보러 집안으로 들어오는데 라디오에서 독일이 체코를 침공했다는 아돌프 히틀러의 발광적인 연설이 흘러나온다.

 

 

   루마니아 정교회의 신부(神父)인 코루가(리암 레드몬드)가 아들 트라얀(세르지 레기아니)에게 "성경에도 있듯이 사람이 할 일은 다 때가 있는 법"이라며 소설을 계속 쓰기를 권하는데, 트로얀은 "큰 태풍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어디서 우리를 날려버릴 지 알려야 할 시간이에요"하고 대답한다.

   어머니가 "하루는 24시간 밖에 안 되니 부디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고 타이르자 트라얀은 "24시는 이미 낭비해 버렸어요. 이젠 25시인데 과연 누가 살아남을지 걱정입니다"하고 대답한다. [註: 영화의 첫 시작부터 등장하는 이런 심각한 대화는 '25시'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에 대한 관객들의 궁금증을 먼저 풀어주려는 의도이지 싶다.]

 

 

   며칠 후, 요한이 제분소에 가고 없는 사이에 도브레스코 경찰서장이 요한의 집에 찾아와 벽돌을 만들고 있는 수잔나에게 흑심을 품고 딴죽을 걸지만 퇴짜를 맞자 언젠가는 자기를 필요로 할 지 모른다고 내뱉곤 떠난다. 그 날 오후 여느 때처럼 싱글벙글 돌아온 요한은 경찰서로부터 출두명령서를 받는데….

   그 다음날, 마차를 끌고 경찰서로 가는 요한…. 이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수잔나…. 그러나 이것이 마지막 이별이 될 줄이야!

 

 

   변호사인 30세 마르코 골든버그(조지 로더윅)와 44세의 농부 요한 모리츠를 유대인과 불순분자 검속법(檢束法, 재판도 없이 미리 검사하여 단속하는 반인권법)에 따라 노동수용소에 송치한다는 폰타나 경찰서장 니콜라이 도브레스코 명의로 된 공문을 읽던 부하가, 요한은 유대인이 아니며 단지 코루가 신부가 총애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내가 바로 이곳의 법'이라며 경찰서장이 서명하는 즉시 마차에 실려 송출되는 두 사람….

   그런 후, 틈만 나면 수잔나 집을 찾아와 집적대는 경찰서장은 번번이 쫓겨나지만, 자기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권력을 이용하여 무고한 사람을 해코지하는 전형적인 부패의 표상이다. 미모의 부인을 가로채기 위해 그 남편을 유대인으로 만든 경찰서장의 허위 문건 때문에 평화롭고 행복하던 한 가정의 비극은 이렇게 시작된다.

   변호사 골든버그와 수용소에서 헤어지고 유대인 강제노동수용소에 끌려간 요한은 자기는 유대인이 아닌 루마니아인이며 행정 실수로 끌려왔다며 항변하지만 그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오히려 수용소를 빠져나가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비겁한 유대인 취급을 당한다. 하지만 스스로 노예는 아니라고 자위하며 오히려 이 수로가 개통되면 아내와 아이들을 데려와 자랑스럽게 보여주겠다는 순진한 요한.

 

 

   한편 수잔나는 장관실을 찾아가 하소연 하는 등 숱한 탄원을 하지만 누구 하나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 그런 한편 모리츠도 계속 편지를 보내지만 사전검열에서 모두 폐기된다. 이리하여 사랑하는 부부는 서로 생사 여부도 모르게 된다.

   1940년 10월7일 독일군이 루마니아를 침공하여 폰타나 군사본부가 세워진다. 상사로 진급한 도브레스코가 수잔나의 집에 찾아온다. 총으로 이들을 위협하는 수잔나. 그는 유대인 집은 모두 몰수당한다며 (유대인인) 요한과의 이혼장 서류에 서명하지 않으면 집을 잃게 된다고 위협한다.

   한편 이름도 유대인식 이름인 '얀켈 모리츠'로 바뀐 요한. 지휘관이 부른다고 해서 이제 석방이 되려나 보다 하고 신이 나서 찾아가는 요한. 지휘관은 "여자는 다 그래!"라고 말하며 뜻밖에 수잔나의 이혼서류에 서명하라고 명한다. 그러나 그럴 리가 없다며 철석같이 수잔나를 믿는 요한….

   1년 반 동안 운하를 파는 막노동 일을 해오던 요한에게 날아든 수잔나의 이혼 통고에 상심하여 허탈해 하는 그에게, 그 동안 여러 가지로 친절하게 선의를 베풀어 주었던 것을 고맙게 생각한 아드라모비치 박사(마이어 첼니커)가 조심스럽게 내일 밤 탈출할 몇몇 유대인들과 합류하자고 은밀히 제안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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