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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즈음 내가 제일 요긴하게 쓰고 있는 물건은 딱정이라고 부르는 한국제 로봇 청소기이다. 모양이 흡사 커다란 딱정벌레처럼 생겨서 우리 가족은 그렇게 애칭으로 부르고 있다. 여기서 산 청소기가 소리가 시끄러워서 번거롭던 차에 한국제 로봇 청소기를 써보니 너무도 쉽고 편리해서 주변에 얘기했더니 주위에서도 하나씩 사서 쓰기 시작했다. 


 약 30년쯤 전에 나는 꿈을 꾸었었다. 새해를 맞아 새해소망을 묻는 신문 앙케이트에 국산 카메라 둘러메고 세계 여행하는 거라고 썼었다. 그때만 해도 한국제 카메라는 명함을 내밀만한 형편이 아니어서 독일제나 일본제 카메라에 비해 아주 싸구려 취급에다 저가품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어떤가. 정말 옛날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카메라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등 가정에서 주로 쓰는 가전제품은 한국제가 아주 고급품이라는 인식이 점점 커지고 있다. 냉장고, 세탁기, 스토브, 청소기는 물론이고 밥솥도 전에 일본에 가서 한국 관광객이 일제 밥통 싹쓸이로 하나씩 사 갖고 오던 이야기는 까마득한 옛날 이야기가 된지 오래이다. 


 쌀밥을 어쩌다가 먹는 서양사람들도 간단하고 싼 전기밥솥만 있는 줄 알았다가 우리의 비싼 압력 밥솥을 보고는 놀라움을 표한다. 그리고 김치 때문에 따로 냉장고를 사용한다는 이야기엔 웃음을 터뜨리며 놀라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전 제품점에 가면 한국제는 값비싼 고급반열에 놓여있고 점원들도 추천하곤 한다. 


 최근의 싸이 열풍이 언제까지 갈 것인가 하고 점치는 사람들이 많다. 벌써 3억을 넘어선 유튜브 조회수 역시 놀랍기만 하다. 오늘의 한류 열풍이 그저 일시의 흐름으로 이루어진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멀리 거슬러 올라가 본다면 우리는 신라시대부터 내려오는 화랑도의 후예들이 아니었던가. 예쁘고 잘생긴 젊은이들을 뽑아 무리 지어 경치 좋은 산과 들을 다니며 무예와 풍류를 익힌 것도 어쩌면 걸 그룹이나 아이 돌의 시조가 아닌가 한다. 


 싸이를 위시한 한국 제품과 한류 열풍은, 우리의 기술과 국력을 넘어선 한국 역사와 문화의 저력의 확산이며 코리아라는 국가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아무리 B급 문화라 하던 말던 괴짜 가수인 줄 알았던 싸이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전세계를 뒤집고 세계 대중음악계를 제패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 K 팝, K웨이브, 경제든 체육이든 예술과 전통 문화 등 어느 분야에서든 이런 날을 이미 세종대왕은 예측하였을 것이다. 싸이가 어렸을 때 그에게 한글을 가르친 이에게 축복 있으라. 그에게 낙심하지 않고 주눅들지 않게 교육한 그의 부모에게 기쁨 있으라고 말하고 싶다.


 방송인 강호동은 5년 전 무릎팍 도사에서 당시 삶의 목표에 대해 고민하는 싸이에게 그의 성공을 기원하며,  2100년 국어사전에 ‘싸이 스타일’이 등재될 것이라고 예언했는데 이미 지난13일 미국의 시사잡지 타임지가 인터넷판에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금주의 중요한 단어로 선정 등재하였다. 


 강호동은 또 “선배를 따라가지 말고 싸이 스타일로 가라”는 해결책을 내놓았다고 한다. 싸이 스타일은 시대를 앞서가는 선구자적 스타일, 모험적이며, 기죽지 않는 배짱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뉴욕의 록펠러 센터 플라자에서의 공연 때 익스큐즈미 라고 하며 마이크에 대고 ‘대한민국 만세’ 라고 말하는 모습은 귀엽기 조차했다. 


 일찍이 김구선생은 백범 일지에서 민족 문화의 우수성을 언급하며 우리 민족의 문화강국으로서의 꿈을 그리며 이렇게 말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이 주연배우로 세계의 무대에 등장할 날이 눈앞에 보이지 아니하는가. 앞으로는 세계 인류가 모두 우리 민족의 문화를 이렇게 사모하도록 하지 아니하려는가.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그리고 시인 황순원은 꿈이란 시에서 이렇게 썼다.


  “꿈! 어젯밤 나의 꿈 / 이상한 꿈을 꾸었노라 / 세계를 짓밟아 문지른 후 생명의 꽃을 가득 심고 / 그 속에서 마음껏 노래를 불렀노라.” 


 꿈을 꾸지 않는다면  이룰 것도 없다.  우리는 모두 꿈꾸기 위해 여기 있는 것이다.  (2012)

 

2015-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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