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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專攻醫)들이 환자진료를 거부하는 집단행동에 나섰다. 정부 당국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법(法)에 부여된 의무(義務)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한 뉴스타이틀이 대문짝만하다. 상투적(常套的)인 단어로 여겼을는지 모르지만 의료인(醫療人)들은 ‘사랑과 우정 그리고 평화의 상징’이었다.

정부는 “의사가 부족하니까 의대 정원을 늘려서 배출되는 의사가 많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의사들은 “의사 수 안 모자란다. 안 늘려도 된다”는데, 쌍방(雙方)의 견해가 엇갈린다. 지금 의료계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건 필수 의료인력 부족인데, 의사들이 기대하는 돈은 안 되고, 노동 강도는 높은 필수 의료분야에는 안 간다고 한다. 그래서 대형병원에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라고 부르는 과목에 의사가 없다는 거다. 전공의(專攻醫) 인기과목도 힘들고 위험한 수술을 하는 필수분야는 지원자가 점점 줄어들고, 업무 부담이 적고 편한 ‘정신건강의학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로 학교 성적 최상위 학생들의 지원이 몰린다고 했다.

 

현재 상황이 이렇다는 것에 대해서는 정부와 의사들이 인식을 같이 하고 있는데, 해법에는 의견이 엇갈리는 것이다. 정부는 ‘의사정원을 확대해야 필수 의료분야로 인력이 공급된다’는 접근이고, 의사들은 필수 분야에 가려고 하는 사람이 늘어나도록 지원을 많이 해주자는 취지다. 진료 수가(酬價)를 높인다든지, 분쟁이 발생했을 때 비형사적인 구제방법을 활성화하자든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서 필수 의료분야를 선택하는 의사가 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의사들은 저(低)출생 때문에 의료 수요가 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출생아(出生兒)가 줄어드니까 소아과나 산부인과의 의료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맞다. 하지만, 평생 의료비 지출은 J커브를 그린다고 한다. 노인이 될수록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고, 사망 직전 1년 의료비가 평생 의료비의 20%를 차지하는 걸로 나타난다. 고령화 추세와 함께 의료수요는 분명 늘어나고 장기적으로 보면 전체적으로 인구가 줄어들면서 의료수요가 감소하는 날이 닥칠 테다.

 

의사들이 지속적으로 의대정원 확대를 반대하고 있는 이유를 크게 3가지로 요약한다면 ▲적정 의사인력 수급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체계적인 계획이 없다 ▲의학교육은 간 데 없고 정치적 목적으로 변질됐다 ▲9.4 의정(醫政)합의를 파기했다 등의 주장이다.

단순히 OECD 통계만으로는 국가별 산출기준이나 실질적 지표를 비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의대 정원을 늘리려는 학교의 수요를 충족시켜주면서 총선에서 이익을 보려는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게 두 번째다. 일방적으로 의대정원 확대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깨뜨렸다는 게 세 번째 주장의 핵심이다.

의사협회 핵심 구호는 “일방적 의대증원 의료붕괴 초래한다”인데, 의협(醫協) 말대로라면 의대 정원을 늘리면 의료체계가 붕괴되고, 정부 말대로라면 이대로 그냥 두면 필수의료체계가 붕괴되는 것이다.

 

의사단체들은 지난 정부 때도 집단행동을 하면서 각을 세웠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 뭔가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이전 정부랑 똑같이 의대정원 확대를 들고 나왔다.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의사들이 고소득 직업임에도 툭하면 진료거부로 환자를 볼모로 잡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것은 전혀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는 비판이 팽배(澎湃)하다.

정부는 10년 뒤인 2035년 수급전망을 토대로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결정했다고 한다. 현재 의료 취약지구에서 활동하는 의사인력을 전국평균 수준으로 확보하려면 약 5천명이 필요하고,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늘어나는 의료수요를 감안할 경우 2035년에 1만 명 수준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감(枾)나무가 많은 고장에서는 감(枾)을 따먹어도 아무도 말리는 사람이 없다고 하더이다. 뉘시라 ‘감(枾) 놔라! 배(梨) 놔라!’ 할 일도 아니건만, 마땅찮게 보이는 것은 숨길 수 없다. ‘마음이 어지러우니 병이 생겨나고, 마음이 안정되니 저절로 낫게 되니, 최고의 의사는 마음이로다’라고 했다. ‘경우(境遇)의 수(數)’를 불문(不問)코 생각해 봄직도 하련만…, 이래저래 남 탓으로 치부(置簿)하고, 사회가 분노로 들끓게 하며, 저마다의 주장을 굽히려 들지 않는 풍진(風塵) 세상에 일반국민들께서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순간을 ‘알랑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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