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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토르 위고(1802~1885)는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 서문(序文)에 “지상에 무지와 가난이 존재하는 한 이 같은 성격의 책은 무용지물(無用之物)일 수 없을 것이다.”고 썼다. 수인번호(囚人番號) ‘24601’인 장 발장이 가석방(假釋放)으로 풀려났지만 생활고의 무게는 버거웠을 수밖에…. 자신을 보살펴준 신부(神父)의 은(銀)집기를 훔쳐 달아났다가 체포된 장 발장은 자신을 구해주려 거짓말을 하는 신부를 보면서 감동(感動)을 받는다. 언행(言行)으로 어이 담아낼 수 없는, 그렇지만 침묵할 수 없는 상황을 표현하려 심혈을 기울였다.

 

 노벨문학상을 수상(受賞)한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는 저서 ‘불가능이라는 유혹’에서 “프랑스 혁명기가 배경인 ‘레 미제라블’에 담긴 세상은 크고도 섬세하며 작가는 신학자처럼 보인다”고 썼다. 극한의 불행과 사랑, 좌절과 꿈 뒤에 신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것이다. 소설은 출간 당시 “반(反)사회적이고 위험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현실이 황폐할수록 사람들은 문학이 그려낸 아름답고 이상적인, 그래서 불가능한 세계에 이끌린다.

 

 픽션(fiction)이 인간의 삶에서 사라지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진화생물학자들은 “진화는 무지막지한 실용주의자”라는 말로 수수께끼를 설명한다. 세상은 음모•책략•제휴•인과관계 등 이야기로 가득하며 그것을 탐지해낼 줄 아는 게 생존에 훨씬 유리하다고 여겼었다. 인류는 모닥불 주변에 모여 이야기를 나눴고, 그림자를 보며 연극이라는 놀이를 발명했다. 대화는 사람들을 결속(結束)시키는 사회적 접착제(接着劑) 역할도 한다.

 

 ♬“I have this thing where I get older, but just never wiser”♬(나이가 들었어도 현명해지질 않는다)는 Taylor Swift의 노랫말을 방송을 통해 얻어 듣곤 한다. 음악은 사람들에게 지시하거나 명령하질 않는다. 가르치거나 지도하려 들지도 않는다. 오직 그 흐름이 장면의 묘사를 통해 우리의 숨은 감정과 드러나지 않는 정서(情緖)에 호소하긴 한다.

 

 겨울 독감 유행주의보가 이례적으로 지속되면서 COVID-19이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이 우려된다며 정부가 동시 접종까지 권고하고 나섰다. 백신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나 경각심 부족 등이 백신 접종을 머뭇거리게도 한다지만, 같은 날 양쪽 팔 걷어 부치고 따끔한? 맛을 두 번 봤다. COVID나 독감에 감염됐을 경우 폐렴 같은 합병증이 생길 수 있고, 심하게는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지만 예방접종은 절반의 성공을 이미 거둔 셈이다.

 

 옛날 고구려 시대에는 ‘고려장(高麗葬)’이라는 풍습이 있었다고 전해 듣는다. 고려장 풍습이 엄존(儼存)해 있던 고구려 때 박정승은 노모를 지게에 지고 산으로 올라갔다. 그가 눈물로 절을 올리자 노모는 “행여 네가 길을 잃을까싶어 나뭇가지를 꺾어 표시를 해두었다”고 말씀하시자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을 생각하는 노모(老母)를 차마 버리지 못하고 몰래 국법을 어기고 노모를 모셔와 지극정성으로 봉양(奉養)을 했다.
 그 무렵 중국 수(隋)나라 사신이 똑같이 생긴 말 두 필(匹)을 끌고 와 어느 쪽이 어미이고 어느 쪽이 새끼인지 알아내라는 문제를 내면서 못 맞히면 조공(朝貢)을 받겠다는 것이었다. 이 문제로 고민하는 박 정승(政丞)에게 노모께서 해결책을 제시해 주셨다. “말을 굶긴 다음 여물을 주렴, 먼저 먹는 놈이 새끼란다.” 고구려가 이 문제를 풀자 중국은 또 다시 두 번째 문제를 냈다지요. 그건 네모난 나무토막의 위아래를 가려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노모는 “나무란 물을 밑에서부터 빨아올린다. 그러므로 물에 뜨는 쪽이 위쪽이란다.”

 

 고구려가 문제를 풀자 수나라는 또 어려운 문제를 제시했다. 그건 재(灰)로 새끼줄 한 다발 꼬아 바치라는 것이었다. 당시 나라에서 아무도 이 문제를 풀지 못했다. 또다시 박정승의 노모께서 하시는 말씀이 “얘야, 그것도 모르느냐? 새끼줄 다발을 꼰 다음 불에 태우면 그게 재로 꼬아 만든 새끼줄 아니더냐?” 수나라는 고구려가 이 어려운 문제들을 풀자 “고구려는 동방의 지혜 있는 민족이다.”라며 다시는 깔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당시 수나라 황제 문제(文帝)는 “고구려를 침범하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아들인 수양제(隋煬帝)가 두 번이나 침범을 했다. 113만 명이 넘는 대군(大軍)으로도 을지문덕장군의 1만 군사에게 30만 이상 병력을 잃은 수나라는 국력이 쇠퇴해지며, 수양제의 폭정으로 반란까지 일어나서, 살수에서 패한 지 7년째인, 619년에 수(隋)나라는 멸망하고 만다.

 

 당(唐)나라가 들어서고 안시성 전투에서 당태종(唐太宗)은 화살을 눈에 맞고 애꾸가 된 채 전사했다. 노모의 현명함이 3번이나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고 임금을 감동시켜 이후 고려장(高麗葬)의 폐단(弊端)이 사라지게 되었다는 일화가 전한다. 그리스 격언에 ‘집안에 노인이 없거든 빌리라’는 말이 있다. 오늘날 전 세계 지도자들이 인류 문명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데 필수적인 다짐을 얼마나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지 의문이다. 삶의 경륜(經綸)이 얼마나 소중한지 여실(如實)히 보여 주는 말이 아닌가한다.
 사람은 누구나 노인이 되고 늙으면 기억력이 쇠퇴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지혜나 경륜마저 낡아지는 것은 아니고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고 했다. 감(?)이 주렁주렁 익어가는 계절에 어느 날 ‘눈 떠보니 후진국’이란 일각의 유행어는 현실을 부정하고 망각한 자아면피(自我免避)가 아닐는지. “역사에 가정(假定)은 없다”고 했다. 신통방통한 기억력을 빼앗긴 자리에 통찰력(通察力)이 자리한 지혜와 경험을 닦아내는데 애쓰며 건강 유지에도 더더욱 힘쓸 일이다.
“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 閉口深藏舌 安身處處牢” - ‘입은 화(禍)를 불러들이는 문(門)이요 /혀(舌)는 몸을 베는 칼이다. /입을 닫고 혀를 깊숙이 감추면 /몸이 평안하여 가는 곳마다 온당(穩當)하리라.’ -[풍도(馮道)/唐•宋의 교체기, <설시(舌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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