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궁화는 7월부터 10월까지 100여 일 동안 매일 꽃이 피고 진다. 무궁화는 꽃봉오리가 피고 지기를 반복하여 언뜻 보기에는 꽃이 항상 피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영원히 피고 또 피어서 지지 않는 꽃’이라는 의미의 무궁화(無窮花)는 꽃잎이 분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로 이뤄진 통꽃으로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나라꽃이 되었다.
아침마다 새롭게 피는 무궁화는 저녁 무렵이면 꽃잎이 오므라들면서 꽃송이를 통째로 땅에 떨구고 화려한 하루 동안의 삶을 마감한다. 화무일일홍(花無一日紅)이던가? 세상사 덧없음을 일깨우며 꽃피우는데 혼신을 다하는 ‘오늘’에 충실하라고 속삭인다. 통꽃인 무궁화는 꽃잎이 함께 뭉쳐져서 떨어지는데 바닥에 널린 그 모습은 애달프고 구슬프다.
봄날 눈비처럼 흩날리던 벚꽃의 화려한 종말보다는 무궁화의 장엄한 끝맺음이 좋다. 동백꽃도 그러했다. 붉은 꽃망울을 통째로 떨구는 동백꽃의 최후는 마음을 시리게 한다. 교육의 현장은 치열한 싸움터와 같음을 증명하려는 듯 원자력연수원 현관 입구의 좌우에 심어진 동백나무는 꽃이 피고 질 때면 전쟁터에서 무수히 잘려나간 생명들처럼 바닥을 붉게 물들인다. 하얀 꽃잎 덩어리로 널린 무궁화의 모습은 백성들의 희생처럼 보이며, 붉은 꽃 뭉치로 바닥에 널린 동백꽃의 모습은 장렬한 최후를 마친 병사들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생활 속에서의 무궁화의 쓰임은 다양하다. 우리나라의 문장은 태극문양을 무궁화 꽃잎 5장이 감싸고 ‘대한민국’ 글자가 새겨진 리본으로 그 테두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양인데, 훈장 및 대통령 표창장, 재외공관의 건물 등에 대한민국의 상징으로 사용하고 있다. 국권의 상징으로 국가문서에 사용되는 도장인 국새의 손잡이 위에서도 활짝 핀 무궁화를 볼 수 있고, 국기를 게양하는 깃대의 깃봉도 무궁화 꽃봉오리이며 대통령 표장도 무궁화꽃이다. 국가기관의 기(旗), 훈장·상장, 국회의원 및 지방의회 의원 배지, 군인과 경찰의 계급장에서도 무궁화의 도안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