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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yoon
새롭게 읽는 풍운아 윤치호의 <우순소리>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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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흑백 분명

 

 

 

숯 장수가 그의 친구 마전장이를 보고 같이 살기를 청하자, 마전장이가 대답하기를, “노형의 정의는 고마우나 내 생업은 검은 것을 희게 하고 노형의 생업은 흰 것을 검게 하니, 우리는 따로 살아야 의가 상하지 않을 것 같소.” 하더라.

*마전장이: 피륙을 삶거나 빨아서 표백하는 사람.

 

 

 

 엮은이의 글 

친구와의 우정, 혹은 국가간의 교류는 영원히 지속되어야 하므로, 처음에 판단을 잘 해야 한다는 교훈이다. 

“까마귀 싸우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 성낸 검은 까마귀는 흰 빛을 새오나니, 창파에 조히 씻은 몸 더러힐까 하노라.”고, 검은 간신의 무리를 경계하라고 남긴 포은 정몽주의 시조가 떠 오른다. 

 

윤치호 일기 

“노르웨이의 국가 변천사는 독립적인 삶을 향한 민족본능의 불굴의 끈기를 의지를 보여주는 매우 흥미로운 사례이다. 노르웨이는 칼마르(Kalmar) 조약의 결과로 1394년 덴마크에 병합되었고, 1814년까지 덴마크의 치하에 놓여 있었다. 그 뒤 노르웨이는 스웨덴에 양도되었다. 노르웨이는 스웨덴이 매우 관대하게 대우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1905년에 독립국가를 수립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인은 조선병합에 대해 말할 때 일본인과 조선인이 같은 민족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일본인과 조선인의 관계는 노르웨이인•스웨덴인•덴마크인 관계처럼 같지 않다. 조선인이 일본인과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스칸디나비아 3국의 언어는 동일한 언어의 사투리일 뿐이다. 

조선은 일본과 가까운 이웃이라고 하지만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지도를 보면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가 얼마나 밀접하게 붙어 있는지 알 수 있다. 스칸디나비아 3국에서 통용되고 있는 관습•예절•의복에 비해 조선과 일본의 관습•예절•의복은 차이가 많이 나는 편이다. 

노르웨이가 덴마크나 스웨덴에 병합되어 살 수 없었고, 또 그럴 의사도 없었다면, 즉 400년이 넘는 오랜 기간에 노르웨이인이 덴마크인화되지 않았다면, 조선인이 일본인화될 거라고 기대해 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1920년7월28일.

 

나는 대략 이런 요지로 말했다. “9년 전 일본과 조선의 YMCA운동 간에 동맹협정이 체결되었을 때, 난 그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때 참석했더라도 이 협정을 지지했을 것입니다. 이 협정을 통해서 양국의 운동이 모두 이익을 볼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 협정은 체결되었습니다. 그러나 상황이 변하면서 이 협정이 일본의 청년과 조선의 청년들 사이의 장애물이 되어버렸습니다. 

우리 앞에 놓인 문제가 바로 이것입니다. 협정 조문에 협정의 정신을 희생시킬 것인가, 아니면 협정 정신에 협정 조문을 희생시킬 것인가? 저는 협정을 고수함으로써 양국 운동 간의 우정을 잃는 것보다는 형제관계를 도모하기 위해 협정을 취소하는 편이 훨씬 더 낫다고 믿습니다.” 일본 위원회가 간단한 논의를 거친 뒤 협정을 취소하는 데 품위 있게 동의해서 우리는 놀랐지만 기분은 좋았다.-1922년5월16일.       

 

 

23. 여우와 두루미

 

  

하루는 여우가 두루미를 초대하여 저녁을 먹는데, 납작한 접시에 멀건 국물을 담아 놓은 지라. 두루미는 한 목음도 삼키지 못하는데 여우는 다 핥아먹더라. 며칠 후에 두루미가 여우를 청하여 점심대접 하는데, 목이 긴 병 속에 고기를 썰어 넣은 지라. 두루미는 그 주둥이로 잘 꺼내어 먹는데 여우는 한 점도 못 먹고 가면서, 두루미가 손님 대접 잘 못함을 책망하더라.

    

 

 

 엮은이의 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마태복음 7:12의 말씀처럼, 이웃이나 친구에게 대접을 받고 싶다면, 나부터 먼저 정중하고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는 비유이다. 

이 원리를 이해하면,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지혜도 부수적으로 따라온다. 

 

윤치호 일기 

“전쟁을 없애기 위해서는 단지 전쟁을 비판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다른 무언가를 반드시 창안하고 찾아내야 한다. 그것은 전쟁에 호소하지 않고 강한 나라와 민족이 그보다 약한 나라를 공평하고 정당하게 대하도록 강제하거나, 아니면 설득하는 것이리라.

기독교의 황금률은 그렇게 할 수 있다. 만약 세계를 주도하는 강대국들이 국제관계 문제를 다룰 때 그 원리를 적용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정말 “만약” 그런다면!”- 1921년12월25일 

 

 “강한 나라와 민족이 약한 나라를 공평하고 정당하게 대하도록 강제하거나 아니면 설득하여야 한다. 황금률을 지켜야 한다.-1921년12월25일 

 

버크만 박사가 도덕 재무장운동을 시작했다. 강대국이 먼저 정의와 공정한 재분배를 실천하지 않으면 세계평화를 기대할 수 없다.”-1940년 3월14일 

 

“옳고 그름은 정반대이기 때문에 타협할 수 없다. 그러나 옮음과 그름이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를 분별하는 것은 가장 쉽고,  빨리  해결할 수 있는 길이다.”- 1892년5월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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