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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yoon
새롭게 읽는 풍운아 윤치호의 <우순소리>(7)
knyoon

 
12. 보호국(保護國)
 


  

 


새 매가 며칠을 두고 비둘기장 근처를 돌아다녀도 비둘기가 한 마리도 나오지 않더라. 새 매는 웃는 얼굴로 비둘기 장 앞에 와서 비둘기를 보고 꾀이면서 하는 말이, “나도 날개와 털이 있고 그대들도 날개와 털이 있으니, 우리 조상은 필경 한 조상이오, 같은 종류이며 한 마디로 말해 동포형제라. 요즘 보아하니 삵이 이 근처로 돌아다니는 게 그 놈의 흉계가 발칙해 보이는지라. 
그대들은 천성이 양순하여 잘못하면 남의 압제를 당하기 쉬우니 나하고 보호약조를 정하자. 내가 그대들을 보호하여 그대의 종가도 존엄하게 지켜주고 그대네 집도 보전하여 여러 금수 세계에 그대의 독립과 부강을 태산같이 굳게 해줄 터이니 어떠하뇨?” 하고, 좋은 쌀겨를 선사하거늘, 비둘기들이 기뻐하며 새 매를 장 속에 맞아들여 보호대감을 삼았더니, 그 이튿날부터 새 매가 비둘기의 독립과 안녕을 유지한다고 하면서 비둘기 한 마리씩 잡아먹고 다 먹은 후에는 그 비둘기 장까지 차지하더라. 
제가 제 자신 보호를 못하면서 남의 보호를 어찌 믿으리오.

 


  

 

 엮은이의 글 
정치의 도덕성은 힘의 균형과 민주적인 제도를 따르지 않는 한, 다른 누구도 도와줄 수 없음을 일깨워 준다. 나 자신 혹은 국가가 먼저 화평해야, 세상과도 화평하게 되리라는 경고이다.

<윤치호일기>를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은 일본의 기노시다 다까오(木下隆男) 박사가 일본 외교문서에서 검색한 바로는, 
“윤치호의 <우순소리> 내용이 (1)일본통감부를 풍자한 것 (2)고종황제를 풍자한 것 (3)무능하고 부패한 조정대신을 풍자한 것 (4)무지몽매한 불의에 항거하지 못하는 조선인민을 풍자한 것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제12화 <보호국 保護國> 내용은 일본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것으로 판단하여 통감부가 발매 금지처분을 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1909년5월4일자 통감부 문서10] pp 362”고, 그의 저서 <尹致昊評傳 윤치호평전>에 기록했다.


윤치호일기 
“나는 왜 일본인을 싫어하는가? 조선인의 유일한 친구라고 공언하면서도 모든 이해 문제에 이곳의 일본 공사와 영사는 늘 일본의 이기적 목적을 위해 조선의 이익을 희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일본 외교관)은 이전에 유럽인이 일본에서 했던 모든 야비한 행동을 조선에서 하고 있다. 일본인이 더 야비하고 쩨쩨할 뿐이다.” -1895년9월7일. 


13. 남의 머리
 


대머리 사냥꾼 한 사람이 가발로 상투 틀고 다니다가 바람이 불자, 갓이 벗겨지고 가짜 상투가 날라갔다. 동무 사냥꾼들이 조롱하자 사냥꾼이 웃으며 말했다.
“조롱할 게 무언가. 내 머리가 내 대가리에 붙어있지 아니할 제 남의 머리라고 붙어있겠나?
제 나라 정부가 제 나라 백성을 학대할 때, 남의 나라가 남의 백성을 후대할까?!

 

 

 

엮은이의 글   
자기 재산을 돌볼 수 없는 사람은 남의 재산 관리도 맡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정부가 제 구실을 못하면, 약육강식의 운명을 맞을 수밖에 없음을 예고하고 있다.
“경제난국과 과학기술: 중소기업의 경우…이러한 문제는 정부의 산업 주무부서에 공통된 특이한 인적 구성과 관련이 있다. 고위직에서 이공계 출신이 거의 배제된 지금의 관료구조는 유교경전의 암기력 위주로 인재를 뽑던 조선조 전통의 연장으로서 국제경쟁의 현실을 헤쳐 나아갈 대표경영직에 기술자를 내세우는 국내기업들의 최근 추세와 매우 대조적이다.” (윤창구 단편집 <뱀의 발>p. 265)

윤치호 일기
“비테 재무대신이 말하기를“ 국왕 경호 문제는, 조선 왕이 자신을 지킬 만큼 충분한 의지가 없으면, 다른 나라가 어떻게 그분을 외국의 적으로부터 지켜줄 수 있습니까? (옳소, 옳소!) 내가 그분의 입장이라면 대원군부터 시작해서 적들을 모두 척결할 것입니다.”-1896년6월7일.

“일본인은 한편으로는 폭정을 부추기고, 다른 한편으로는 인기 있는 선동가를 부추기면서 양쪽의 피를 빨기 위해 양쪽을 서로의 발톱이 닿지 않는 곳에 두고 있다. 파렴치한 왕실의 폭정과 파렴치한 일본의 배신 사이에서 조선인은 갈기갈기 찢어졌다.”- 1904년1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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