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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든 친목 단체든 지도자를 잘 뽑는 것이 중요하다. 지도자 혼자서 모든 일을 도맡아 하는 건 아니지만, 그의 지도 철학, 그리고 그가 새롭게 구성하는 참모진의 자질과 과거 행적 등이 그 조직(또는 단체)의 앞날에 대한 기대를 걸게 하는 일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그래서 새로운 지도자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기대와 참신한 기풍이 돌게 된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도 그래서 생겼을 것이다. 선두 그룹을 이룬 이들이 권세 놀음, 이권 놀음으로 덕지덕지 때묻은 자들뿐이라면 뭔 신통한 정책이 나올 것인가. 화려한 스펙의 인물들이라 한들 양지바른 곳만 찾아 다닌 처세 꾼뿐이라면 국민의 아픈 곳을 치유하고,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는 없다. 여기에 인사 정책의 포인트가 있다.

지도자가 현명하지 못하면 이런 원칙 하나도 시행하기 어렵다. 한국 신정부의 구성과 운영이 세계의 언론에 자꾸만 오르내린다. 정상적인 통치나 순조로운 행정은 뒷전이고 마는데, 그것은 새 대통령이 고향, 학교 동문, 특수부 출신의 검사, 왕년의 인연 등등 사사로운 친분에 얽힌 인사를 한 탓에 그리 된 것이다.

공사의 구분을 흐리는 그런 인사는, 지도자가 공적 책무를 자기의 사적 인연으로 풀어가려는 데서 생긴 폐단의 전형이다. 그런 인적 구성이라면 그들의 사업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실태는 한국 신임 정부의 경우에서, 그리고 이곳 한인 사회 단체들의 소란스러운 자리다툼 과정에도 심심찮게 본다. ‘그 자리에 앉히고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라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윤석열 정부의 100일을 논하면서 “새 대통령이 거칠고 오만하다.”라는 평을 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인사 검증의 실패와 관련해서는 그가 검사의 논리로 자기 입장을 강변하는 것을 두고 “그건 (대통령의 말이 아니라) 검사의 답변이다”

또한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에서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라는 구두 약속만을 되뇌는 것이 유치하게 보였던지 “대통령은 (무엇에) 따르는 사람이 아니라, 이끄는 사람이다”라는 뼈 때리는 지적도 했다. ‘한국이 민주주의 한다고 소문이 자자하더니, 하필 기본적 자질도 없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았냐?’라는 비아냥으로 들린다.

대통령은 어느 한 정당을 딛고 일어선 사람이지만, 일단 선출되고 나면 나라 전체를 책임지는 처지에 놓인다. 대통령이 인재를 쓰는데 있어 자신의 편 사람들뿐만 아니라 반대편에서도 적임자를 뽑아낼 줄 아는 눈과 지혜를 지녀야 하는 이유이다. 지도자가 그렇게 환골탈태하지 못하고 좁은 인적 테두리에 갇혀서 쏘곤거리고 있다면, 그것은 자기 패거리나 파당을 굳히며 다른 사람들은 졸로 여기는 행위로서, 나라의 불행을 초래한다. 이런 불찰은 정부의 일이나 사회단체의 일에서도 자주 목격되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언론은 매일같이 윤석열의 헛발질을 포착하여 전한다. 넉 달 전까지 보수언론 집단이 국민의힘 후보를 띄우는 데 야단스럽던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윤 후보를 띄우던 언론사 중에도 몇몇 업체가 실망감을 드러내거나 신임 정부의 국정 철학 없음, 지도자의 서툴고 무례한 태도, 지도자 부부가 거짓말을 밥 먹듯 하면서 죄의식이라곤 모르는 태도 등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그의 무능함을 예측도 못한 언론사들이, 이제는 그것을 깨달았다는 건가? 언론이 국민을 대하는 태도가 치졸하다. 통신체계가 발달하여 추한 구석을 감추기도 불가능한 시절이 아닌가. 얄미운 젊은 당 대표를 토사구팽하느라 이전투구하는 내홍에 집권자의 마음이 읽히고, 집권 세력의 자질 또한 짐작하게 한다.

‘사람을 잘못 뽑았다.’라는 한탄이 벌써 터져 나오는데, 그러면 이런 중대한 착각이 왜 일어났을까? 어떤 언론사도 그 원인을 천착하여 언론사 자신의 잘못을 분석해 보여주지는 않지만, 국민은 웬만큼 짐작한다. 지난 대선판에서 언론이 이성보다는 감정이 춤을 추도록 극력 선동하여 사회 일반의 선악 구분과 옳고 그름을 재단하는 가치관이 뒤집히게 했다는 것을. 그 과정에서 진실보다는 거짓과 위선이 판을 쳤다는 사실도 잘 안다.

국민은 윤석열의 정치철학, 국정 청사진에 대해 아직도 들은 바가 없다. 언론도 그런 궁금증을 파헤친 보도를 낸 적이 없었다. 언론과 보수층 지지자들이 뭉쳐서 ‘문재인 타도, 이재명 구속’을 요구하는 싸움만 이어갔다.

윤석열은 ‘반 문재인’ 구호 하나로 정권을 잡았으니, 그 목표 하나로 5년을 끌어가려는 자세이다. 그 싸움은 이 순간에도 그 방식대로 진행된다. 평생 남의 잘못을 추궁하여 구속하는 일로써 삶의 의미를 느낀 사람답다. 그런 그의 일이 빛이 나려면, 마땅히 공정성을 지녀야 한다. 그러지 못하고 ‘내로남불’ 식이라면 악의 척결은커녕 날마다 새로운 악을 보태는 꼴이 되지 않겠는가.

이때까지 그런 게 가능했던 데는 한국 유권자들의 심한 착각이 한 몫을 했다. 착각이란 어떤 소망을 이루리라는 기대치가 높아서, 뻔한 내용도 깨닫지 못하고 눈앞의 현상을 자기가 꿈꾸는 쪽으로 멋대로 해석하는 데서 생기는 불찰이다. 윤 대통령 내외만 무속에 씐 사람이 아니라 국민의 절반도 무엇에 씐 듯하다.

윤석열을 밀어 올린 거대 보수 언론들과 작은 언론사들, 그리고 그렇게 형성된 신기루에 맹신하고 맹종한 절반의 국민에게도 착각의 책임이 있다. 21세기에 일류 산업국의 운영을 맡은 지도자가 무속인이 지시하는 대로 나라를 끌어가다니! 국민은 허탈해진다. 경험 없는 선장이 키를 잡은 ‘대한민국’이란 배가 나침반도 해도도 없이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표류하는 것 같다.

조국을 사랑하는 크리스천들, 건전한 불자들, 지식인들에 묻고 싶다. 그대들의 신앙이 양심에 바탕을 두고 있다면, 그리고 그대들의 지식과 교양이 건전한 양식에 근거한 것이라면, 이런 사태를 보는 당신들의 마음은 편하신가? 당신들의 의견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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