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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일, 8명의 친구들과 벨빌의 Black Bear 골프를 치러가고 있었다. 매년 1박2일 일정으로 다녀왔는데 팬데믹 때문에 오랜만에 가는 거다. 골프장을 거의 다 들어가는데 전화가 울린다. 처음 보는 전화인데? 받아보니 “여보세요 에이미 엄만데요” 에이미 엄마, 종관이 형 부인이다.

21일이 형의 칠순이라 서프라이즈 파티를 해주려는데 우리부부를 초청한단다. 그러면서 바로 한다는 말씀 “바쁘시면 안 오셔도 되고요”. 물론 혹시 폐 끼칠까 봐 미안해서 하시는 말씀이다.

하지만 형과의 인연 41년인데 내가 안 가면 섭섭하지. 사실은 우리 골프치는 모임에 종관 형도 같이 치기로 되어있었다. 우리 조 바로 앞에서 한국에서 온 여동생 부부와 같이 골프를 쳤고, 우리 숙소에 가서 바베큐하고 술 한잔하고 헤어졌다. 물론 서프라이즈니 칠순 이야기는 뻥긋도 안 했지.

다음날 집에 들어오니 아내가 이야기한다. “여보 신화언니한테서 전화 왔었어. 에이미 아빠 칠순 때 당신보고 사회 부탁한다고.”

“그래? 나한테는 오라고만 하고 그런 말 없었는데” 그래 이제 비록 말은 어눌하고 순발력도 떨어지지만 맡겨주면 해야지 어쩔 수 있겠나? 날이 다가올수록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내가 형을 만난 것은 1981년, 결혼을 앞두고 있을 때였다. 세네카에서 같이 공부한 동창의 집에 초대받아 갔다가 거기서 만났다. 거기서는 남의 이야기만 듣고 조용했던 걸로 기억한다. 모임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데 아파트주차장에서 말없던 사나이가 나를 불러 세웠다.

“나 재기씨 좋아해요, 곧 우리 딸 돌인데 초대할 테니 그때 꼭 와줘요.” 그래서 형과 알아나가기 시작했다.

어느 날 우리를 데리고 Tanaka of Tokyo 가서 그 비싼 댓빵야끼를 사주기도 했고, 내 생일날 고급구두를 사주기도 했는데 앞의 볼이 좀 작은걸 사줘서 신을 때마다 몇 년간 고생도 했다. 이동할 때만 구두를 신고 앉아있을 때는 벗어놓았었지.

에이미 엄마 즉 형의 부인을 보면 아직도 상당한 미모. 웬만한 영화배우 뺨친다. 어느 날 왜 결혼했느냐고 묻자, 순수한 마음에 반했다고 했다. 둘이 데이트할 때 형 집을 갔는데 집이 좀 초라했다던가? 형도 멋쩍었는지 잠깐 기다리라면서 지게를 지고 나가 나무를 한 짐 해와서는 불을 때주었다던가… 오래 전에 들어서 좀 가물가물한 데 그 순수성에 감동을 먹었다고 했다.

그는 80년대 중반쯤 피터보로로 이사를 갔는데 가끔 전화를 해서 주말에 시간 좀 내란다. Dirt Bike 시합이 있는데 티켓을 우리 것도 사놓았으니 운동장으로 오라고. 가보면 피터보로 사람들 십여 명과 같이 와 있었다. 형 아니었으면 생전 보지 못할 Dirt Bike 시합도 몇 년 동안 잘 보았다. 그 많은 사람들의 티켓 값을 그는 스스럼없이 부담했다.

어느 날 피터보로 형 집에 들렸다. 침대에 누워있는데 산에서 Dirt Bike 타다가 넘어져 부상을 당했다고 했다. 가게는 부인에게 맡겨두고. 자기도 미안했는지 쓱 웃기만 하고. 남편이 무엇을 하든 어떻게 하든 항상 남편 뜻에 따른 형수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피터보로에서 많은 가게도 셋업을 했고 가게 셋업하다가 하마터면 죽을 뻔도 하고 참 열심히 살아왔는데, 경제적으로 그리 잘 핀 것 같진 않으나 항상 변함없는 형, 아직도 어디 가면 자기가 밥값 내겠다고 우기는 형.

칠순 잔치는 서울관에서 가족들과 친구들 몇 명만 모여 조촐하게 치렀다. 그날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www.youtube.com/watch?v=dKTxBGuPsEQ&t=51s)에 올렸다.

형에게는 딸 둘과 아들 하나, 그리고 손주가 셋이 있다. 큰딸과 아들은 주위에 사니까 자주 볼 수 있지만 작은딸은 한국에 살아 자주 볼 수 없지만 이제는 그래도 영상통화도 쉽게 할 수 있으니 참 다행이고, 한국에서 자리잡고 잘 살고 있으니 더욱 좋다.

이름이 우리 어머니 이름과 똑 같아 더욱 인연인 것 같은 이종관 형, 인생 살아보니 별거 아니던데, 형 친구들 말처럼 이제 인생 반 살았으니 나머지 반도 열심히 재미있게 살아봅시다. 지난 세월 여러 가지로 고마웠어요.

2022.8.23 아우 재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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