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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이요 소설가인 박성민 씨가 세상을 떠난 지도 보름이 넘었다. 어쩌자고 우리 동네 목련화는 작년보다 더 예쁜 봉오리로 쏙쏙 올라오고, 가지각색 꽃들은 왜 다투어 피어나는가?

 성민 씨는 꽃 사진 찍기와 애기들 사진 찍기를 좋아했다. 꽃피는 시절이면 늘 카메라를 들고 나이아가라 폭포며 공원, 비치 등으로 혼자서도 잘 돌아다닌다. 어느 때는 우리 동네 목련화가 장관이라고 일러주면, 열 일을 제쳐놓고 쫓아와서 사진을 찍는다. 활짝 핀 꽃보다 봉오리가 더 예쁘다는 성민 씨!

 꽃이 지면 안 된다며 꽃 사진 찍는 일만큼은 부지런을 떨었다. 우리는 사진 찍는다고 토론토의 에드워드 가든, 제임스 가든 등을 쏘다녔다.

 헬렌님, 이건 노란제비꽃이에요, 원래 보라색이지만 노란색도 있어요, 아 그래? 난 제비꽃 노란색은 처음 보네, 꽃말이 뭔지 아세요? 몰라. 순진한 사랑이에요, 이 꽃은 아네모네 꽃이에요, 색깔이 여러 가지인데 은근히 화려해요, 꽃말을 아세요? 꽃도 처음 보는데, 꽃말을 어찌 아나? 고독이래요, 노래가 있잖아? 이미자의 노래 아네모네를 흥얼거리면 성민 씨의 눈은 아네모네 꽃에 눈빛이 꽂힌다.

꽃잎이 4장으로 된 이 흰 꽃을 아세요? 처음 보는데? 산딸 나무 꽃인데요, 꽃말은 견고함이래요, 예수님의 십자가를 만든 나무라고 해요. 아 그래? 처음 보고 처음 듣는 말이다. 마가 목으로는 지팡이를 만든다 하고, 비자나무로는 바둑판을 만든다는 데, 알아요? 성민 씨는 그건 처음 듣는다고 했다.

 나도 꽃 이름을 많이 안다 생각했는데, 나 모르는 꽃만 콕콕 집어서 물어보니 코너에 몰리다가 이 빨간 꽃 이름 알아? 각시 꽃이야, 하니 명자 꽃이라고도 해요, 매자보다 명자가 먼저 알아냈다고 해서 명자 꽃이라고 해요, 꽃말은 새색시의 수줍음, 열정이에요. 성민 씨와의 꽃 이야기를 쓰려면 한이 없겠다.

 성경에 가장 작은 씨앗으로 겨자씨를 말씀 하셨는데, 양귀비 씨도 작고요, 담배 씨가 작으며, 채송화 씨가 더 작고, 상추 씨가 제일 작아요. 세상에 별것을 다 아네.

 토론토에서 다문화 축제가 열리면 어디든지 쫓아가서, 뙤약볕에서도 하루 종일 그들과 함께 즐기며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 캐리비안 쪽으로 바캉스 다녀온 사람처럼 검게 탄 얼굴로 다니면 분명 어떤 축제에 다녀온 것이다. 이야기 하다 보면 참으로 아는 게 엄청 많아 사람들은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이라 부른다.

 돌이켜 보니 정말 좋은 문우였음은 늘 나의 글에 대한 코치를 해 주었기 때문이다.  내가 수필이랍시고 글을 써서 봐달라고 하면,

“제목하고 내용이 맞지 않잖아요?” 혹은

“여기에 이 말은 왜 들어간대요? 이 말을 왜 써요? 뜬금없이”

“제목대로 글을 끌고 가세요.”

“기승전결에 안 맞잖아요?”

“이 말은 앞에 있는데, 왜 또 써요? 그 말이 그 뜻인데 중복되잖아요?”

“이런 설명 필요 없어요, 사람들 다 알아요.”

“쉽게 써요, 술술 읽혀지게요, 무슨 논문 써요?”

“될 수 있으면 순수한 우리 한국말을 써요, 우리 한국말이 얼마나 아름다운 표현이 많아요? 영어나 흔히 쓰지 않는 사자성어, 혹은 속어라든지 신조어 같은 말을 억지로 쓰지 말고요.”

“아이고 오지랖 넓은 우리 헬렌님 못 말려요, 그런 일 신경 쓰지 말고 책 읽고 공부를 하세요, 글을 쓰세요, 요즘 세상 공부하기가 얼마나 좋아요, 인터넷에 다 있고 캐나다 땅에 있어도 한국문학 책을 얼마든지 구입해서 읽을 수 있잖아요?”

“글을 썼으면 지면에 발표하세요, 발표를 안 하면 일기예요, 혼자 가지고만 있으면 사장되는 거예요, 다행히도 토론토엔 일간지, 주간지 등 지면이 많은 것은 우리 글 쓰는 사람들한테는 참 좋은 거예요, 일간지나 주간지가 자꾸 없어지니까 어서 좋은 글 써서 지면에 내고 책도 더 내세요.”

“헬렌님은 소재가 다양하고 독특해서 금방 눈에 띄어요, 남들이 생각지 못한 것들도 글로 쓰다니 놀랍기도 하고 부러워요, * * 글은 진짜 잘 썼어요, 공부 많이 하셨네요, 공부를 하고 쓴 글인지, 안하고 쓴 글인지는 금방 알아요, 캐나다와 한국을 사랑하며 정의에 불타고 솔직하며 용감하게 글을 쓰시는 여장부 헬렌님을 정말 좋아합니다.“

칭찬에 인색한 성민 씨가 칭찬을 해주면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글이 바로 그 사람이에요” 등 정곡을 찌르는 귀한 말들도 많이 해 주었다.

 우리 동네 목련화는 피었는데 요란해야 할 꽃 잔치가 절간처럼 조용하기만 하다. 동네 길을 혼자 걷다 보면 꽃들이 웃어도 슬프게만 보인다.

좀 더 살고 가도 되는데, 살다 말고 왜 후다닥 가는지? 목련화는 피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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