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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은사였던 박 교수님은 참으로 해박한 지식의 소유자였다. 영문학과 불문학을 전공했으며, 독실한 기독교인이기도 한 그는 학생들이 가장 존경하는 선생님 중의 한 분이었으며, 강의실 밖에서도 제자들에게 올바른 인생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분이었다. 그가 장미동산 잔디밭에 둘러앉은 제자들에게 들려주는 문학과 철학과 인생의 이야기 속엔 젊은이들이 걸어가야 할 참된 인생행로를 가르쳐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투병기”란 그의 글을 어느 일간지에서 본 것은 학교를 졸업하고 군 복무를 하고 있을 때였다. 반가움으로 그의 특유한 필체가 물씬 풍기는 글을 읽기 시작하면서 난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가 후두암으로 방사선치료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을 지닌 영문학자이며, 겸손하고 진실한 기독교인일 뿐만 아니라 많은 젊은이들의 인생의 길동무인 그가 오십대 초반의 나이에 불치의 병의(그 당시 후두암 말기 환자들의 회복 가능성은 극히 낮았다.) 희생물이 되어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는 사실을 난 믿고 싶지 않았다.

 

“어째서 그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야 하는가?”를 되풀이 하며 그의 글을 읽어 내려갔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암 환자들이 둘러앉은 방사선치료 대기실 환자들에게서는 웃음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의 얼굴에는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며 얼마가 될지 모르는 남은 삶의 순간순간을 보람되고 의미 있게 살아보겠다는 강한 의지가 새겨져 있다. 그들 사이엔 형식과 체면과 가식이 없다. 병세가 호전된다는 진단을 받는 동료 환자들을 얼싸 안고 어린애처럼 기뻐하는가 하면, 이제는 집에 돌아가 편히 쉬라는 통보를 받은 환자를 껴안고 흐느껴 우는 인간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방사선치료 환자대기실인 것이다. 

 

삶의 종말을 선고 받은 사람들은 의외로 침착하다. 조용히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을 잡고 작별 인사를 한다. 맞잡은 손길을 통해 서로의 맥박을 느끼며, 마주보는 눈길 속에서 서로를 향한 마음이 전달된다. “오히려 편안합니다. 조용히 지난날들을 정리하며 남은 시간을 아끼겠습니다. 낙심치 말고 투쟁하십시오. 완치되시길 진심으로 기도 드리겠습니다.” 차분한 음성으로 생의 작별을 고하고 돌아서 나가는 삶을 체념한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손등으로 눈물 닦은 이처럼 순박하고 선한 사람들을 다른 어느 곳에서 찾아볼 수 있겠는가?
박 교수님의 “나의 투병기” 속에는 대략 이런 내용이 담겨 있었다. 투병기라기 보다는 죽음을 앞둔 인간들의 순수해진 마음과 그들 사이에 오가는 참된 이해와 사랑을 묘사한 글이었다. 이처럼 착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남은 생을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삶을 살겠노라는 끝맺음은 인생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선생님의 결의를 나타내 주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바닥 모를 때의 심연(深淵)을 앞에 두고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거나 애써 알려고 하지 않고 나의 삶에 최우선을 두다 보니 서로를 미워하고 시기하고 모함하고 싸우며 도토리 키 재기를 해가며 바동대는 것이리라. 인생의 막이 내일 내릴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서로 증오하고 다투며 살아야 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마지막 수단으로 방사선치료를 받는 암 환자들에겐 부귀와 권력이나 명예가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이미 삶에 대한 기대를 상실한 그들이기에 남들 보다 더 잘 살기 위해 그들이 원했던 부귀나 권력 같은 것들은 아무런 가치도 지니지 못하는 것이다. 때문에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서로 다투고 경쟁하는 대신 그네들은 피차 이해하고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 것이리라.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삶에서 죽음으로 넘어가는 짧은 기간이 가장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시기인지도 모르겠다. 
언제 거두어질지 모르는 우리의 생명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그렇게 의미 있고 아름답게 살 수는 없을까? 나만을 위한 삶을 버릴 때 그것은 가능하리라. 내 욕망의 실현과 목표 달성만이 우리의 삶의 목표로 남아있는 한 우리에겐 참된 이웃도 있을 수 없고, 나 아닌 남을 위해 나 자신을 희생해야 할 필요도 없어진다. 그들은 모두 우리의 적이며 우리 앞에 놓인 장애물이니까.

 

그러나 내 욕심의 성을 헐어버리면 타인은 나의 이웃이 되고, 미움이 변하여 사랑이 될 수 있다. 분열이 있던 곳에 화평이 찾아오고, 혼란과 다툼이 사라지고 안정과 질서와 평화가 우리들의 삶 속에 찾아오지 않겠는가. 이 같은 아름답고 참된 삶을 우리의 것으로 만들기 원한다면 “나 중심”의 삶에서 벗어나야 하리라. 육신이 우리를 배반하기 전에. 그래야만 남은 인생의 기간 동안 더 많은 사람들을 돕고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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