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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을 찾아서(86)-카파도키아(4) '장미 계곡에서 눈물의 성찬식'
bs2000

 

이 지역에서 가장 크고 가장 잘 보존된 암굴교회로 가야 할 차례인데 지금 오스트레일리아 수상이 그 곳을 방문 중이기에 일체 교통이 차단되어 천천히

걸어 내려갔습니다.

그가 나오기를 연도에 서서 기다리다 보니 우리 중에 L씨와 J씨 성 가진 두 여인은 그의 손을 잡아 볼 수 있는 행운을 얻기도 하였지요. 가만 보니 저녁을 먹을 때에도 그 손을 씻지를 않는 것을 보니 꽤나 감격스러웠던 것 같았습니다. 옛날에 얄개전에서 본 한 대목처럼…ㅎㅎㅎ

통제가 풀린 후 들어가서 본 교회 내부는 고색 창연한 교회에 들어온 것처럼 내부의 그림들이 주는 인상이 아주 강렬하였습니다.

 

장미 계곡 (Rose Valley)

돌고, 돌고, 돌고 돌아 오늘의 마지막 기착지, 장미 계곡으로 왔습니다.

카파도키아에서 일몰 구경의 성지라고 일컫는 곳으로, 해가 지면서 노을이 질 때 암벽에 비친 빛깔이 장미 같다고 해서 1960년대에 미국인 관광객들이 붙인 이름이라고 합니다.

버스에서 내리니 저 아래 계곡에 자그마한 암굴 교회가 있는데 그 곳에서 성찬식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답니다. 그런데 내려가는 길이 만만치가 않기에 결국 몇 사람은 위에 남아 기다리기로 하고, 내려 갈 수 있는 사람들만 내려가기로 하였습니다.

한참을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내려와 당도한 곳에는 자그마한 동굴이 파여 있었고, 그 동굴 안에는 마침 입구로 들어오는 저녁 해를 받아서 비록 조금 손상되고 퇴색이 되었지만 아름다운 성화들이 밝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 아래, 조그마한 테이블에는 빵 한 덩어리와 포도주 병 하나, 그리고 성배가 석양을 받아 반짝이고…

그 옛날, 디베랴 바닷가에서 새벽에 허기진 모습으로 빈 배에서 내렸을 때에는 구운 생선을 준비하고 기다리시는 예수님이 계셨었는데… 둘러서서 예배를 드리고 성찬식을 시작하기 전에 목사님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우리와 함께 오기로 하였다가 직장사정 때문에 못 온 C집사가, 우리 보고 가는 길에 심심찮게 군것질을 하라고 쥐어 주던 그 C집사가, 실은 회사 일이 아니라 직장암 진단을 받아서 치료 때문에 못 오게 되었다는, 전혀 예기치도 못한, 모두가 놀라고 경악스러운 소식이었습니다.

성찬을 받는 모두의 얼굴이 눈물 범벅이 되었습니다. 왜 우리 인간들은 이렇게 아파야만 하는지… 왜 우리 주위에는 이렇게 암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그네들을 통해서 하나님이 이루시고자 하는 일이 무엇일까요?

그네들을 통해서 우리에게 주시고자 하는 말씀은 과연 무엇일까요? 모두들 숙연히, 애통하는 마음으로 받아 든 주님의 살과 피! 그리고 모두 간절히 기도하였습니다.

통성으로 부르짖는 간절한 기도가 동굴 안을 꽈~악 채우고, 우리의 심금을 흠뻑 울려 놓았습니다.

“주님! 신유의 손길로 어루만져 주시사 주님의 영광이 그를 통해 나타나게 하여 주시옵소서!”(요즈음에도 “직장 때문이었음은 사실”이었노라고 농을 할 정도로 건강하게 잘 살고 계신 C집사님을 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동굴을 나와 이젠 그 동굴 교회에 가리워져 그늘진 휴게소 앞에서 잠시 놀란 가슴들을 진정시키고, 계곡 가득히 온누리교회의 교가를 울려 펼치니, 저 먼 위에 남은 사람들의 화답이 들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여기에 모인 우리….”

계곡을 오르는 우리들의 몸이 무거운 것은 우리들의 마음 또한 무거워졌기 때문이겠지요? ‘아니 더 무거워지지 말아야지! 주님이 고쳐 주실 텐데… 뭘!’

호텔에 돌아와 저녁 후에는 모두 일찍 자리로 들었습니다. 내일 아침은 3시 30분 기상, 4시 30분에 호텔을 떠나 이제 마지막 경유지 이스탄불로 가는 비행기를 타러 가야 하니까요.

이렇게 카파도키아에서의 이틀 반이 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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