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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ellu
‘우리 아버지’와 ‘너희 아비’
allellu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라”(개역한글판은 ‘세계’로 번역). 신약성경을 여는 마태복음 1장1절이다. ‘계보’ ‘세계’ ‘족보’ 등으로 번역된 원문단어 ‘비블로스 게네시스’는 출생과 기원, 본성, 탄생에 관한 책이란 의미다. 마태는 예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아브라함을 먼저 언급했다. 그 만큼 아브라함은 성경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이다.
 

아브라함의 이야기는 창세기 11장 후반부터 등장한다. 노아의 맏아들, 셈의 후손을 기록한 족보가 10절부터 기록됐다. 홍수 이후의 사람들은 삼십 세 전후에 자손을 낳기 시작해 200년 넘게 살다 죽었다.
데라의 아들인 아브람(아브라함의 처음 이름)은 아버지가 70세 때에 태어났다. 족보상으로 보면 아버지 데라가 당시 기준으로 꽤 늦은 나이에 아브람을 낳은 것이다. 데라는 아들 아브람과 나홀을 데리고 갈대아 우르를 떠나 가나안 땅으로 가고자 했으나 하란에서 205세에 죽었다.
데라가 죽자 가나안을 향해 가던 일가족은 하란에 눌러 앉았다. 그런데 아브람이 75세 되던 해에 여호와의 말씀이 임했다.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하게 하리니 너는 복이 될지라. 너를 축복하는 자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저주하리니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라”(창세기 12장 1~3절).

 

아브람은 그 말씀에 따라 조카 롯을 비롯해 모든 가족과 소유를 이끌고 가나안으로 이동했다. 아브람에게 나타나신 여호와께서는 “내가 이 땅을 네 자손에게 주리라”고 약속하셨다.
하지만 복을 받기로 약속됐던 땅에는 기근이 찾아왔고, 아브람은 양식을 찾아 애굽으로 내려갔다. 문제는 ‘이집트 사람들이 아브람의 아내 사래를 보고, 매우 아리따운 여인임을 알았다’(14절)는 데 있었다. 아브람은 애굽의 바로왕에게 아내를 뺏기고, 목숨까지 잃을까 봐 사래를 누이라고 말했다. 여호와께서는 사래를 데려간 바로왕과 그 집안에 큰 재앙을 내렸다. 대신 아브람은 큰 재산을 바로왕으로부터 얻었다.

 

아브람에게 “가축과 은과 금이 풍부하였다”(13장2절). 재산이 불어나고, 집안에 다툼이 일어나자 조카 롯과 따로 떨어져 살기로 했다. 선택권을 쥔 롯은 “여호와의 동산 같고 애굽 땅과 같았던” 요단의 들판, 즉 소돔과 고모라 쪽을 냉큼 택했다. 롯이 떠나자 여호와께서는 아브람을 찾아가 “너는 눈을 들어 너 있는 곳에서 북쪽과 남쪽 그리고 동쪽과 서쪽을 바라보라. 보이는 땅을 내가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니 영원히 이르리라”고 약속하셨다. 욕심 많은 조카에게 어쩌면 실망했을 아브람을 찾아가 가나안 땅으로 들어올 당시의 약속을 다시 확인시켜 주신 것이다.

 

그리고 15장에서는 쪼갠 고기 사이를 여호와께서 홀로 지나가시며, 아브람에게 주신 언약은 반드시 이뤄질 것임을 보여주신다. 고대 근동의 풍습처럼, 약속의 당사자들이 모두 쪼갠 제물 사이로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여호와께서는 아브람이 깊이 잠든 가운데, 어둠과 공포가 그를 짓누르는 가운데(12절) 홀로 지나가신 것이다.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잡히시며, 언약 성취를 강조하신 것이다.

 

“그러나 너의 자손을 종살이하게 한 그 나라를, 내가 반드시 벌할 것이며, 그 다음에, 너의 자손이 재물을 많이 가지고 나올 것이다”(14절)라는 대목은 인류의 역사, 창조 이후의 시간을 한 문장으로 압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야곱이 외삼촌의 집에서, 이스라엘 민족이 애굽에서 똑같이 그랬다. 하나님의 자녀들이, 세상에 내려와 고통 가운데 종살이를 하다가, 여호와 하나님의 은혜를 입고 영생을 얻어 떠나온 본향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여호와 하나님의 반복되는 언약은 아브람에게 ‘쇠귀에 경 읽기’였다. 몸은 늙어가는데, 자손이 없다는 초조함이 그를 짓눌렀다. 여호와께서 홀로 언약을 성취하겠다고 말씀하셨지만 걱정에 눌려 산 것은 아브람이었다. 약속된 복을 받는데, 최소한 숟가락이라도 얹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브람과 아내 사래는 창세기 16장부터 ‘자식 타령’을 시작했다. 아브람은 결국 사래의 종이었던 애굽 여인 하갈을 통해 86살에 이스마엘을 낳았다. 
그런데 16장을 읽어보면 여호와의 천사가 하갈에게는 나타났지만 아브람과 말씀하시는 대목은 없다. 여호와께서 아브람을 다시 찾아오신 것은 창세기 17장의 99세 때다. “내가 내 언약을 나와 너 사이에 두어 너를 크게 번성하게 하리라… 보라 내 언약이 너와 함께 있으니 너는 여러 민족의 아버지가 될지라”.
이때부터 아브람의 이름을 ‘아브라함’(5절)으로 고치라 명하셨다. ‘큰 아버지’ ‘높으신 아버지’에서 ‘많은 민족의 아버지’로 이름이 바뀐 것이다. 그리고 명령하신 것이 할례다. 
“너희는 포피를 베어라 이것이 나와 너희 사이의 언약의 표징이니라. 너희의 대대로 모든 남자는 집에서 난 자나 또는 너희 자손이 아니라 이방 사람에게서 돈으로 산 자를 막론하고 난 지 팔 일 만에 할례를 받을 것이라. 너희 집에서 난 자든지 너희 돈으로 산 자든지 할례를 받아야 하리니 이에 내 언약이 너희 살에 있어 영원한 언약이 되려니와 할례를 받지 아니한 남자 곧 그 포피를 베지 아니한 자는 백성 중에서 끊어지리니 그가 내 언약을 배반하였음이니라”(17장11~14절).

 

할례를 지시하신 뒤 “내가 그(사라)에게 복을 주어, 너에게 아들을 낳아 주게 하겠다. 내가 너의 아내에게 복을 주어서, 여러 민족의 어머니가 되게 하고, 백성들을 다스리는 왕들이 그에게서 나오게 하겠다”고 말씀하셨지만 아브라함은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웃으면서 혼잣말을 하였다. “나이 백 살 된 남자가 아들을 낳는다고? 또 아흔 살이나 되는 사라가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그리고는 “이스마엘이나 하나님께서 주시는 복을 받으면서 살기를 바랍니다”(16~18절) 하고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호와께서는 소돔과 고모라를 멸망시키러 가시는 길에 아브라함을 또 찾아가신다. “내년 이맘때 아들을 낳을 것”이란 말씀을 전하기 위해서다. 이 말을 엿들은 사라는 “나는 기력이 다 쇠진하였고, 나의 남편도 늙었는데, 어찌 나에게 그런 즐거운 일이 있으랴!” 하고, 속으로 웃으면서 중얼거렸다.(17장12절)

 

아브라함이 생명이 다해 눈을 감던 순간을 상상해 볼 수 있다. 그는 스스로 생각해도 여호와 앞에서 온전하다고 자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고비 마다 여호와 하나님의 은혜 없이는 존재하기 힘든 인물이었다. 바로 그 이유로 그는 믿음의 조상이라고 불린다.
그럼에도 아브라함의 믿음은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것이었다. 
유대인들이 ‘우리 아버지는 아브라함’(요한복음 8장39절)이라고 우겼을 때, 예수께서는 “이르시되 너희가 아브라함의 자손이면 아브라함이 행한 일들을 할 것이거늘”, “너희 아비는 마귀”라고 하셨다.
그리고 아브라함이 했던 일을 말씀하시는데, 그것은 “너희 조상 아브라함은 나의 때 볼 것을 즐거워하다가 보고 기뻐하였느니라”(요한 8장56절)에 담겨 있다. 이 구절을 공동번역으로 보면 “너희의 조상 아브라함은 내 날을 보리라는 희망에 차 있었고 과연 그 날을 보고 기뻐하였다"고 번역했다. 
자기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 아내마저도 다른 남자에게 서슴없이 보내버리는 불쌍한 인간이, 여호와 하나님의 쉬지 않으시는 열심 때문에 은혜를 입고, 예수 그리스도의 날만 기다리는 그림, 아브라함이 자신의 생애를 통해 증거하는 믿음이다.(사장/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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