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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 보아가 쓴 ‘기독교 영성 그 열두 스펙트럼’은 실제적인 책이다. 저자가 말하는 영적인 삶이란 모든 영역과 전 생애에 걸쳐 하나님의 은혜로운 주도권에 대해 반응하는 것을 뜻한다. 그는 성경적인 영성은 반드시 그리스도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영성의 12 측면을 말하면서 각 장마다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했다. 예를 들면 1부 끝자락에서 용서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나님 앞에서 하는 연습이라 생각하고 수년간 당신을 힘들게 했던 자들의 목록을 적으라고 조언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 동안 겪었던 아픔을 하나님께 올려드리고 용서를 결심한 뒤, 목록을 적은 종이를 구겨 태워버리라는 것이다.

 

이런 행위가 실제로 영성을 깊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상급과 관련한 부분이다.

기독교 안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주제 가운데 하나가 상급인데, 케네스 보아는 하나님 나라에서 상급이 있다고 분명히 이야기 한다.

‘패러다임 영성’ 부분에서 저자는 “하나님이 계시다는 사실을 알면 삶을 보는 관점이 바뀌고 이어 어디에 우선 순위를 둘 것인가도 알게 된다… 영원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 짧은 지상의 체류가 우리로 하여금 하늘의 시민권을 준비하도록 설계되었다는 성경의 진리를 터득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런 관점에 인생의 초점을 맞춰 자신을 더 많이 조정하라는 조언이다. 이것은 마치 우리 자신이 더 많이, 더 괜찮은 사람으로 변화됨을 통해 하늘의 시민권을 준비할 수 있다는 말로 이해될 수 있다.

 

또 저자는 ‘교환된 삶의 영성’에서 “우리 스스로를 죄악에서 벗어나 하나님께 드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동기화된 영성’에서는 상급에 대한 이야기가 보다 직접적으로 언급된다. 저자는 “구원은 은혜로 되는 것이지만 하늘나라에서의 상급은 행위에 기초한다”고 주장한다.

지상에서의 삶의 질이 영원한 결과를 가져다 주며, 한시적 세계에서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영원의 질이 직접 결정된다는 뜻이다. 때문에 저자는 “우리는 각자 하나님 앞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스도의 심판대가 하늘 나라에서의 손실과 상급과 관계되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믿음이 부족해 상급 받을 자격을 상실하거나 믿음이 신실하여 하나님의 인정을 받게 된다. 마태복음의 달란트 비유와 므나 비유에서 상급은 생산한 결과가 아니라 신실함에 따라 결정된다”고 설명한다.

 케네스 보아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실제 성경에는 상급에 대한 언급으로 이해될 수 있는 구절이 여럿 등장한다. 시편 18편에서 다윗은 “여호와께서 내 의를 따라 상 주시며 내 손의 깨끗함을 따라 내게 갚으셨으니”라고 노래했다. 바울 사도 역시 “운동장에서 달음질하는 자들이 다 달릴지라도 오직 상을 받는 사람은 한 사람인 줄 너희가 알지 못하느냐 너희도 상을 받도록 이와 같이 달음질 하라(고린도전서 9장24절)”고 적었다.

 

그런데 여기서 핵심은 이 땅을 떠나 하나님의 은혜로 하나님 나라에 들어간 성도들에게 상급이 실제 있는지, 아닌지에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상급이 있다고 한들 그것이 하나님 나라에서 자랑거리가 될 수 없으며, 상급을 못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하나님 나라에서 실망할 이유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왜냐 하면 그 나라는 오로지 그리스도 예수만이 영원토록 찬양을 받으실 뿐만 아니라 오로지 그분께서 베풀어주신 은혜만을 찬송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상급의 유무를 따지기에 앞서 구원과 은혜에 대한, 성도가 누구인가에 대한 이해가 먼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케네스 보아의 논리 대로 믿음에 따라 상급이 결정된다면 그 믿음은 먼저 우리의 생산물로 인정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믿음이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진 은혜의 선물이라는 성경의 설명과 배치된다. 또 에베소서 4장은 믿음은 하나라고 말하는데, 케네스 보아의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그 은혜의 선물로 주어진 한 가지 믿음이 어째서 본질적으로 부족하거나 신실함의 측면에서 어떻게 차이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따라야 한다. 물론 그것이 삶의 과정에서 외부적으로는 그렇게 보일 수는 있다. 사람들은 스스로들 “누구누구는 믿음이 좋다, 누구는 믿음이 약하다”고 평가하기를 좋아한다. 그럼에도 하나님의 선물로 믿음이 주어졌다면 그 자체로 이미 완전한 것이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단지 믿음이 성도의 삶을 끌고 가는 과정에서 여러 모양으로 나타날 뿐이며, 믿음의 주인이신 그리스도 예수께서 결국 온전한 자리로 성도를 밀고 가실 것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하늘나라에서 상급이 있고, 그것이 인간의 행위에 기초한다면 하나님의 은혜는 설 자리가 사라진다는 데 있다. 케네스 보아의 말처럼 구원은 은혜로 받고, 상급은 행위로 받는다면 하나님께서 통치하는 나라에서도 상급의 차등에 따라 인간들의 자기 자랑만 난무할 것이다.

또한 저자는 ‘포괄적 영성’을 설명하면서 “그분이 우리 삶의 모든 요소에 관여하고 계신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어떤 누구도 자신의 힘으로 구원을 쟁취하거나 죽음의 자리에서 살아날 사람이 없다. 하나님께서 우리 삶의 모든 요소를 관여하고 계신다는 저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어떤 근거로 하나님 앞에서 상을 내놓으라고 요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우리가 혼신의 힘을 다해 영적인 삶을 내놓는다고 해도 그것은 하나님의 관여로 일어나는 일이며, 이미 우리의 공로가 아닌 것이다.

 

성경은 “인간의 실존을 죄와 허물로 죽은 상태”라고 말한다. 죽었던 인간에게 은혜로 새 생명이 부어졌는데 그 하나님 앞에서 상급을 언급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하나님을 직접 만난 이사야는 “화로다, 나여 망하게 되었도다”라고 말했다. 계시록의 장로들은 그들의 면류관을 벗어 주님 앞에 놓는다. 내가 받을 자격이 없다는 고백이다. 바울 사도는 로마 감옥에서 디모데에게 쓴 편지를 통해 자신을 “죄인 중의 괴수”라고 칭했다. 그에게 상급이 혹시 있다면 그것은 괴수에게 마땅한 대접이다. 그것은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한 구원이다.

저자는 또 8부 과정영성에서 “이 땅에서 존재하는 주된 목적은 하늘 나라의 영원한 시민권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해 놓고 “우리의 임무는 스스로를 성장하기에 좋은 상황 아래 두고 영성 형성을 위해 하나님을 찾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는 “문제는 우리가 스스로의 노력으로 자신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이라고 쐐기를 박는다.

이런 저자의 모순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내 성취물을 앞세워 하나님 앞에서 상급을 주장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런 생각 자체가 이미 하나님을 떠나 인생의 주체자로 서려 하고, 그 가치를 인정해 달라고 떼를 쓰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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