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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ellu
없으며, 없으며, 없으며
allellu

 

비록 무화과나무가 무성치 못하며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감람나무에 소출이 없으며 밭에 식물이 없으며 우리에 양이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나는 여호와를 인하여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을 인하여 기뻐하리로다.(하박국 3장17~18절)

 

정의가 사라지고, 악인들이 자기보다 의로운 사람을 못살게 굴고, 겁탈과 강포가 판을 치는 세상에 대한 분통을 터트린다. 선지자 하박국은 이런 세상이 과연 옳은 것이냐고 여호와께 두 번이나 따지고 호소한다.

이때 여호와의 대답은 이것이다. 종말과 묵시가 반드시 정해진 때에 성취될 것이며, 그 혼란한 세상 속에서도 의인들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게 될 것이며, 물이 바다를 덮음 같이 여호와의 영광을 인정하는 것이 온 세상에 가득하다는 것이다.

이에 하박국 선지자는 “주의 일을 수년 내에 부흥케 하소서”라고 기도한다.

 

마주한 현실과 관계없이 이미 여호와의 언약이 역사 속에서 착착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하박국은 더 이상 자신의 주변을 둘러싼 일 때문에 슬퍼하거나 애통하지 않았다.

못하며, 없으며, 없으며, 없으며, 없을지라도.

여호와의 응답이 있은 뒤에도 현실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 그러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이제 슬픔과 분노, 기도의 이유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즐거워하며 기뻐할 건수로 탈바꿈한다. 하박국은 주님의 계획하신 일이 속히 이루어지기를 기도했다.

 

같은 이야기가 신약 누가복음 21장에 등장한다.

민족이 민족을, 나라가 나라를 대적하며 혼란이 극에 달한다. 지진과 기근, 전염병, 무서운 일이 잇따르는 때가 온다는 예수의 말씀이다. 그때에 성도들은 예수의 이름 때문에 세상의 권세자들에게 끌려가고, 모든 사람들로부터 미움을 받게 된다(21장17절).

어느 한 곳에서도 희망을 찾기 어렵다. 절망 그 자체다. 예수의 이름 때문에 당하는 고통이 크다. 하박국이 불평했던 이야기가 그대로 반복되는 것이다.

여기서도 결론은 마찬가지다. 이런 환난이 오히려 성도들에게 증거가 된다. 성경말씀이 농담이 아니라 실제 이 세상에서 그대로 이뤄진다는 증명이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런 상황이 닥치더라도 놀라지 말며, 미리 무엇인가 사람들에게 변명하고, 방어하고, 설명할 것을 준비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세상 끝날까지 성도들과 항상 함께 하겠다고 약속하신 예수께서 그때그때 지혜를 주겠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심지어 성도들 중 일부는 부모형제 때문에 끌려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하시며, 그럼에도 “너희 머리털 하나도 상하지 아니하리라”고 약속하셨다. 목숨을 잃는데, 머리카락 하나도 상하지 않을 것이란 위로는 이율배반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것은 영원한 하나님 나라에 대한 약속을 말한다.

하박국이나 누가복음 21장의 성도들이나, 삶에 닥친 고난 속에서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언약이다.

 

이런 이야기는 요한계시록 18장에서 더 구체화된다.

마침내 세상의 왕들과 땅의 상인들이, 귀신의 처소 바벨론과 함께 무너지는 것이다. 하나님은 그들의 불의함을 기억하고 계셨다. 왕들과 상인들은 자신들을 영화롭게 하기 위하여 사치하였고, 금은보석은 물론 심지어 사람들의 영혼까지 상품처럼 사고 팔았다. 그러나 그들에게 남은 것은 “화 있도다, 화 있도다, 무너졌도다”라는 탄식뿐이었다.

그 혼란한 가운데서 하늘로부터 음성이 들린다. “이르되 내 백성아, 거기서 나와 그들의 죄에 참여하지 말고 그가 받을 재앙들을 받지 말라.”(18장4절)

구원 받기로 작정된 자들을 부르시는 하나님의 음성이다. 동시에 이것은 하나님께서 예수에게 주신 그분의 백성을 한 명도 빠뜨리지 않고 구원해 내시는 예수의 음성이기도 하다. 그 음성을 들은 자들은 하박국처럼 세상의 일에 미련을 두지 않게 된다.

 

세상의 실체는 “선지자들과 성도들과 및 땅 위에서 죽임을 당한 모든 자의 피가 발견된 곳”이다. 그래서 성경은 “하늘과 성도들과 사도들과 선지자들아, 그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라 하나님이 너희를 위하여 그에게 심판을 행하셨음이라”고 고백한다.

이것은 더하거나 뺄 것 없이, 그대로 확정돼 있는 종말의 그림이다.

역사 속에 등장한 성도는 세상에 뒤섞여 살아간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서 성도는 “내 백성아 거기서 나오라”는 음성을 듣게 된다. 다메섹으로 향하던 바울을 찾아가셨던 것처럼, 예수께서는 오늘도 자기 백성을 부르고 계신다.

 

그런데 참 희한한 일이다. 구약의 선지자 하박국이 외쳤던 그 기도를 오늘날 교회가 똑같이 되풀이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들은 십자가의 복음보다 자유민주주의에 더 관심을 가진다. 교회의 이름을 앞세워 공정과 정의로운 세상을 건설하겠다고 부르짖는다. 그것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자고 발광한다.

그러나 성경은 복음과 관계 없는 세상, 인간이 더 살기 좋은 세상, 자유민주주의가 활짝 꽃피고, 시장경제가 사람들을 지배하는 세상을 바벨론이라고 가르친다. 인간들이 주인이 된, 왕들과 상인들이 북적거리는, 그런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꿈꾸는 게 과연 교회의 일인가. 그것이 십자가의 복음과 어떤 상관이 있는가 하는 점에서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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