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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중가수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은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옥스포드대학을 다녔고, 젊은 시절 군에서 조종사로 복무했다. 육군 대위로 전역한 후에는 영화배우, 가수 겸 작곡가로 명성을 날렸다. 유명 여배우들과 염문을 뿌리기도 했다. 남 부러울 것 없는 인생을 살았던 것 같지만 어느 날 그는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회심하게 되고, 젊은 날을 낭비해 버린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내놓은 신앙고백이 1972년 발표한  “Why me, Lord?”라는 노래가사에 담겨 있다.

‘주님 말해주세요 왜 저를 구원해 주신 거지요? 제가 아는 행복을 즐길만한 어떤 일을 한 적이 있습니까? 내 평생 모든 걸 낭비했어요. 내 자신을 내가 잘 알고 있으니 나를 도와주세요.’

오로지 그리스도의 은혜가 아니면 멸망 당해 마땅한 자신의 모습 속에서, 하나님의 긍휼과 사랑을 날마다 갈구하게 된 것이다.

 

복음은 좋은 소식, 복된 소식, Good News다. 그러나 복음이 모든 인류에게 기쁜 소식으로 들리는 것은 아니다. 신약성경 고린도전서는 복음의 본질과 그것을 접한 사람들의 반응을 묘사한다.

고전 1장 17-18절은 “그리스도께서 나를 보내심은 세례를 주게 하려 하심이 아니요, 오직 복음을 전하게 하려 하심이니 말의 지혜로 하지 아니함은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헛되지 않게 하려 함이라”고 선언한다. 이어 22~24절은 “십자가의 도가 멸망하는 자들에게는 미련한 것이요, 구원을 얻는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이라 유대인은 표적을 구하고 헬라인은 지혜를 찾으나 우리는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를 전하니 유대인에게는 거리끼는 것이요 이방인에게는 미련한 것이로되 오직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능력이요, 하나님의 지혜니라”고 밝힌다.

 

성경이 증언하는 복음은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다. 사람들은 지혜와 표적을 구하고 찾지만, 성경이 전하는 것은 오직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다.

그 십자가의 이야기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재수없고 미련한 이야기로 들릴 뿐이고,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꺼림칙하며 듣기 싫게 받아들여진다.

선택 받은 민족이라는 자부심에다 율법 지킴을 통해 하나님께 나아가려고 했던 유대인이나, 철학과 지혜를 갈구했던 헬라인,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힘과 능력을 동원해 어딘가 있을지 모르는 구원을 성취하려 했다는 것이다.

스스로의 노력과 헌신, 성취에 가치를 두기 때문에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라는 복음은 그들에게 거리끼는 것이요, 미련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오직 가능성을 차단 당한 채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만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의 복음이 하나님의 능력이요 하나님의 지혜가 된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의 지혜와 지식, 이성과 결심으로 그 십자가 비밀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십자가는 인간의 불가능함을 발각 당하는 장치다. 십자가는 인간이 반드시 멸망 당해야 하는 죄인이라고 가르친다.

그래서 십자가는 구원의 상징이기 이전에 심판의 표식이다. 그 심판의 첫 번째, 그리고 최종 희생양은 예수다. 따라서 인간이란 존재는 하나님께서 직접 사람이 되셔서 그의 죄를 대신 지고 죽어야 할 만큼 철저하게 망가진 죄인이라고 십자가가 선언한다.

또한 인간의 자존심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 바로 십자가다. 하나님의 아들께서 벌거벗긴 채 수치를 당한 십자가, ‘나무에 달린 자마다 하나님께 저주를 받은 것’(신명기 21장)이라는 구약의 예언이 성취된 곳이 십자가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 그리스도 앞에 설 때 그 어떤 인간도 자신의 잘남을 자랑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죄인을 대신해 죽고, 그의 죄를 대신 담당했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할 때, 그 십자가가 오로지 신실한 복음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바로 그 지점에서 십자가는 어떤 사람들에게 거리끼는 것이며, 미련한 것이 된다.

 

기독교의 세계관을 설명할 때 일부 신학자들은 창조-타락-구속의 프레임으로 이해한다. 하나님의 천지창조를 인정하고, 인간의 타락과 하나님 나라의 회복을 설명한다. 꽤나 유용한 설명의 형식을 취하는 것 같지만 실상 가장 중요한 게 빠졌다. 그것은 하나님의 약속, 언약이다.

에베소서 1장은 하나님의 창세 전 언약을 말하고 있다. “곧 창세 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사 우리로 사랑 안에서 그 앞에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시려고 그 기쁘신 뜻대로 우리를 예정하사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자기의 아들들이 되게 하셨으니.”

 

성경은 인류의 역사가 창세기 1장 1절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시간과 공간, 역사가 생겨나기 전, 다시 말해 창조 이전에 이미 성부와 성자 사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성도가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하나님의 언약이다. 이 인간의 역사가 그저 우연히 생긴 것이 아니라는 점을 창세 전 언약은 말한다. 하나님의 약속과 온전하신 계획에 따라, 그분의 시나리오에 따라 펼쳐진 것이 시간과 역사이다.

창조-타락-구속은 하나님의 창세 전 언약이 펼쳐지는 시간 속에서의 어떤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언약, 약속은 어느 누구와 상의하지 않으시고, 전지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그분의 마음대로 성자 예수와 세우신 것이다. 그 당시 인간은 존재조차 하지 않았다. 이것을 요한복음 17장에서는 대제사장의 기도를 통해 드러낸다. 십자가의 수난을 앞두고 예수님께서 드리는 대제사장의 기도에 보면 창세 전에 언약을 세우셨고, 영광을 가진 분들은 성부와 성자 하나님이셨다고 말한다.

 

전지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언약을 하셨다면 그것 자체로 창세 전 언약은 이미 완성된, 완료된 시나리오다. 왜냐 하면 그분은 모든 것이 가능하시며, 완전하시며, 변치 않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언약이 세상의 역사와 시간과 인생과 종말에 대해 미리 답을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언약은 역사가 어떻게 흘러가고 끝날 것이며, 그 목적과 본질이 무엇인지를 벌써 규정해 두고 있다. 이것이 세상에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성도라는 존재들이 간직한 출생의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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