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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음을 전파하는데 사람들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려는 움직임은 기독교 역사 내내 있었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인간의 이성과 논리로 전파되지 않는다. 어쩌면 그런 시도 자체가 복음을 어지럽히고 십자가의 피를 가리는 행위다. 성경은 말씀 자체가 살았고, 운동력(활동하는)이 있어 칼보다 날카롭고 사람의 영혼까지 찌른다고 가르친다(히브리서 4장). 그런 면에서 복음은 인간이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복음 스스로 진리를 선포한다.

또한 복음이 1차적으로 활동하는 곳은, 소위 하나님의 백성이라고 자부하는 자들이 우글거리는 ‘교회’이다. 그곳에서 진짜 복음과 인간들이 ‘뇌피셜’로 창작한 종교가 격렬하게 충돌한다.

 

하나님은 인간들에게 제발 믿어달라고, 구원 받아달라고 구걸하지 않으신다. 그분의 주권과 능력으로, 십자가에 매달린 그리스도를 근거 삼아 죄인을 세상에서 뽑아낼 뿐이다. 세상을 장악한 악마의 세력을 십자가의 피로 결박하시고, 그분이 예정한 구원의 여정을 사정없이 밀어붙이신다.

 

혈통적으로 여호와의 선택을 입은 백성이라 자처하던 유대인들은 ‘하나님의 죽음’이라는 복음의 전파를 방해하기 위해 계략을 동원했다. 그것은 십자가에서 성취된 ‘율법 외의 한 의’, 즉 은혜를 부정하려는 것이었다. ‘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구원에 대한 집착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 장면이 사도행전 6장에서 자세히 그려진다.

 

은혜(헬라어 ‘피스티스’, 믿음 또는 신앙을 불러 일으키게 하는 그 무엇)와 권능(‘뒤나미스’, 성령의 능력)이 충만했던 초대교회 스데반 집사는 지혜와 성령을 힘입어 사람들과 회당에서 논쟁을 벌였다.

이때 스데반을 당해내지 못했던 유대인들은 복음 전파를 막으려 사람들을 매수했다. 유대교의 장로들과 서기관들은 거짓 증인들을 내세워 “스데반이 모세와 하나님을 모독했다, 이 거룩한 곳과 율법을 거슬러 말했다”고 모함하도록 했다. “나사렛 예수가 공회를 헐고 또 모세가 우리에게 전하여 준 규례를 고치겠다고 했다”는 증언을 들은 대제사장이 “이것이 사실이냐”고 스데반에게 추궁했다. 스데반은 대답 대신 이스라엘 역사 전반을 훑어가며 설교를 시작했다.(사도행전 7장)

 

 스데반 집사가 선포한 내용은 아브라함으로부터 시작된 하나님의 언약과 이스라엘의 반역에 대한 것이었다.

 하나님께서는 하란 땅에 살던 이스라엘의 조상 아브라함을 찾아가 가나안으로 불러내셨다. 자식도 없는 그에게 땅과 후손을 약속하셨고, 애굽의 종살이와 400년 후 출애굽까지 미리 말씀하셨다. 스데반은 할례언약과 야곱의 열두 아들, 애굽에 팔려간 뒤 총리에 오른 요셉의 이야기, 모세의 출생과 미디안 광야에서 보낸 40년, 출애굽 사건, 송아지 우상을 만들었던 일, 광야 교회, 여호수아의 가나안 점령, 다윗과 솔로몬의 이야기까지 사도행전 7장 2절부터 53절에 걸쳐 길게 풀어놓는다.

 

 스데반의 설교는 유대인들의 존재적 본질을 까발리고 있다.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유일한 백성이라는 자부심에다 율법의 수호자를 자처했지만 유대인들의 실체는 자신들의 생각과 매우 달랐다. 유대인들에게는 모세가 준 규례 즉, 율법을 지킬 능력이 애초부터 없었고, 당연히 그런 율법적 행함을 통한 구원도 불가능했다. 바리새인과 제사장 등을 향해 “너희 아비는 마귀”라고 통렬히 지적했던 예수님의 말씀을 스데반이 풀어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스데반은 율법과 역사를 통해 이스라엘의 불순종과 불가능함이 완벽하게 증명됐다고 반증한다. 그 불순종의 정점은, 하나님이신 메시아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 박은 것이었다. 스데반은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선포하고 있다.

 

여기서 충돌이 발생한다. 혈통과 육신으로 유대인이라는 자부심에다 율법을 말씀으로 지키고, 성전에서 제사를 지내는 행위를 통해 자신들이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확증을 챙기고 있었는데, 그것을 부정하자 돌을 들고 죽여버리겠다며 달려든 것이다. 

 

 결론 부분에서 스데반은 “목이 곧고 마음과 귀에 할례를 받지 못한 사람들아. 너희도 너희 조상과 같이 항상 성령을 거스르는도다. 너희 조상들이 선지자들 중의 누구를 박해하지 아니하였느냐. 의인이 오시리라 예고한 자들을 그들이 죽였고, 이제 너희는 그 의인을 잡아준(배반한) 자요, 살인한 자가 되나니 너희는 천사가 전한 율법을 받고도 지키지 아니하였도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언약대로 하나님의 아들께서 죄 없는 유일한 의인으로 세상에 오셨지만 귀가 막히고 눈이 멀어버린 유대인들은 그를 십자가에 매달아 살해했던 것이다. 입만 열면 메시아를 기다린다고 외쳤지만 실제로 그분이 오셨을 때는 알아보지도 못했다.

 

 스데반의 설교를 들은 대제사장과 서기관 무리는 마음에 찔림을 받았다. 완벽한 율법 지킴이 불가능하다는 것과 자신들 마음 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사악함을 들켰기 때문이다. 그들 역시 자신들의 조상이 행했던 불순종을 성경을 통해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스데반의 설교에 단 한 마디도 반박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오히려 스데반을 향해 이를 갈았다. 자신의 실체를 발각 당하자 악마적 본심을 드러낸 것이다.

 

 사도행전 2장에도 설교를 듣고 마음이 찔린 자들이 등장한다. 베드로가 설교했을 때 “그들이 이 말을 듣고 마음에 찔려 베드로와 사도들에게 물어 이르되 형제들아 우리가 어찌할꼬 하거늘(37절)”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들은 당장 회개했고 그날 3천 명이나 구원을 받았다.

 

 스데반은 하늘이 열린 것과 하나님의 영광, 예수께서 하나님 우편에 서신 것을 보며 유대인들이 던진 돌에 맞아 순교했다.

 하나님의 영광은 유대인들이 율법을 목숨 걸고 지킬 때가 아니라 창세 전에 선택하신 하나님의 백성이 십자가를 거부하는 자들에게 고난을 받고 숨지는 순간 드러났다. 그때 대제사장 무리들은 큰 소리를 지르며 귀를 막았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홍해가 갈라졌듯, 복음의 진리가 선포되는 순간 하나님의 백성과 그리스도 밖에 있는 자들의 실체가 명확해진다. 진리를 둘러싼 이러한 충돌은 오늘날도 실시간 벌어지고 있다. (‘사람 낚는 예수, 사람 잡는 복음. 부크크출판사’(김용호 씀)에서 일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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