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한방이야기(165)
신경과에 관한 병(10) -두통(3)
환자 스스로 판단해 약물 복용만으로 끝내지 말고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야 할 두통에 대하여 이번 호에서 소개한다. 다음의 경우는 전문가의 진단이 필요한 두통으로 분류하고 있다.
(1)태어나서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아주 심한 두통이 있을 때
(2)50세 이후에 처음으로 두통이 시작 되었을 때
(3)두통이 수 일이나 수 주에 걸쳐 점차 심해지는 경우
(4)열이 나거나 목이 뻣뻣하고 피부에 발진이 있는 두통
(5)팔, 다리가 저리거나 사물이 이상하게 보이는 증상이 동반되는 두통
(6)머리를 다치고 나서 생긴 두통
(7)5분이내에 통증이 갑작스럽게 최고로 심해지는 두통
(8)심한 운동.과로.기침. 용변 후 또는 성행위 후 나타나는 두통
(9)에이즈에 감염된 환자나 암환자의 경우 두통이 평소와 다르게 느껴질 때이다.
두통은 많은 사람이 경험하는 흔한 증상이고 진통제 등으로 쉽게 호전되는 경우가 있어 반복되는 두통을 무시하고 진통제에만 의존하면 심각한 다른 질병을 키울 수 있다. 따라서 위에서 열거한 증상이 나타나면 전문가의 진단을 받도록 권유하고 있다.
또한 지난 호에서 일차성두통에는 스트레스나 정신적 긴장에서 오는 긴장형 두통과 편두통.군발두통이 있다고 하였다. 이 중 편두통과 군발두통의 양상이 매우 특징적이어서 이에 대한 설명을 따로 하기로 하였다.
편두통(偏頭痛.Migraine)은 뇌신경 및 뇌혈관의 기능 이상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두통의 일종이다. 특별한 원인없이 한쪽 머리가 아프면 편두통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는 머리 양쪽에 올 수도 있다. 긴장형 두통 등의 경우에도 두통이 머리의 한쪽에 오기도 한다.
편두통은 어느 연령에서나 발생하지만 10-20대에 처음으로 발생하여 40-50대에 가장 흔하며 젊은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한의학에서는 정서 장애로 간기가 울결되며 간화가 위로 오르거나 어혈이나 습담이 옆머리 경맥 순행을 장애할 때 생긴다고 보고 있으며, 서양의학에서는 과도한 스트레스.과로.생리.수면부족.임신.자율신경장애.과음.과식 등의 이유로 생긴다고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성격이 완벽주의적이고 세심하며 남에게 지기 싫어하고 내성적인 경우에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편두통을 유발하는 원인에 대하여 서양의학에서는 아직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전에는 두피를 지나가는 혈관이 박동성을 가지고 수축과 확장을 반복하는 것이 원인이라고 했지만, 최근에는 두피 및 두개에 존재하는 혈관에 분포하는 신경의 말단에서 특정 물질들이 방출되고 이 물질들이 혈관을 확장시키거나 혈장의 혈관 밖 수축 및 염증 반응을 유도하여 편두통이 발생한다는 가설도 제시되고 있다.
편두통에서 나타나는 통증의 특징은 *중증도 또는 심한 두통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경우가 흔하다. *머리 한쪽에만 통증을 느끼는 경우도 있고 머리 전체에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두통의 양상은 맥박이 느껴지는 것 같은 박동성으로 욱신욱신 또는 지끈지끈 하다. *편두통 있을 때 운동을 하면 두통이 더 심해진다.
편두통에 동반되는 증상으로는 *소화가 안되고 울렁거리거나 심하면 토하기도 한다. *소리나 빛에 민감해져 어둡고 조용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려고 한다. *냄새에 예민해지고 어지러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편두통은 일반적으로 전구증상-조짐-두통 및 동반증상-후유증상으로 진행되는데 조짐이 동반되지 않는 무조짐편두통과 조짐이 나타나는 조짐편두통으로 구분된다. 전구증상은 두통 시작 2-48시간 전에 나타나는 증상이며 피로감.졸림.무기력.하품.집중력 저하.목의 뻣뻣함.감정예민.식욕부진.갈증.음식에 대한 욕구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대부분의 편두통 환자들은 조짐이 없으나 일부 사람들은 편두통이 오기전에 대개 1시간 미만의 시각.감각.언어조짐의 증상을 보인다. 시각조짐은 눈 앞에서 불빛이나 점이 깜박이고, 시야에 지그재그 선이 보인다. 감각조짐은 주로 얼굴과 손의 한쪽이 따갑거나 저리거나 무딘 느낌이 있다. 언어조짐은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 언어장애 현상이 생긴다.
대부분 시각조짐이 가장 흔하고 그 다음으로 감각조짐.언어조짐의 순서이며 한 환자에게서 두 가지 이상의 조짐이 연속해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다만 편두통의 환자 중 10%는 두통없이 조짐만 경험한다고 한다.
두통은 대개 편측성이나 편측이 아닌 경우도 있으며 주로 욱신욱신 쑤신다. 통증은 하루 중 어느 때나 나타날 수 있으며 점차적으로 진행되다가 안정기에 도달한 다음 4-72시간 후에 진정된다. 구역.구토나 심한 안구통을 잘 동반하며 밝은 빛이나 시끄러운 소리를 회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두통이 해소된 후 대부분의 환자들은 회복기 후유 증상을 갖는다. 기분 및 지적 수준의 저하.불안정감.무기력함 등이 있으며 신체적 피로감을 느끼기도 한다.
편두통 환자의 2/3 이상은 하나 이상의 유발 요인을 가지며 조짐편두통보다 무조짐편두통 환자에게서 더 흔하다. 모든 편두통 환자에게 공통적인 유발 요인은 없으나 스트레스가 가장 흔한 유발요인으로 보고 있다. 음식물 중에는 술이 대표적인 요인이며 그 중에서도 적포도주가 유발요인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그 밖에 초콜릿.치즈.감귤류.튀긴 지방질 음식 등이 있다. 여성의 경우에는 월경도 유발 또는 악화원인으로 보고 있으며, 결식.수면과다.수면부족.격렬한 운동.과로 등 불규칙한 생활습관도 유발요인으로 보고 있다.
한의학에서의 편두통 치료는 변증에 따라 치료내용이 달라진다. 편두통의 원인을 증상에 따라 풍한.풍열.풍습.간양.담탁.신허.기체혈어로 변증하고 이에 따라 치료원칙.처방.자침 조작법을 달리한다. 예를 들어 머리가 무겁고 어지러우며 또는 눈앞이 아찔하고 가슴이 답답하며 창만감이 있고 오심이 있으며 가래를 뱉으면 담탁두통으로 변증하여, 풍지.중완.풍륭 등에 자침하는 화습거담 치료원칙을 적용한다.
이에 반하여 두통이 빈번하게 발생하여 오랫동안 낫지 않으며 통증 부위가 고정되어 있으며 송곳으로 찌르는 것처럼 아프거나 두부에 외상이 있으면 기체혈어두통으로 변증하고, 풍지.백회.태양.합곡.태충 등에 자침하는 활혈화어.통락지통의 치료원칙을 적용한다.
한의학에서 변증에 의한 적절한 편두통의 침.뜸치료는 효과가 좋다. 환자의 통증 부위가 정확하면 경맥이 순행하는 노선에 따라 치료하면 효과가 더 크고, 침자리를 선택할 때에는 변증분석에 근거하여 근위와 원위 침자리를 배합하는 방법을 취한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