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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ho2017
‘초원의 빛' (상)(Splendor in the Grass)
youngho2017

 

빈곤의 시대에서 풍요사회로 급변하는 
사회 규범 속 청소년의 성 문제를 다룬 수작

 

 

 

 

 "…한때 그처럼 찬란했던 광채가/ 이제 눈앞에서 영원히 사라졌다 한들 어떠하리/ 그 어떤 것도 되돌려 올 수 없다 한들 어떠하리/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다시는 그것이 되돌려지지 않을지라도 서러워 말지어다/ 차라리 그 속 깊이 숨겨진 오묘한 힘을 찾으소서.…"

 


 영국의 계관시인(桂冠詩人)이었던 윌리엄 워즈워드(William Wordsworth, 1770~1850)가 1804년에 쓰고 1807년에 발표한 "어린 시절 추억의 불멸성이 남긴 자취에 대한 송가(Ode: Intimations of Immortality from Recollections of Early Childhood)" 중 극히 일부분을 인용한 시로, 이번에 소개할 영화의 제목 ‘초원의 빛(Splendor in the Grass)’은 여기에서 따온 것이다.


 1961년 워너 브라더즈 배급. 테크니컬러 로맨틱 드라마. 제작•감독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1951)' '워터프론트(1954)' '에덴의 동쪽(1955)' 등으로 잘 알려진 엘리아 카잔(Elia Kazan, 1909~2003). 출연 워렌 비티, 나탈리 우드, 팻 힝글 등. 러닝타임 124분.


 영화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필자의 자의로 부제를 붙여 서술한 점에 대해서는 독자들의 양해를 바란다.

 


1. 부모의 전권적 간섭과 압력: 억압된 성과 열정

 


 배경은 1928년 미국 중부 캔자스. '커머셜 고등학교' 3학년생으로 만능 스포츠맨인 아서 '버드' 스탬퍼(워렌 비티)와 아름답고 검은 머리의 동급생인 윌마 딘 '디니' 루미스(나탈리 우드)가 폭포 옆에 세워둔 버드의 노란 스포츠카 안에서 포옹하고 키스를 하고 있다. 거듭 키스를 하며 버드는 더 이상을 원하지만 디니는 결혼 전까지 순결을 지키기 위해 거절한다. [註: 이 폭포는 카잔 감독의 여름별장이 있는 뉴욕 주의 High Falls이다.]


 욕망이 좌절되자 모욕감을 느끼고 화가 난 버드는 디니를 집에 데려다 주고 "키스는 충분히 했으니까"라며 작별 키스도 안 해주려다 마지못해 키스를 해주고 떠난다. 

 

 

 


 '팬시 그로서리' 가게를 경영하는 디니의 어머니 프리다 루미스(오드리 크리스티)가 이 광경을 지켜본다. 그녀는 딸에게 정숙한 여자만이 남자로부터 존중을 받는다며 혼전 섹스는 금물이고 순결을 지키라고 충고한다. "네 아빠는 결혼할 때까지 내 손도 잡지 않았단다"라며 섹스는 결혼 후 오로지 자녀를 갖기 위한 것일 뿐 성적 욕망을 갖는 것은 옳지 않다고 세뇌하듯이 강조한다. 이렇게 디니는 부모에게 순종하는 평범하고 순진한 틴에이지 소녀이다. 

 

 

 


 한편 집에 온 버드는 아버지 에이스 스탬퍼(팻 힝글)에게 디니와 당장 결혼하겠다고 말하는데, 에이스는 비록 가난하지만 디니와의 결혼을 반대하지는 않겠다며, 만약 그가 책임져야 할 일을 했다면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고 말한다. 

 

 

 


버드는 그런 관계가 아니라고 대꾸한다. 그리고 스탬퍼 오일회사를 상속받고 또 다른 이스턴 회사를 합병하려면 먼저 최고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4년제 예일대학에 진학해서 졸업한 후 결혼하라는 조건을 내건다. 


 버드의 부모는 최근에 시카고에서 돌아온 버드의 누나 지니(바바라 로든, 1932~1980; 엘리아 카잔 감독의 부인) 때문에 속을 썩이고 있다. 그녀는 술 담배 춤추기를 좋아하는 왈가닥이자 성적으로 난잡한 날라리인데, 아버지가 최근에 돈만 보고 결혼하려는 건달과의 관계를 변호사를 통해 무효화시키고 집으로 끌고 왔던 것이다. 


 이런 일이 벌써 세 번째이지만 전혀 반성의 기미가 없고 마을에는 유산을 했다는 소문까지 퍼져 딸에게 실망한 부모는 버드에게 모든 희망을 걸고 그에게 예일 대학에 진학하라는 압력을 넣었던 것이다. 그러나 버드는 디니와 결혼하고, 예일대학 대신에 농업대학에 진학해서 아버지의 농장을 경영하는 것이 꿈인데…. 


 사춘기의 딸과 아들이 데이트하는 것을 지켜보는 양가의 부모는 혼전 섹스에 대해 예나 지금이나 이렇게 노심초사 하게 되는 것이다. 


 학교에서 안경을 쓴 멧카프 선생(마틴 바틀렛)이 중세시대의 문학 중 아서 왕과 원탁의 기사에 관한 강의를 하는데, 디니는 노트에 '아서 스탬퍼 부인' '버드와 디니' 등 낙서를 하며 자신과 버드와의 행복한 미래를 꿈꾼다. 


 한편, 풋볼팀 주장인 버드는 학교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좋다. '끝내준다'는 소문이 자자한 빨강 머리의 화니타 하워드(얀 노리스)와 얘기를 하며 차로 돌아오는 버드를 체육관 밖에서 기다리던 디니가 나무라자 오히려 짜증을 내는 버드.


 "난 왜 요즘 쉽게 화가 나는지 모르겠어."라며 자기 머리를 주먹으로 때리는 버드에게 키스하는 디니. "넌 세상에서 유일한 내 여자야, 디니. 만일 네가 없다면…"하고 귀여워 죽겠다는 듯 디니를 세차게 끌어안는 버드에게 "환한 대낮인데 사람들이 보잖아!"라며 그만두라고 간청하는 디니.


 그러던 어느 날 부모님이 외출하고 없는 디니의 집에 놀러간 버드. 진하게 키스하는 디니와 사랑을 나누려는 찰나 갑자기 돌아온 루미스 부인 때문에 버드는 황급히 도망간다. 그 일로 인해 버드를 잃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디니는 불안감에 사로잡히는데…. 

 

 

 


 폭포 옆에 주차한 스포츠카에 빗방울 때문에 차창으로 비친 두 사람의 얼굴이 희미하게 보인다. 버드와 디니다. 버드의 예일대 진학 결심에 디니는 "언제까지나 영원히 널 기다릴게."라고 말한다.

 

 

 


 일요일 교회에서 화이트맨 목사가 설교를 한다. [註: 크레디트에 이름이 나오지 않지만 이 영화의 각본가인 윌리엄 인지(William Inge, 1913~1973)다. 그는 1955년 영화화 되기도 했던 '피크닉(Picnic)'으로 1953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말라 거기는 좀과 동록이 해하며 도적이 구멍을 뚫고 도적질하느니라. 오직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하늘에 쌓아 두라 거기는 좀이나 동록이 해하지 못하며 도적이 구멍을 뚫지도 못하고 도적질도 못하느니라. 네 보물 있는 그 곳에는 네 마음도 있느니라"(마태복음 6:19-21)


 버드 옆에 사랑스런 디니가 앉아있고, 누구보다 이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할 에이스 스탬퍼는 졸고 있다. 


 그날 저녁 스탬퍼 집에서 만찬을 하던 중 지니가 동생 버드를 조롱한다. "넌 아주 순수하고 의로운 체하는 그 위선을 왜 버리지 못하니? 아빠가 얘기하는 대로만 하고 네 뜻대로 하는 일은 하나도 없지. 고통을 속으로만 삭이고 비참해지기만 할 뿐 스스로 개척하는 것은 하나도 없어!"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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