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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jukim
탈북수기-뿌리 뽑힌 나무(31)
minjukim

 

(지난 호에 이어)

 깨끗한 옷과 예쁜 샌들을 벗어서 곱게 보따리에 싸 들었다. 강바닥이 거칠어서 샌들이 망가질까 두려웠던 것이다.

 돌이 많아 거칠고 이끼가 두텁게 오른 미끄러운 강바닥을 어떻게 맨발로 건널수 있을까? 몇 달 전부터 이미 판단력을 상실해버린 나의 어리석은 실수 하나로 내 인생이 어떻게 송두리째 바뀌게 되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그중 유유히 흐르는 강물은 얼핏 보면 쉽게 건널 수 있을 것 같아 보였다. 나는 주변에 사람이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일단 물속에 발을 잠갔다. 그러나 강물은 뜻밖에도 몹시 차가웠다. 다시 발을 꺼내고 나는 잠이 든 아기를 등에 업었다가 물이 깊어 이토록 차가운 물에 잠기면 어떡하나 걱정이 앞섰다.

 아니, 차라리 아기를 가슴에 안고 건너자! 안고 있다가 물이 깊어지면 두 손으로 높이 들어주면 될 것이다! 설마 저 강물이 내 머리는 넘지 않겠지? 나는 깊은 잠에 들어 있는 아이를 품에 안고, 또 작은 보따리를 손에 들고 드디어 물속에 들어섰다.

 한 걸음씩 조심히 발을 옮기면서 한참을 건너가니 바로 맞은편에서는 중국인들이 강둑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의 말소리가 너무 가까이 들려 나는 강을 거의 다 건넌듯 한 착각이 들었다. 그러나 점점 앞으로 나아갈수록 물은 내 가슴팍에 차오르며 깊어지기 시작했고 발밑은 돌에 붙은 이끼 때문에 미끄럽기 그지없었다.

 그제 서야 나는 맨발 바닥으로 강에 들어선 것을 가슴 치며 후회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이제 다시 돌아선다 해도 돌아가는 것도 만만치가 않았다. 정말 나는 강 한복판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다 가는 발이 너무 미끄러워 넘어질 것 같았다.

 그런데다가 낮에는 그토록 유유히 흐르던 물이 정작 강 한복판에 들어서 보니 얼마나 물살이 빠르고 거센지 어마어마한 그 위력에 나는 극도의 두려움과 함께 몸이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한복판에서 오도 가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나는 양쪽을 번갈아 쳐다보며 과연 어느 쪽이 더 가까운지, 구분하려고 애썼다. 어디든지 더 가까운 쪽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강물이 이미 내 가슴팍을 넘어 목까지 차오르고 물에 잠기지 않게 하려고 높이 쳐들었던 아이마저 물속에 반은 잠겨 버렸다. 잠이 들었던 아이는 갑자기 차가운 강물에 잠기게 되자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흠칫하였다. 나는 조금만 더 높이 들어 최대한 아이를 물속에서 높이 들려고 하는 순간 발이 미끄러져 버렸다.

 순간 눈 깜짝할 사이에 중심을 잃어버린 나는 거센 물살에 그만 휩쓸려 버렸다. 갑자기 머리끝까지 물속에 잠기게 된 나는 본능적으로 허우적거리면서 순간적으로 양손에 잡았던 아기를 놓치고 말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아기를 놓쳤다는 생각도 할 틈 없이 나는 거센 물살에 한참을 떠내려가다가 겨우 물 밖으로 얼굴을 내미는 순간 있는 힘껏 소리쳤다.

 “사람 살려요. 살려주세요.” 그리고 다시 거센 물살에 휩쓸려 몇 십미터를 떠내려가면서도 나는 사투를 벌이느라 내가 아기를 놓쳤다는 사실조차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가 힘이 빠져 허우적거릴 힘도 없고 숨이 막혀 오면서 서서히 체온이 떨어지고 몸이 굳어지는 것을 느끼면서 그만 물살에 온몸을 맡긴 채 떠내려가고 있었다.

 “난 이렇게 죽겠구나. 내가 아무도 모르게 이렇게 죽으면 부모형제들은 얼마나 나를 찾을까? 내 아이는 어디쯤에 떠내려갔을까?!”

 물의 소용돌이 소리만이 귓가에서 맴돌고 더는 움직일 수 없게 된 무렵, 갑자기 누군가가 나를 꽉 잡아 들어 올리니 갑자기 숨통이 트였다. 나는 맞은편에서 아까 얘기를 나누던 중국인들이 나를 발견하고 물속에 뛰어들었다고 생각했지만 날 구한 사람은 바로 북한 경비대였다. 그들은 순찰도중에 내 목소리를 듣고 달려와서 나를 구원한 것이었다.

 나는 무섭고 놀랐지만 지체 없이 매달렸다.

 “저기 아기가 강물 속에 있어요. 빨리 좀 구해주세요.”

 “무슨 아기? 아기가 어디 있어?”

 “8개월짜리 젖먹이 아들을 놓쳐 버렸어요. 빨리 제발 좀 구해주세요.”

 “아니 이 여자가 그럼 왜 아이를 업지 않고 손에 잡고 있었어? 지금 이 깜깜한 강물 속에 어디서 아이를 찾아? 벌써 죽었지 살아 있겠나?”

 내가 지금 꿈인지 현실인지 혼이 빠진 채 미처 상황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군인이 물었다. “물속에 왜 뛰어들었어? 죽으려고 뛰어들었나?” “중국에 가서 돈을 좀 벌어 올 수 있을까 해서 건너가려고 들어갔습니다.” “이 미련한 여자야! 신발도 안 신고 제일 위험한 곳에 뛰어든단 말이야? 아이까지 업고? 아기를 제 손으로 죽였구만. 에그 진짜 미친 여자네.”

 사실 군인들은 내가 일부러 죽으려고 강물에 뛰어든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내가 들어간 곳은 강폭이 제일 넓고 깊은 곳으로 심지어 밀수꾼들도 건너지 않는 곳이며 혼자 아기를 업고 제일 깊은 곳으로 들어갔으니 자살을 하러 들어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는 그런 줄 모르고 솔직히 고백해 내 손에는 바로 수갑이 채워졌고 그렇게 체포되었다.

 나는 왜 아이를 업지 않고 안고 물속에 들어갔는가? 만약 아기를 업었더라면 우리 같이 구원됐을 것 아닐까? 만약 아이를 업고 있었으면 살려 달라고 외칠 기회조차 없이 아이와 함께 그대로 물속에 가라앉았을까? 아니 차라리 그렇게 둘이서 함께 죽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어찌 나는 이끼로 찬 강바닥을 맨발로 건널 생각을 했단 말인가? 나는 수백 번도 더 나를 질책하며 거친 길바닥에 박힌 돌에 아픔을 느끼지도 못한 채 맨발로 묵묵히 따라갔다. 제발 이 모든 것이 꿈이었으면, 불과 열흘 사이에 내 앞에 닥친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결국은 끝내 나 때문에 아들을 잃고 말았다는 생각에 갑자기 목구멍이 꽉 메어버렸다.

 군인들은 내가 자꾸 강 쪽을 뒤돌아보며 잘 걷지를 않자 느리게 걷는다고 등을 밀치며 빨리 가자고 재촉했다. 나는 그들의 말이 귓가에 들려오지도 않았고 대꾸도 하지 않았다. 나에게는 내 몸에 걸친 옷 말고는 남은 것이 하나도 없다. 맨발과 맨주먹 뿐이다. 등에 업은 아기의 따뜻한 체온도 느낄 수 없었고 내 옷보따리도 신발도 다 저 시커먼 강물 속에 떠내려갔다. 그리고 나는 지금 낯설고 무시무시한 총을 든 군인들에게 끌려가고 있다.

 이러자고 내가 집을 떠났던가? 저 시커먼 강물은 내 아들까지 삼켜버렸고 나의 마지막 발버둥질마저 다 삼켜 버렸다. 나는 철창에 갇히게 되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꼭 자살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나도 함께 강물 속에서 죽었어야 하는데 구원된 것조차 달갑지가 않았다. 나를 자책하고 가슴 치고 후회하며 나 혼자 평생을 살아서 뭐 하겠는가?

 나는 담담했다. 그리고 평온했다. 아가야! 미안하다는 말조차 할 수가 없구나. 이 무식하고 못난 엄마가 도대체 너한테 무슨 짓을 한 거니? 세상에 막 태어나서 엄마라는 말조차 떼지도 못하고 이렇게 떠나가 버리다니. 내 너만은 꼭 잘 키우려고 여기까지 왔는데 이렇게 될 줄이야. 너를 내손으로 차가운 물속에 던져 놓고 나 혼자 살아서 뭐하리. 곧 너를 만나러 갈게.

 어머니, 아버지 이렇게 먼저 죽는다고, 또 소식도 못 전하고 먼저 가는 이 딸을 용서하세요. 불효한 이 딸을 많이 욕하세요! 나는 진짜 더는 이 세상을 살 수 없어요. 건강히 오래오래 살아 계세요. 우리 나중에 저 세상에서 다 함께 만나요. 입을 꼭 다물고 소리 없는 눈물이 얼굴을 타고 마구 흐르고 또 흘렀다.

 그 어떤 말이 필요한가? 이 순간의 내 심정을 무엇으로 과연 제대로 표현을 할 수가 있단 말인가? 그 어떤 지독한 말로 나를 욕하고 나에게 돌을 던져도 지금 나는 기꺼이 맞을 것이다. 죽으라고 해도 나는 죽을 것이다. 내 손으로 갓난 아기를 저 차디찬 강물 속에 던져 넣은 죄, 한 달이면 돌아올 거라고 부모님을 속이고 이렇게 멀리 떠나와 돌아가지 못한 죄, 무능하고 마음 약한 남편을 버리고 떠난 내 죄를 다 안고 말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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