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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yoon
포토 에세이: 자연의 모자이크를 따라서-아레 강가의 여인
knyoon

 

 스위스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왔다. 며칠 후 어느 모임에서 시인 황금찬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 스위스 여행하고 왔어요. 취리히 호수가 얼마나 아름답던지요.

 황 선생님은 대뜸 얼굴이 밝아지시더니, --그래요. 취리히 호수에서 서북쪽으로 아레 강(River Aare)이라고 있지요.

 --맞아요. 그 강가에도 가 본걸요. 아레 강은 스위스에서 제일 긴 강이지요. 한강처럼 수도인 베른을 가르며 라인 강 상류로 흘러 든다네요. 스위스 친구가 우리 부부를 차에 태우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가다가 넓은 초원에 내려주었어요. 마침 마을 축제가 있어선지 귀여운 어린이들이 알핀 로스라는 고산지대에 피는 장미꽃 보다 작은 꽃묶음을 내밀며 축제용돈에 쓴다고 팔아달라고 앵기는 거였어요. 넓은 초원으로 조금 더 걸어 들어가자 베른시를 둥글게 감싸고 흐르던 아레 강과 만나게 되더군요.

 --아레강 가엔 아름다운 꽃들이 얼마나 예쁘게 피는지 몰라요. 언덕 위 바위 틈에 핀 꽃, 테니슨의 시에 나오는 바위틈의 꽃을 따러 오는 건 남성이 아니라 지헌(나의 별호)처럼 아름다운 여인이랍니다.

 이때 옆에 있던 황 시인의 친구 상마 장하구씨가 말했다.

 --이보게, 과찬(황금찬 선생님의 별호, 늘 지나치게 칭찬한다는 뜻), 과찬 그만하구, 그 여인이 왜 매일 강가에서 꽃을 꺾으며 노래하고 산책하는지나 얘기 해봐요. 나야 세 번도 더 들은 얘기지만, 지헌은 처음일 테니까.

 --그 여인은 바로 테니슨의 누이동생이죠. 테니슨의 죽마고우인 할람이 이 여인을 사랑해서, 꽃을 좋아하는 이 여인에게 벼랑위에 핀 꽃도 따다주곤 했다는군요. 그런데 매일 꽃을 들고 오던 할람이 갑자기 어느 날 베낭 메고 여행을 떠나더니 다시 못올 길로 가버린 거예요. 꽃같이 아름다운 나의 사랑 에밀리야, 하고 다정하게 부르던 할람이 가버리자, 에밀리야에게 꽃을 꺾어다 주는 이가 없는 거예요. 테니슨은 오라비지만, 가 버린 친구에 대한 서름과 절망감에 할람을 생각하며 바위 위에 주저앉아 시만 주저리 주저리 끄적였고요. 

 <In Memoriam> 이라는 제목으로 시집을 출간해서 큰 반향을 얻게 되자 빅토리아 여왕의 칭찬도 들었다는군요. 테니슨은 시를 써서 이름이 났으니 한 시름 잊었겠지만, 에밀리야는 그게 아니었어요. 매일 매일 강가에 나와서 할람이 따주던 꽃들을 꺾어 머리에 꽂고 오피리아처럼 노래를 하며 강가를 거니는거예요.

 --그러다 에밀라야는 어떻게 되었나요?

 그 이미지는 내가 본 아레강 가의 여인과 너무나 똑 같은 모습이어서 급히 물었다. 상마가 다시 끼어들었다.

 --이제 그만해요. 우리한텐 영국 뎀스 강변의 에밀리야라더니, 지헌이 스위스에서 돌아오니까 아레강 가의 여인이 되었나?

--상마, 친구 할람을 잃고 테니슨이 그 사람 대신 누이동생에게 바위 틈의 꽃을 꺾어주며 이렇게 말했어요.

 

‘벌어진 바위 틈새에 핀 꽃이여, 

 그 바위 틈에서 너를 뽑았노라.

 여기 이렇게 뿌리까지 내 손 안에 쥐었느니,

 작은 꽃이여, 아무렴 내가 너의 존재를 뿌리까지 송두리째 이해할 수만 있다면,

 하느님과 인간 사이도 내가 알 수 있으련만.’

 

 --선생님, 그 시는 할람이 떠나기 전에 지은 거고, 제가 본 아레강 가의 여인은 할람이 떠난 후 테니슨이 지은 The Day Dream에 나오는 Flora였어요. 서곡이 이렇게 시작하지요.

‘오, 꽃같은 여인이여, 내말을 들어주오.

 즐거운 시간은 다 지나 갔구려

 그대의 장밋빛 뺨 위로 꿈꾸는 듯

 이슬방울이 눈까풀 위로 내려앉는 사이에…

 

 이제 나마저 꿈 꾸리, 그대 환상에 꼭 기대어,

 따뜻하게 알을 품는 그때까지.

 지나간 전설을 비추는 거울 속으로,

 부질없이 비끌어 매일 때 까지. ’

 

 황 시인은 여전히 에밀리야를 꿈꾸는 듯 먼데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황선생님에게 보여드리려고 스위스에서부터 들고 온 ‘아레 강가의 여인’ 사진을 손가방에 도로 넣고, 김이 가신 커피잔을 비우고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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