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큰일 났어요! 거위가 안 보여요! 도망갔나 봐요!” 꼭두새벽에 걸려온 전화! 초보농장 윤미숙 대표의 다급한 목소리가 스피커폰에서 울린다.

얘기인 즉 며칠 전에 농장에 사다 놓은 새끼 거위 1쌍이 사라졌다는 얘기이다. 그런데 왜? 옆동네 김치맨 영감에게 거위가 사라졌음을 급하게 보고/통보했을까? 그건 김치맨의 주장과 권유에 의해 그 거위들을 구입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김치맨이 초보농장 자원봉사 거위 관리책임자를 자청했기 때문이다.

아! 그런데 “회장님?” 무슨 회장? 만년 백면서생(白面書生) 김치맨이가 언제 무슨 회장이 됐지? 백면서생은 ‘얼굴이 하얀 서생’이란 뜻으로, 사회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오직 가게와 집에서 인터넷만 들여다보며 카톡질하는 세상 일에 경험이 없는 사람을 뜻한다.

천성이 여러 사람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는 김치맨이다. 무슨 사정이 있어 낯선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 가게 되면 커튼 뒤로 숨기를 잘한다. 어쩌다 손에 마이크를 쥐게 되면 아랫도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

그런 주제에 무슨 회장? 암튼 김치맨은 초보농장주 부부에 의해 초보농장회장으로 추대됐다. 물론 그 회장 직책은 한인회장이나 실협회장 및 향우회장처럼 무보수 명예봉사직이다. 생업인 가게에서 오전근무 마치고 점심 먹고나서 농장에 가서 몇시간 놀고 오는 게 일과처럼 돼 버렸다.

지난 수십년동안 비디오임대점과 편의점 카운터 뒤에 갇혀서 살아온 김치맨이다. 그런데 석달 전부터 드넓은 대지 위에서 흙냄새, 거름냄새 맡고 있다. 아스팔트나 시멘트 콩크리트 타일 바닥이 아니라 생명체들을 키워내는 흙을 밟는다.

문득 “자연으로 돌아가라! (Back to the Nature)”는 명언이 생각난다. 장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 선생의 명언이다. “여보슈들! 당신네들이 무병장수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면 은퇴 후에는 부디 자연으로 돌아가세요! 아님, 김치맨처럼 일찌감치 토론토를 떠나세요!” 이는 진짜 명언이다. 100% 맞는 말이다.

이는 말로 하기는 쉬우나 실천으로 옮기기는 선뜻 용기가 나지 않을 비결이며 가르침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루소선생은 ‘공해(Pollution)’ 라는 개념과 단어도 생겨나지 않았을 300년쯤 전에 태어난 18세기 중엽 옛날사람이다.

그런데 선견지명도 없는 김치맨은 만 50세때부터 지금까지 24년째 시골동네만 돌아다니며 살고 있다. 온갖 공해로 찌든 도시로 되돌아가는 일(Back to the City)은 앞으로 25년 동안은 없을 것이다.

초보농장회장 김치맨이다. 실속도 권한도 없는 명예직 타이틀뿐인 회장이다. 무보수 자원봉사 회장이다. 하는 일은 별게 아니다. 농사일에 대해 뭘 좀 아는 척하며 이런저런 잔소리를 해댄다. 그리고 농장에 찾아오는 동포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안내하는 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다. 자! 이제 점심먹고 또 놀러가야지. 초보농장회장 명찰 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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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믿고 도우며 우리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세상! 이상촌 건설을 꿈꾸는 김치맨입니다. 우리 캐나다 한인동포들이 한 지역에 모여 사는 새로운 코리아 타운! 뉴서울(New Seoul)을 다 함께 건설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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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찰옥수수를 따기 위해 초보농장을 찾아온 동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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