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캐슬 신드롬]과 올바른 대학.진로 선택(4)

 지난 칼럼에서는 미래에 가장 유망한 전공들에 대해서 함께 살펴보았으며, 융합학문들에서 그 예시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융합학문들에 대한 미국 명문대학들의 접근방식을 알아보았습니다.

 세계 최고의 학교라고 보통 불리우는 하버드대학교도 이런 융합학문들에 대해서 적극적이고 열린 접근을 하지만, 하버드는 이 학교 학생들이라면 알 수 있는 한가지 학문적 약점이 있습니다. 융합학문들의 구심점 역할을 주로 하는 공대가 하버드의 경우는 다른 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덜하다는 점입니다. 이는 학문들간의 상대적인 존재감이 덜 중요한 학부보다는 대학원 과정에서 약점이 됩니다. 

 공대의 역할이 커지면서 교내에서 최근에 더 약점으로 부각된 하버드의 공대는 다른 명문 공대들에 비해 소규모이며, 심지어 하버드에 공대가 있는 것조차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아이비리그 중에는 하버드를 제외하고도 예일, 프린스턴 등 여러 명문대들의 공대가 상대적으로 소규모이며 다른 전공들보다 존재감이 약한 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하버드의 학생들과 교수진, 그리고 경영진들에게 하버드의 학문적인 라이벌은 풋볼경기에서의 라이벌 관계인 예일대가 아닌 바로 스탠포드입니다.

스탠포드는 자연과학, 인문사회학, 법학, 의학, 경영학 등이 모두 최고수준이라는 것은 하버드와 비슷하지만, 여기에 더해서 최고 수준의 공대가 있습니다. 스탠포드는 이 주요 전공들에서 모두 최상급인 유일한 미국 대학교로 보통 간주됩니다. 이런 스탠포드만의 강점을 하버드는 약 10년 전부터 벤치마킹해서 공대의 발전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그 결과, 하버드 공대는 규모를 늘리기 시작해서 공학과를 Division에서 School 로 격상시켰고 다른 경쟁학교에서 새로운 공대 학장을 스카우트해왔습니다. 그리고 약 한달 만에 하버드 역사상 가장 큰 선물이 주어집니다. 하버드 동문이기도 한 월가의 헤지펀드 대부가 하버드 역사상 최대의 기부금을 공대에 선물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돈으로는 약 4500억원 정도 되는 액수인데, 이런 사상 최대 기부금에 대한 보답으로 하버드는 역사상 두번째로 기부자의 이름을 따서 공대를 하버드 John Paulson 공대로 개명하게 됩니다. 

 하버드 역사상 첫번째로 기부자 이름을 따서 개명을 한 것은 John Paulson의 기부가 있기 몇년 전, 당시 사상 초유의 금액(약 3800 억원)이 제가 다녔던 하버드의 보건학과에 기부되어 보건대 명칭이 하버드 T.H. Chan 보건대학으로 바뀌었을 때입니다. 홍콩계 사모펀드 재벌이자 하버드 보건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Gerald Chan 박사의 의도에 따라, 고인이 된 그의 아버지 이름을 따서 개명한 것입니다. 

 Chan 박사는 하버드에 입학해서 아버지에게 직접 보건대를 보여드렸을 때 자신을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했던 아버지의 표정이 아직까지도 생각난다면서 사상 초유의 기부에 대한 조건으로 아버지 이름이 들어간 보건대 개명을 원했습니다. 하버드의 약 400년 역사상 한번도 하지 않았던, 그것도 중국계 기부자 이름을 딴 단과대학 개명을 사상 최고의 기부금을 약속받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넘어야 할 산들이 많았지만, 전통에 얽매이지 않는 파격적이고 실용적인 결정들로 결국 새 역사가 쓰여진 것입니다. 

 이 막대한 기부금으로 인해 하버드 보건대는 그 후 더욱 더 수준높은 연구들을 하기 시작했으며, 돈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진행하기 어려웠던 각종 백신들에 대한 연구를 재개했습니다. 

 하버드 John Paulson 공대도 학교 역사상 두번째로 기부자의 이름이 들어간 개명이라는 파격을 보여준 결과 1조원의 절반이나 되는 기부금을 선물받은 것입니다. 하버드대의 교수진과 경영진들은 소규모의 공대가 하버드의 약점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다른 학교의 장점을 벤치마킹하면서, 공대의 발전을 가장 효과적으로 진행하는데는 막대한 기부금이 현실적인 답이라는 결론을 냈습니다. 

 그리고 기부자의 이름을 딴 단과대 개명이야말로 하버드대가 끌어올 수 있는 기부금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실용적인 판단을 토대로 전통을 깨고 천문학적인 공대 기부금을 모은겁니다. 이 천문학적인 기부금을 받고나서 여러 최첨단 기술들을 새로 연구하기 시작한 하버드 공대는 이제 교내에서 더이상 하버드의 약점이 아닌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라고 자만하지 않고 끊임없는 발전을 위해 스스로의 단점을 확실하게 파악해서 다른 경쟁자의 장점을 꾸준히 배우고, 자기를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해준 과거의 전통에 연연하기 보다는 실용적이면서 진취적인 결정들을 하는 능력. 그런 능력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열린 사고’라고 생각합니다. (다음호에 계속)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