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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shon
사랑스런 기억의 공유(共有)
jsshon

 

5월은 나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머니날, 스승의 날 그리고 내 생일이 있다.

토론토에 있는 딸의 축하 꽃은 어제 속달로 도착하였고, 아침 일찍 걸려 온 큰 아들 ‘영’의 전화는 한시에 주문음식이 배달될 것이라 하였다.

자택대기령으로 꼼짝 못하는데다 막바지에 이른 ‘코로나’와의 전투에 약간은 지쳐가던 터라 선득하니 신선한 생수줄기가 정수리로 쏟아지는 기분이었다. 가족 공동 이메일 창에 작은 아들 ‘현’의 메일이 올랐다. 제목은 '틴 베어와 P. J'. P. J는 Pajama boy로 둘 다 속을 넣은 봉제 장난감이다. 편지는 이렇게 시작 되었다.

“오래 전 런던에서 ‘존’과 한방을 썼습니다. 틴 베어하고 P J가 있었는데 어찌나 심하게 던지고 치고 놀았는지 머리는 거의 떨어져서 건들거리고 팔 다리도 터져서 내 버려야 할 처참한 꼴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집에 돌아오니 터진 곳을 꿰매고 박음질하여 깨끗이 수선하여 알록달록한 주머니에 담아 침대 머리기둥에 걸어놓은 틴 과 P J 가 있었습니다. 얼마나 감격하고 기뻤는지요. 우리 네 아이들과 할머니까지 더구나 직장에 다니면서 그 바쁜 중에 어머니는 그걸 버리지 않고 정성 들여 다듬어서 침대머리에 걸어주신 것입니다.

형은 결혼하고 동생들은 공부하느라 다 집을 떠나고 혼자 있게 되었습니다. 텅 빈 집에 혼자 남으니 형과 동생들 생각이 나서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나는 ‘존’ 침대머리에 걸린 틴과 P J를 보면서 외로움을 달랬습니다. 그 후, 저마저 떠나고 런던 집을 이사하게 되어 그들과 헤어지게 된 후 다시 보지 못했습니다. 그때 어머니가 틴과 P J를 정성껏 고쳐주신 그 사랑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였습니다.” 자루 속에 담긴 눈이 커다란 틴 베어와 P J를 스케치한 밑그림으로 편지 끝을 맺었다.

틴과 P J. 그들이 어디에 갔는지 까맣게 잊고 지냈다. 이사하면서 많은 것을 버리고 왔지만 버린 기억도 가지고 온 기억도 나지 않았다. 단지 이들이 꽤 오랫동안 아이들과 함께 있었던 것은 확실하였다. 결혼으로, 수련의로 그리고 법학공부로 집을 떠난 집안은 매일 아침 요란스럽던 참새소리마저 울음을 멈춘 듯, 고요하고 무색무미한 대기가 무겁게 내리누르고 있었다. 혼자 남은 아들도 쓸쓸한 속앓이를 하고 있었음이 새삼 눈물겨웠다. “현아. 형과 동생들이 떠난 빈 방, 빈 침대가 참 외로웠지? 엄마와 아빠도 쿵쾅거리는 너희들 발소리,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해서 밤잠을 이룰 수가 없었단다. 하지만 네가 우리 곁에 있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던지. 참 고마웠어.”

 

 

잠시 후, ‘영’의 메일이 올라왔다. ‘틴 베어와 P J의 최근 모습.’ 이층으로 오르는 층계에 떡 버티고 서서 잔뜩 뽐내고 있는 틴과 P J라고 하였다. 깜짝 놀랐다. 이 장난감이 어떻게 해서 ‘영’의 손에 들어가게 됐는지 알 수 없었다. 동생들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형이 챙겼다는 것이 얼마나 기특한지 눈물이 폭 솟았다.

동시에 또 다른 영상이 언뜻 스쳤다. 오래 전 사진첩을 뒤지기 시작하였다. 빛바랜 폴라로이드사진 한 장을 찾아 복사하여 아이들에게 띄웠다. 모두들 환성을 질렀다. 소리의 강약으로 컴퓨터가 작동을 한다면 아마도 대 여섯 개의 컴퓨터가 열을 뿜었을 것이다. 그 사진은 우리가 미국에 도착하던 해, ‘영’의 생일, ‘현’이 태어난 해, 크리스마스기념으로 미국에서 처음으로 사준 테디 베어였다.

응접실의자에 색동한복차림의 ‘영’에게 비스듬히 기대어 ‘현’이 앉아있고 의자등받이에 걸터앉아 있는 테디 베어가 보였다. 더 포동하고 풍성한 털에 크고 둥근 눈이 두 아이들 경호병처럼 지키고 있는 사진이다. 자라는 동안 수없이 많은 장난감을 부수고 버렸지만 테디 베어는 ‘영’의 단짝이었다.

갑자기 이사를 하게 되어 아이들에게 자기 물건은 전부 직접 정리하라고 메일을 보냈었다. 오타와, 킹스턴, 토론토 등 멀리 있는 동생들의 물건을 맏형이 챙겨준 것이었다.

그런데 한시에 배달 해준다던 음식이 30분이 지나도록 오지 않았다. 차로도 20, 30분 걸리는 거리인데 배달을 해준다는 사실이 놀랍다. 코로나의 위력이 사람들을 오히려 더 지혜롭게 기술적으로 난관을 극복하는 능력을 발휘하게 하였나 보다.

배달이 왔는지 ‘영’의 문의 전화가 있고 다시 10여분 후에야 딩동. 드디어 배달이 왔다. 주소를 틀리게 쓴 때문이라며 거듭 사과하고 돌아간 후 자초지종을 설명한 ‘영’의 메일이 왔다.

우리가 음식을 잘 받았는지 모르겠다고 전해준 사람은 친절한 우리이웃이라고 하였다. 집을 찾는 중에 누군가가 우리가 닥터 송의 부모란 것을 알고 ‘영’에게 전화를 건 것이었다.

수인사나 할 정도로 동네 교류가 적어 아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이웃들은 우리를 잘 알고 서로 도와준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따뜻한 연대감을 일으켜 주었다.

작가 ‘게리 주커브’는 지구상 수십억 영혼 중에서 내 인생의 일부분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모두 내면에서 내가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는지 일깨워 줄 수 있다고 하였다. 미지근해진 음식을 먹으며 사랑의 기억을 공유하다 흔적을 남기고 간다는 것이 가장 큰 행복임을 깊이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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