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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shon
일부변경선 동(東)과 서(西)(22)
jsshon

 

 (지난 호에 이어)
 한 달에 400달러 수입. 가족초청은 비행기 표가 첨부되어야만 수속할 수 있었기 때문에 ‘숙’과 ‘영’의 비행기 표는 대여여비로 구입해서 아직도 적지 않은 부분이 남아있었다. 


 5개월간의 저축도 짐작이 갔다. 외화지참을 극도로 제한하던 때라 주머니엔 어머니가 주신 50불이 전부였다. 교실에서 여러 사람들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어쩔 뻔 했는가. 이 정도 차린 것도 감지덕지 할 일이다. 그런데도 이 피난민 같은 생활이 우울하기만 하였다.


 지금까지 보아 온 다른 집들. ‘게일’이나 파티가 있었던 닥터 ‘봔 루’네는 차치하고라도 같은 한국인 닥터 ‘황’, 닥터 ‘정’네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쓸데없는 허영심은 버리자고 억지로 마음을 억누르면 때로 그것도 견딜 수없는 아픔이 되어 오곤 하였다.


 ‘훈’은 새벽 6시에 아무도 깨우지 않고 가만히 내려와서 30분 거리의 학교를 걸어서 다녔다. 밤새 몇 잔이나 마셨는지 짙은 커피자국이 남아있는 찻잔만이 덩그마니 식탁 위에 있는 것을 보는 매일 아침은 시작부터 항상 쓸쓸하고 서운하였다. 


 가끔 ‘제 프리’가 놀러오기는 했지만 밖에서 말이 통하지 않는 낯선 아이들과 어울리기 싫은 ‘영’은 아무것도 없는 휑한 제 방에서 ‘제 프리’가 나누어 준 장난감을 가지고 혼자 놀았다. 그러다 싫증나면 엄마가 다니는 대로 따라다니며 성가시게 굴었다. 


 어름어름하며 동네주위를 산보하는 것 또한 질색이어서 문밖출입은 별로 하지 않았다. 많지도 않은 가구를 이리저리 옮겨 놓으며 쓸고 닦는 것이 일과의 전부였다. 월요일과 목요일, 일주일에 두 번 오는 쓰레기차를 ‘영’과 둘이서 신기하게 바라보거나 아니면 열흘에 한번정도 있는 아파트주위의 잔디 깎는 광경을 리빙룸 창에 붙어 서서 바라보는 것이 고작의 심심풀이였다. 


 “책이라도 좀 읽지 그래” 딱하다는 듯 한마디 조언을 했다. 가져온 책이라곤 몇 권의 전공서적뿐이고, 심심풀이로 읽을 만한 책은 하나도 없었다. 


 ‘낸 시’가 정성껏 가져다 준 몇 권의 잡지는 그림이나 슬슬 보고 말지 말뜻과 감정이 따로 따로 오는 글은 정신을 집중하려면 머리만 더 아팠다. 신체적 조건과 더불어 단조로운 생활은 쉽게 권태를 몰고 오고 차츰 피곤함이 쌓이면서 짜증이 생기곤 했다. 


 “정말 이렇게 할 일이 없을까?” 실은 할 일이 없는 것이 아니지만 마음이 게을러지기 시작하니 몸은 더욱 늘어지고 마음으로 할 일은 점점 더 멀리 살아지는 것이었다. 


 “이러다간 안 되겠어 뭐라도 해야지” 돌파구를 찾아 큰 결심을 한 듯 벌떡 일어났다. ‘영’의 손을 끌고 집을 나섰다. 쇼핑센터까지 한 30분 정도 걸릴 텐데 걸어서라도 거길 가보려고 작정하였다.


 네모반듯하게 잘 다듬어진 잔디들이 타일처럼 박혀있는 주택가의 한낮은 조용하였다. 때로 강아지와 함께 세발자전거를 타는 어린아이들이 삐그덕, 삐그덕, 쇳소리를 내며 달려갈 뿐 어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바쁘고 소란하고 항상 흥청댈 것으로 상상되던 미국도시의 주택가가 이렇게 적막하고 평화로운 게 오히려 이상하게 여겨졌다. 때때로 아파트 잔디위에 누워서 일광욕을 하는 비키니의 아가씨들이나 야구공을 던지며 땀을 흘리는 대학생들을 불 수 있었지만 주부들이나 어른들이 대낮에 유유하게 할일 없이 다니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기계가 살림을 해주어 편할 듯 짐작하지만 미국의 생활인은 누구나 바쁘기만 하다. 오히려 그들의 시간관념은 기계가 만들어 준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몇 분에 세탁이 끝나고, 드라이어에 넣고, 몇 분 있으면 빨래가 마르고, 온도를 조절한 오븐에 몇 분간 구우면 빵이 된다는 식으로 시간이 정해져서 사람이 톱니를 어길 수 없는 부속품처럼 보였다. 


 집에서 차를 타고 회사까지 몇 분, 정문까지 몇 분,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 책상 앞까지 몇 분. 척척 계산해서 거의 근사한 수치의 시간을 지시대로 따라 행동하는 그들은 시계의 초침처럼 째깍 째깍 움직이는 인형들 같았다. 


 무슨 일이던 좀 더 빨리 효과적으로 단시간 내에 끝내는 것을 신조로 삼고 있는 이들은 일을 하기위해서 시간을 절약한다기보다 일을 마친 뒤 놀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 시간을 아끼는 것처럼 보였다. 


 어느 쇼핑센터든지 주말엔 문을 안 연다. 금요일 저녁에 몰려 든 손님들은 장을 잔뜩 봐가지고 그 밤중으로나 토요일 새벽 일찍 온 가족을 이끌고 주말여행을 떠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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