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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sul
세월아 가지를 말아라!
drsul

 

 여름옷을 입고 그늘이 시원한 나무 밑에 앉아서 쉰다. 햇볕이 따사로운 아침나절에 산책을 나왔다. 우리 동네 Farmer's Market이 성시를 이룬다. 농부들이 정성껏 가꾸고 공을 많이 들인 각색의 농작물을 푸짐하게 진열한다. 보기에도 좋고 신기한 자연의 섭리에 고마워한다. 


 일 년 내내 보았던 채소와 과일들이지만 유독 특별한 느낌은 직접 농부들의 수고와 가치를 보았기 때문인 듯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옥수수와 오이와 가지와 고추.


 지난 주말 우리 동네 Rib Fest가 있었을 때는 BBQ 옥수수 1개도 5불이었는데, 이곳에선 훨씬 싸 남편과 구경삼아 나왔다가 양파링(Onion ring)과 미니 도넛을 사먹었다. 유독 오늘의 상품이 더욱 싱싱해 보여 사고 싶다.


 큼지막한 토마토를 봉투가 무겁도록 충분히 구입했다. small radish는 물김치를 해도 아삭아삭 맛있을 것이다. 오후에 딸네 갈때 나눠주고 싶은 어미의 심정이다. 고구마의 빨간색도 곱고, 감자를 맛있게 먹을 생각하며 집으로 왔다. 너무 많이 걸었더니 다리가 무겁고 피곤해 '과유불급'이라던 친정아버지 말씀이 생각났다.


 시에서 운영하는 노인반에서 지난 6월에 여름 파티를 했다. 노인의 달이라나. 밴드가 멋지게 연주를 해서 흥을 돋우고, 70이 훨씬 넘은 친구들이 치장을 해 동심으로 돌아가 들떠있었다. “Hanna, you look so good!”


 경품으로 푸짐한 선물도 받았다. 각 나라의 고유음식도 골고루 준비해,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우리들을 즐겁게 해준 시당국 여러분!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 수 있음을 감사한다. 가끔 시내버스들이 지나다니고, 몰 안은 쇼핑객들로 분주하고, 앞길엔 장거리 손님을 태운 Go Bus 들이 왔다 갔다 한다. 모두 자기 일에 최선이다. Go-Train 역도 앞에 보인다. 바쁘게 칙칙폭폭 기차 소리를 내며 열심히 달린다. 


 의치사와의 약속이 있는 남편은 아침 일찍 출근을 서둘렀다. 1년 전에 앞니가 빠졌는데 이제 겨우 의치가 자리 잡았다. “당신 수고가 많았습니다. 충실히 일하는 모습이 장합니다.” 


 다음 주말은 아들네가 기다리던 새집에 멋진 단장을 끝내고 이사를 하는 날이니 반갑고 기특하고 감사한 마음뿐이다. 50km 남짓한 먼 거리다. 자주 가보게 될는지. 


 지난주에는 친구 남편의 장례식이 있었다. 이민 초기에 고생 많이 하던 모습이 선하다. 마음으로 명복을 빌면서 기도했다. 9월엔 가을여행이나 떠나보자.


 오늘 저녁도 J 선생의 입관식이 있다. 너무나도 힘들게 정착하셨던 그때를 생각하니 미망인이 되신 B.S 선배를 위로한다. 십여 년간 정이 많이 들었다.


 ‘세월아 가지를 말아라.’ 이치에 순응해야 하는 나를 가끔 생각해 본다. 엄연한 현실 앞에 어제는 후배의 긴 통화에서 인생을 더 살아온 나의 경험을 전해주면서 다독였다.


 자주 전화를 걸어준다. 혼자 외로워 힘든 이들과 병마와 싸우는 모든 이들을 생각한다. 5분이면 된다. 안부는 무관심보다 고맙다고 K 여사는 늘 말한다. “아이고 자기 같은 친구가 있어서 정말 행복해요.” 긴 여운이 남는다.


 오늘도 자기 역할에 충실한 모든 이들과 남편과 아들, 딸, 사위, 며느리, 손주들까지 무사함을 위해 간절히 기도한다. 특별히 아직 3살도 안 된 외손주 녀석이 어미와 떨어져서 데이케어에 잘 적응하니 고맙다. 제법 말도 잘하고 벌써 아이패드로 만화도 보고 잘 커가는구나.


 어서 능숙한 언어로 할멈과 소통하자. 쑥쑥 자라거라. 할머니의 기도는 NON STOP 이다. 하루도 4~5번 변함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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