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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soonsook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기(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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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주 마을 이라체(7일차)
(아에기~토레스 델 리오 / 30 Km)

 

 

(지난 호에 이어)
 위 침대의 들썩거림에 시계를 보니 새벽 다섯 시다. 누적된 피로 때문인지 온몸이 묵직한데다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다. 나는 느긋하게 내 식대로 하리라 다짐하며 슬리핑 백 지프를 목덜미까지 올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여기저기 바스락거리는 소리하며 일부는 배낭을 메고 살그머니 문을 나선다. 더는 버틸 재간이 없어 눈을 비비며 주섬주섬 짐을 꾸린다. 일주일간 이런 생활을 하다 보니 환경에 적응하는 눈이 열린 듯 어둠 속에서도 별 어려움이 없다. 

 

 

 

 


다국적 사람들이 모인 주방에서 시리얼로 아침 요기를 하고 준비해둔 점심을 챙겨 문을 나선다. 새벽 공기가 제법 쌀쌀하여 옷깃을 여미는 사이 '부엔 까미노(좋은 순례길 되세요)' 하며 몇 사람이 우리를 스쳐 간다. 채비를 마친 우리도 그 사이에 끼어 길을 잡는다.  


'시작이 반' 이라는 옛말이 어쩜 이리도 명쾌한지 일단 시작하고 나니 그 많던 걱정들이 눈 녹듯 사라지고 오로지 걷는 일에만 전념한다.


 마을 길을 꼬불꼬불 돌아 산길로 접어들자 가까운 능선위로 검붉은 해가 막 떠오른다. 오늘 하루도 저 태양처럼 뜨겁게 살기를 다짐하며 한 컷 담는다. 우리의 뒤를 따르던 필립 씨도 일출 광경에 연신 셔터를 누르며 흥얼거린다. 


그와는 며칠 전 비 내리는 피레네 산맥 줄기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우중 산행을 함께 한 처지라 그의 환호에 충분히 공감한다. 길 위에선 조그만 인연이 긴 호흡으로 이어져 동행이 되고 때론 동지가 되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전력투구 한다.


물집 잡힌 양 발을 일회용 밴드로 도배하고 나선 이 아침도 마음은 오히려 차분하게 가라앉아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상큼하게 걷는다.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내려야 하는 지와 같은 고답적인 물음은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 믿고 소풍 가듯 밀밭과 포도밭 사이를 넘나들며 동행들과 담소도 하며 자유를 만끽한다. 


마침 와인과 생수가 무한정 제공되는 이라체 수도원에 닿아 수도 꼭지를 틀어 와인을 반 잔 받았다. 남녀노소 원하는 만큼 제공하는 이곳 인심에 감복하며 빙 둘러서서 와인 잔을 기울였다. 


오늘은 로스 아르코스를 향하여 30킬로미터 남짓 걸었다. 야트막한 산을 몇 구비 넘고 하산 길도 꽤나 어려웠는데 무난히 잘 마쳐 뿌듯하다. 다행히 산중턱 조그만 성당에 숙소를 잡았고 저녁 식사는 십여 명의 순례객과 성당 관계자들이 함께 만들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졌다. 


그리곤 다락방으로 올라가 각자의 방식대로 기도를 드리고 앞서간 순례자들이 남긴 편지를 자신들의 언어로 낭독했다. '날이 거듭될수록 다리는 튼튼해지고 가슴은 더 뜨거워 질 것' 이라는 멘토가 진실하게 가슴에 와 닿았다. 내일을 크게 걱정 안 해도 될 듯하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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