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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ghyunsoo
“짜증은 내어서 무엇하나”
Hwanghyunsoo

 

2010년에 방영된 KBS 드라마 <추노>는 조선 인조 시대에 노비를 쫓는 추노꾼의 이야기를 다룬 사극이다. 이 드라마에 어릴 적 부모에게 버림받아 사당패로 떠돌다가 몰래 도망쳐 추노패에 막무가내로 합류하는 ‘설화’라는 여인이 나온다.

사당패는 유랑하며 공연을 선보여 먹고사는 무리다. 사당패의 기원은 재승(才僧)이다. 재승은 승려로 사찰에서 열리는 불교 행사에 참여해 각종 연희를 선보였다. 재승 가운데 연예에 뛰어난 이들은 불경 간행, 법당 중수, 비석 건립 등에 쓰일 비용을 마련하려 절 안팎에서 공연을 했다.

사당들은 무리를 지어 유랑하면서 연희로 돈을 벌었고 추워지면 본거지인 사찰로 돌아가 겨울을 나면서 기예를 연마했다. 세월이 지나며 조선 후기에는 명색은 사당패이지만 오갈 데 없는 유랑민이 모여 공연단을 만들었다. 여사당패는 공연과 함께 매춘도 했는데, 이들은 세상을 떠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웃음을 팔고 살았지만, 정작 자신은 웃을 일이 많지 않았다.

 

 

 

그 사당패 출신인 ‘설화’가 <추노>에서 이런 노래를 부른다. “짜증은 내어서 무엇하나 성화는 받치어 무엇하나/ 인생 일장춘몽인데 아니나 노지는 못하리라 니나노”.

태평가인데, 사실 이 노래는 일제 강점기 때인 1935년에 만든 신민요이기에 드라마의 배경 시기인 1648년에는 당연히 이런 노래는 없었을 것이다. 그저 상상이지만, 2013년에 ‘복고 열풍’으로 만들어 인기가 있었던 <응답하라 1994>이라는 드라마에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 노래가 흘러나왔다면 아마, 뉴스에서 난리가 나고 팬클럽인 ‘아미’가 tv N을 고소를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고 아무도 ‘태평가’의 배경에 대해 몰랐을까? 아니지 싶다. 태평가를 노래한 이가 지난해인 2020년까지 살아 있었으니 말이다.

요즘도 불려지는 ‘태평가’는 원래 유성기 음반에 실려 발매된 ‘태평연’을 경기 명창 이은주가 6.25 전쟁 기간 중에 가사를 고치고 제목을 ‘태평가’로 바꾸어 부른 것이다. ‘태평연’은 대한제국 군악대의 플루트 연주자였던 정사인이 작곡하여 기생 출신의 가수 선우 일선에게 노래를 시켜 1935년에 폴리돌 유성기 음반으로 발매한다.

원래 ‘태평연’의 선율은 경기 민요를 바탕으로 했으나, 리듬은 서양의 왈츠 풍이며, 서양 악기의 반주로 녹음되었다. 이것을 이은주가 노랫말을 고치고, 제목도 바꾸었고, 리듬도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국악기의 반주로 연주하면서 통속 민요의 하나로 수용되고 오늘날 경기민요의 하나로 정착한다.

1922년 경기도 양주에서 태어난 이은주는 14살 때 원경태 명창에게 시조와 가사, 잡가 등을 배우며 소리꾼의 길에 들어선다. 예명 은주(銀珠)는 ‘쟁반에 은구슬이 굴러가는 것 같다’는 뜻으로 스승이 지어주었다고 한다.

1939년 인천에서 열린 명창대회에서 ‘수심가’를 불러 1위를 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고, 한국전쟁 이후 명창 대회에서 잇따라 1등에 올라 실력을 인정받는다.

1975년에 중요 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 민요 보유자로 지정된다. 1948년부터 음반을 내기 시작해 80여 장의 유성기 음반과 300여 장의 LP를 내며 대중적인 사랑도 얻는다. 공연만도 1930년부터 2000년대까지 154회를 했다. 1970년대에는 백금녀, 서영춘 등의 코미디언들과 텔레비전에도 자주 출연했었다. 지금까지 50명의 이수자를 길러냈고 2020년 11월에 98세로 세상을 떠난다.

화려해 보이는 판소리 가수이지만 그녀의 삶도 결코 녹록하지 않았고, 그 순간들을 노래에 의지해 가며 본인도 살고 듣는 이도 살게 했다. 이은주 명창은 생전에 가장 보람 있는 일로 ‘태평가’ 복원을 꼽았다.

“6.25 전쟁이 발발하며 대구로 피란을 갔어요. 좁은 방에서 피란살이하다 보니 시름을 잊게 해 줄 만한 노래를 부르고 싶었어요. 그래서 옛 가락에 내가 직접 가사를 지어서 불렀는데 이후 큰 인기를 끌었죠. 그 노래가 바로 태평가입니다.”

태평가는 곡을 모른 채 가사만 들어도 마음을 편안케 해주는 노래다. “짜증은 내어서 무엇 하나/성화는 받쳐서 무엇 하나/속상한 일도 하도 많은데 놀기나 하면서 쉬어 가세/니나노 늴리리야 늴리리야 니나노 얼싸 좋다 얼씨구 좋아~.”

 

 전쟁의 포화로 한반도가 완전히 무너지고 끝없는 피난 행렬이 줄을 이으며, 가족이 생이별도 하는 기가 막힌 상황. 그런 어렵고 괴로운 상황에서 ‘태평가를 왜, 지었을까?’하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하지만, 고인은 “전쟁에 지친 사람들은 누더기 걸쳐 입고 멀건 죽 한 그릇 먹으면서 이 노래 부르며 잠시 슬픔을 달래고 웃어보려 했다”고 한다.

요즘 말로 힐링과 위로를 건넨 것이다. 이런 위로를 건넬 수 있었던 것은 아팠던 사람이 아픈 사람을 위로하고, 고생했던 사람이 고생한 사람을 안아 주듯이 이은주도 숱한 어려움을 헤쳐 왔기 때문이다. 이 명창은 어려서부터 목청이 남달랐지만, 아버지가 “여자가 무슨 소리꾼이냐?”며 시집이나 가라고 반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소리 해라. 여자지만, 너는 세상 경험도 많이 하고 활발하게 살아라”며 적극적으로 소리꾼의 길로 밀어주었다고 한다.

게다가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집안이 기울면서 굶주리는 동생들을 돌보기 위해 돈을 벌려고 더욱 악착같이 소리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이 명창은 집안 형편이 어려운 게 결코 나쁜 조건이 아니라고 생전에 말했다. 가난하면 꿈과 돈 버는 방법을 결합하려고 노력할 테니 집안 형편이 나쁜 것은 득이면 득이지, 절대 나쁜 조건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요즘은 코비드로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고 있다 보니, 짜증나는 일도 화날 일도 많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잃은 것보다 잃지 않은 것들이 훨씬 더 많다. 맘대로 움직이지 못해 불편하지만, 그 덕에 경제적으로 궁색하게 지내지 않아도 되고, ‘가지 많은 나무가 바람 잘날 없다’고 돌아다니지 않으니 큰 사고 없이 보낼 수 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잠시 쉬어가면서 작은 것에 웃음지며 살아야지’하는 게으름도 피울 수 있으니 얼마나 ‘태평’ 시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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