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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반니노 과레스끼 지음 / 유니스 윤경남 옮김

 

 


죠반니노 과레스끼 삽화

 

 

(지난 호에 이어)
필사적인 마지막 전투와 가을의 패배를 몰아온 흩어진 대열에 몰아치는 회오리바람 같은 것이, 작품 제데르몽(Jedermaun) 속에 릴리의 젊은 애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불안이 똑같이 깃들어 있다.


“사랑하는 이여, 막사 문 밖의 가로등 밑에서 그대가 어언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었는가 기억하노라---”


 원문이나 노래의 가락 속에서 우울함과 서정적인 주제를 똑같이 볼 수 있다. 사람들이 운명과 맞서 행진하고 있고, 그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계속 행진해 나간다.


“---그때, 음악소리가 그치자 밤의 고요 속엔, 무언가 운명적이고 무언가를 위협하는 듯한 끝없는 영사의 발자국 소리와 자갈 밟는 말발굽소리만이 흘러 넘쳤다---”


이 구절은 릴리 말렌의 종말을 연상케 한다. 마지막으로 장송을 알리는 종소리 같이 북소리가 일제히 들려온다 둥—둥.


“장미꽃 한 송이 주오, 내 가슴에 달리라. 그대의 황금 머리칼을 잡아 묶어 두리라---”


두 가지의 꽃이 있다. 제데르몽(Jedermaun) 에 나오는 가을꽃과 릴리 말렌의 봄꽃이다. 오늘같이 괴롭고 불안한 날엔 그 노래를 생각하며 그 노래의 울림과 책의 메아리가 조화를 이루는 듯이 느껴진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 변화하는 계절을 안고. (註; 실제로 전쟁은 2년 후 5월에 끝났다. )


다시 말해서 여러분은 릴리 말렌의 슬픈 가사가 어떤 예감을 안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나는 그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독일인들이 온 유럽을 유린하고 온 세계가 그들 앞에 떨고 있을 때였지만 나는 이렇게 혼자 중얼거렸다. 


“저건 전쟁의 노래가 아니다. 뭔가 슬픈 징조를 노래하고 있는 것이야. 비체르트(Wiechert) 가 말한, 어딘가 운명적이고 전율을 느끼게 하는 노래다.”


 
미치광이, 12월 10일


몇 사람이 모여 앉아 설계와 스케치를 종잇장에 그리면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집을 다시 짓기도 하고 가구의 위치를 바꾸기도 하며, 거실에 벽난로 쌓을 궁리를 의논하기도 한다. 그것은 단순하고 순박한 향수이며, 자기 생명의 가장 중요한 중심을 향해 안전한 줄을 쳐둘 필요가 있다는 몸짓이다.


어떤 사람들은 강연에 몰두하기도 하고 역사, 정치, 철학, 예술, 문학 등에 관한 토론에다 몸을 내맡기기도 한다. 프로우스트(Proust)나 그로체(Croce), 마르크스(Marx), 세잔느(Cezanne), 레오파드를 논하기도 한다. 그것은 자기보존의 본능이며, 라게르 수용소 내의 습하고 답답한 공기에 산소를 주입할 필요성이 있음을 말한다.

 이런 사람들도 있다. 전쟁에 대한 의견을 묻고 이 전쟁은 얼마나 오래 끌 것이며, 전후엔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를 물어보려고 이 막사, 저 막사로 돌아다니는 사람들…그것은 성격적 결함을 드러내고 있지만, 지루함과 공허감 때문이다.

 또 다른 사람들은 음식 생각만하고 음식 이야기만 한다. 그것은 완전히 미치광이 상태다. 물론 우려는 배가 고프다. 굶주림은 시시각각 우리 머리 위를 맴돌고 밤이면 우리의 꿈 속까지 찾아온다.

우리는 그 사실을 피할 수도 없고 치료할 수도 없는 병적 상태로 체념하게 된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은 더욱 미쳐가고 있다. 대화의 주제는 오직 음식 얘기뿐이다.

아침 식사와 점심, 저녁, 간식, 밤참까지 계획을 세워놓는다. 샌드위치를 떠올려 설명해 대고, 귀향한 다음 벌일 대향연에 필요한 메뉴를 그려놓기도 한다. 멋진 레스토랑과 지방 특산물로 만든 음식의 이름을 수집하여 요리책을 펀집한다.

아니면 아주 복잡한 요리 비방에 주석을 달기도 한다. 먹을 것에 대한 쓸데없는 잡담과 먹을 것에 골몰하는 무익한 생각은 오직 식욕만 돋울 뿐이다. 이 사람들의 열띤 상상 속에는 그들의 욕망의 크기에 비례하여 밑 빠진 독같이 되는 것이다.

이런 형태의 미치광이는 근심이 가득 차 있기도 한다. 그것을 고치는 의사는 뼈만 남게 된다. 그들의 얼굴은 못 먹어서가 아니라 굶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노랗게 피어있다.

 

가정 통신

 저들은 우리에게 첫 편지 양식을 주었다. 그 안엔 독일어로 된 긴 지시내용이 있고 이탈리아어를 쓸 작은 공간을 남겨둔 한 장의 종이 쪽지였다. 그 종이의 오른편 칸은 답장을 쓰게 했고, 우리가 그 선을 침범해선 안 되었다. 더구나 연필로 꼬박꼬박 쓰고 점선을 넘어서도 안 된다.

 다시 말하면 국적이 다른 포로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목적인 국제 관습을 지켜야 했다.

우리는 또한 프랑스어로 지시내용을 쓴 둘로 접는 엽서를 배급 받았다. 그 엽서 의 반쪽을 잘 포장한 소포에 부치면 어떤 소포든지 이탈리아로부터 우리가 있는 임시 거주지 사이의 수송을 보장해 준다는 것이다.

N대위는, 우린 겨우 24줄만 배당 받았다고 불만스럽게   내게 말했다. C 대위는, 이 24줄은 소포를 보내달라는 지시내용까지 포함해야 하므로 웃어넘길 일이 아니라고 덧붙여 말했다.

“간결, 이것이 주지사항이다.” 하면서, M대위도 끼어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개개인의 노력의 결과를 합산하여 열심히 작업하기 시작했다.

N대위는 집안 소식이 듣고 싶어서 한참 궁리 끝에 좋은 착상을 만들어 왔다.

“집안 소식을 알려달라.”

C대위는 단지“털옷과 속털옷을 보내달라.”고 했다.

 이런 생략형의 메시지가 공동으로   인정을 받은 후 우리는 10파운드

이내의 무게로 스티커를 부치고, 놀이 카드와 가연성 액체는 안 되지만 담배, 그리고 곡류가 든 식사는 넣어도 된다는 규정을 설명해야 하는 마지막 난관을 통과했다. 그것은 정말 어려운 문제였는데 우리는 그것을 간결한 문구로 해결했다.

즉 “스티커 붙인 1 0파운드의 튼튼한 소포로 카드, 가연성 액체 불가하나 담배, 밀, 보리식사 가능.”

나는 전에 자주 훑어보았던 구인광고가 생각났다. 그러나 그 추억은 나를 미소 짓게 하지 않았다. 단지 나의 향수를 더해줄 뿐이었다. 이 철조망 뒤로 옛날 나의 즐거움은 사라져 가고 나는 오직 네가 보고 싶을 뿐이다.

회색 빛으로 빽빽하게 인쇄된 페이지들, 한 줄에 10리라 하는 미치광이 문학과 독자적으로 쓰는 너의 시(詩)가 있었고, 평범한 세계의 시(詩)가, 생활의 리듬이 있었다.

나는 우리의 규격편지를 짝 맞추고 있는 혼성언어들에 귀를 기울이며, 그 옛날의 구인광고와 이미 깨어진 지 오래인 리듬의 추억에 잠겨있었다. 백지 위의 맨 끝 줄에 다음과 같이 절망적인 메시지가 붙어있는 것을 상상해 보았다

 <어린 소년이 매일 저녁 멀리 가 있는 그의 아버지를 찾고 있음.>

 

*******

 

“스티커 부쳐서 10파운드 내에 단단히 포장할 것…”

나는 오래 전에 Corriere della Sera 신문에 난 구인광고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 때 나는 속기사 자리와 방 한 칸짜리 아파트 광고들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웃지 않았다.

‘저 편지 형식은 내겐 괜찮은 편이야, 나도 저 서식은 쓸 수 있어’하고 혼자 중얼거렸다. 그리고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서 연필로 점선을 잘라서 각국의 죄수들의 안전을 위해 규정한 대로 깨끗이 쓰기 시작했다.

“나의 아내에게; 스티커 부쳐서 십 파운드 이내로 단단히 포장하오. 놀이 카드와 가연성 액체 금물이지만 털 속옷, 담배… 그리고 마른 밤을 보낼 것. 하지만 마른 밤이 어린 우리 아들놈에게 더 좋다고 생각되거든 그 애에게 주시오. 나는 정말 아무 것도 필요 없소. 내가 부탁하고 싶은 건 이것뿐이요. 즉 성탄전야엔 가능한 한 화려한 식탁을 준비해주오. 제일 좋은 은 그릇과 유리잔을 수놓은 식탁보 위에 꺼내 놓고 등을 모두 밝히시오. 큰 성탄나무를 세우고 당신이 지난해에 그랬던 것처럼 창문에 그리스도 탄생의 그림을 걸어두오.

아내여! 이 모든 일들은 나를 위해 해두어야만 해요. 매일 밤 나의 사념은 이 철조망을 뛰어넘는 다오. 생각은 얼굴이 없기 때문에 당신이 그 모습을 확실하게 그려낼 수 없음을 나는 알고 있다오. 생각은 바람 속에 이는 한낱 광풍 같은 것, 철조망을 뛰어넘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보오. 이 죠반니노가 고요하고 추운 겨울 땅에 꿈처럼 밝게, 바람처럼 넘나드는 모습을 그려보시오.

매일 밤, 사람들이 잠들면 나는 낯선 땅과 낯선 도시의 경계선이 없는 침묵을 넘어서 날아가오. 내 밑의 모든 세상은 어둡고도 슬프오. 그래서 나는 오직 빛과 평화를 찾고 있소. 우리 밀라노의 대성당 꼭대기에 있는 마돈나 동상이 보이는구려. 그러나 그 거리와 광장은 예전 같지 않구려. 우리가 살고 있는 5층 집도 찾기가 힘이 드오.

나의 아내여! 내가 지붕을 뚫고 들어간다고 해도 나를 분별없다 마시오. 게다가 지붕엔 구멍이 있지요. 그래서 난 더 재빨리 들어갈 수 있소. 나는 우리 망이 정돈된 것을 알아볼 수 있으며, 벽 밑에 낀 먼지도 생각난다오. 그런데 여긴 온통 어둡고 춥고 슬프다오. 오직 달빛의 도움으로 벽에 아직 걸려있는 타피스리와 전엔 그렇게 잘 배치하곤 했던 가구의 위치를 알아내려 할 뿐이오.

달로 변장한 공포라는 괴물 외엔 아무도 이 폐허의 거리를 걷는 사람이 없소. 벽지조각 위엔 다섯 이파리가 달린 이상한 꽃이 보이오. 여보, 알베르띠노가 지워지지 않는 잉크 속에 담근 손으로 벽그림을 장식했던 일을 기억하오? 지난 날의 추억을 더듬기 위해 낡은 건물을 뒤진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오. 그 건물은 지금 거기에 있지도 않건만, 그 자리엔 연기로 그슬린 잡석만이 썰렁하게 서 있구려.

이제 나는 어두워진 도시를 떠나 당신과 내가 소년 소녀였을 때 함께 갔던 그곳에 다시 가보았소. 다시 한 번 울적함만이 나를 맞아 주었소. 드디어 나는 내게 남은 재산과 어린 날의 그리움이 숨쉬고 있는 허술한 오두막집까지 왔소. 당신도 알베르띠노도, 어머님과 아버님도 모두 잠들어 있소. 아마 꿈 속에서 나의 식구들은 아무도 모르는 내 길을 찾고 있을 것이오. 그늘지고 조그만 방 안엔 가구가 어지러이 널려있고 내 책상 속엔 얼어붙은 낱말들이 페이지마다 붙어있소.

나의 아내여! 빛과 따뜻함과 평화만을 쫓다가 나는 오직 추위와 어두움을 만났소. 내 아들의 얼굴도 알아볼 수가 없구려. 호숫가는 텅 비어 있고 불빛도 없소. 나는 근심을 안고 철조망 친 담을 넘어 다시 날아왔소. 딱딱한 침대 위에 6865 번의 굳은 뼈가 퍽 소리 내며 쓰러집니다.

여보! 성탄전야에 나의 온갖 사념이 철조망을 뛰어넘을 때 그 사념은 반드시 밝고 따뜻한 구석을 찾을 것이오. 밝은 빛에 눈이 부셨으면 좋겠소. 당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내가 옛날에 누렸던 그 평화를 되찾고 싶소. 그렇지 않다면 전쟁의 포로에게 무슨 재미가 있겠소?”

여기까지 쓰고 나자 나는 내게 배당된 24줄이 넘었다는 느낌이 들어서 쓰는 일을 갑자기 중단했다. 실제로 내가 쓸 24줄은 물론이고, 답장 칸의 24줄, 그리고 옆에 붙은 5개의 다른 서식까지 모두 차지하고 말았다. 마음이 꺼림직하여 나는 내가 쓴 150줄을 긁어내고 처음부터 다시 쓰기 시작했다.

“스티커 부쳐 십 파운드 이내로 단단히 포장하여 놀이 카드와 가연성 액체 말고 털 속옷과 담배를.”

“십 파운드 이내”란 말을 검열관이 보면 악마의 폭발물로 오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어떤 친구가 고향에 편지쓰려고 앉으면 무슨 말부터 써야 좋을지 모르겠더라고 말한 우울한 결론에 도달하고 말았다.

 

 오늘부터 10년 후에 쓴다면

  몇 년 전이라고요? 죽은 세월을, 흘러간 날들을 따져본들 아무짝에도 소용 없는 일. 누군가가 지나간 세월, 앞으로 다가올 세월을 더듬고 있다. 우리는 큰 성탄나무를 세우고 종이쪽지에 선물 이름을 적었다. 나는 한 선물에 2파운드의 누가 사탕이라고 썼다. 그것이 나를 즐겁게 해주었지. 누가 사탕은 언제나 내 가슴을 뛰게 했으므로.그런 다음엔 로베르또 레보라〔Roberto Rebora) 중위가 자작 시(詩)를 낭독했다. 그 내용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1943년 성탄에

 

다정한 거리에

붙어있는 집 속에 움직이지 않는 시계에서

쓸쓸한 겨울 아침이 태어났네.

달은 얼어불은 지붕 꼭대기에서 머뭇거리다가

정체불명의 벽과 어두운 정원과

계곡의 신화적인 추억을 짚어가고 있다.

아직도 꿈 꾸는 거리에선

현실을 이해하려고, 아직도 꾸물거리는

인간적인 시도가 있다.

속삭여 오는 단순한 가락들이.

높은 하늘이 굼뜨며 중재하는 그곳.

잃어버린 영상의 혼잡 속엔 말없는 폭력이 있다.

공간은 뜬 눈 밖으로

칭찬의 말을 두려워하누나. 조심스럽게

대지는 그의 태초로 다시 돌아가려는지.

이젠 팽개쳐진 성탄에 쓸려간 거리를 누비며

방황하는 그 이름 위에 의미 있으라.

 

이 시(詩)는 그 당시 그 장소에선 훌륭한 시(詩)가 될 수 있었다. 오늘은 더 이상 이해 못하겠다. 시(詩)란 이해하기 보다 느끼는 쪽이므로.

그 다음엔 내가 쓴 우울한 산문을 내가 읽었고, 코폴라(Coppola)는 아코디오에 맞춰 그의 자작곡을 연주했다. 바깥 하늘은 맑았고 나는 다가오는 날들을 생각했다. 철조망 뒤의 그림자 속에 나의 미래에 닥쳐올 모든 동작이 들어있다. 지금 나는 과거의 행동만을 볼 수 있으며 수심에 젖어 라게르(Lager) 수용소 333을 그리고 있다.

 

***    

어젯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나는 이상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침실 벽장문을 가만히 열고, 내가 십년 전에 입었던 다 낡은 군복을 꺼냈다. 나는 그것을 입고 도금칠한 5개의 단추를 채웠다. 1~ 2분이 지나자 나는 더 이상 숨을 쉴 수가 없는 게 당연했다. 단추는 총알처럼 떨어져 나갔다. 그 중 한 개는 별똥처럼 튀면서 베개 위에 떨어졌고 다른 한 개는 알베르디노 2세의 헝클어진 머리칼 속에 파묻혀 버렸다. 시(詩)와 나의 비만증세 때문이다.

10년 후, 밀라노에서: “베니아마노보(Beniaminovo)에서 지낸 즐거웠던 옛날!”을 씀.

 

우리가 달고 있는 별들은(1944)


“그것이 인간의 본질이오. 겉으로 사람을 못살게 굴기는 쉽겠지만, 그 사람의 마음 속엔 또 다른 자아(自我)가 있어서 그 자아는 오직 하느님께만 순종한다오. 이것이 바로 당신이 승리하지 못하는 이유라오.” -본문 중에서-

 

감시탑 1월 15일


어디를 돌아보아도 배후엔 탑이 서있는데, 그것은 마치 하느님의 눈동자와도 같이 무소부재(無所不在)하게 경계하고 있다. 그들 편이라고 말하는 그들의 하느님은 우리의 하느님과 아주 다르다. 그들은 자기 하느님에게 Gott라는 험한 이름을 붙여 주었다.


 

영원한 위험 1월 20일


전쟁의 이야기는, 러시아와 크로치아와 알바니아와 몬테니그로와 북아프리카의 이야기이며, 하늘과 땅과 바다의 이야기이다.


 여기서 우리는 수많은 생명이 살고 있음을 본다. 그래서 전쟁은 수많은 에피소드를 번식한다. 이제 전쟁이란 단순한 낱말이 아니며, 전쟁을 겪지 않은 이들의 이익을 위해서도 전쟁을 지지해온 지옥 같은 증거가 들어있는 개념인 것이다.


그러나 내일이면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문학의 소재로 바뀔 것이다. 비평가들은 전쟁 자체에 대해서보다는 전쟁에 대해 쓴 책을 비평할 것이다. 레마르크가 쓴 “서부전선 이상 없다”라는 책에 대해서도 이렇게 설명하리라. “얼마나 굉장한 책 인가!”하고. 그런데 아무도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없다. “얼마냐 끔찍한 전쟁인가!”

 

임시 막사 1월 29일


우리가 들어있는 임시 막사들은 바퀴가 모래 속에 파묻힌 채로 선로 위에 멈춰있는 기차 같다. 그 기차들이 차례로 하나씩 무너져 버렸다. 그 기차들이 모래 속에서 기어 나와 다시 움직이긴 힘들 것 같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기차는 다시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다.

 

 18번 막사


전시 하의 건축물 중에 가장 대표적인 예를 들만한 건물이 있다. 도랑물과 작은 언덕에 둘러싸여 있는 검은 판자 막사다. 폴란드의 평야 위엔 끝없이 펼쳐진 하늘 아레 천장이 낮은 막사가 있다.


18번 막사! 우울한 홍수 위에 떠있는 노아의 작은 방주 속에 모든 창조물이 다 들어있다. 어린이로부터 시인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생쥐로부터 정부 고관에 이르기까지 다 있다.


18번 막사. 처음에 우리가 그 막사에 들어섰을 때, 세 줄로 늘어선 텅 빈 침대를 바라보고 말문이 막혀 문 옆에 주저앉았다. 민숭한 벽과 먼지 낀 마루바닥과 커튼도 덧문도 없는 창문을 두리번거리며 둘러보기만 했다.


우리는 배낭을 손에 거머쥔 채 마치 이민을 온 사람처럼 우리를 싣고 떠날 그 작은 방주를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었다. 우리는 말없이 그대로 서 있었다. 시간은 마치 우리 머리 속의 차디찬 침묵을 무정하게 찍어 넘길 듯이 우리의 침묵 위를 성큼성큼 지나갔다. 


갑자기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노벨로 대위의 망치다!”

 

 

      ****************    

 

 

 
이제 이 세상에서 가장 저주받아야 할 도구를 한 가지 회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비트는 렌치와 펜치와 끌과 줄과 나사돌리개와 도끼와 쇠뭉치를 혼합한 악랄한 도구였다. 광물계의 인신우두(人身牛頭)의 기능은 그 근처에도 못 간다. 


그러므로 그 망치는 민족의 순수성을 부르짖는 데 크게 공헌하고 있는 잡지에서도 욕먹을 만한 망치였다. “노벨로 대위의    망치!”


이것은 가장 혐오감을 일으키는 미국 실용주의와 가장 저질적으로 추상적 이탈을 한 피카소 학파를 혼합한 물질이다. 이 지겨운 도구는 원래 초원지대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이 망치 주인은 재산을 몽땅 잃었으나, 인간사를 자주 통제하는 기적적인 불의(不義) 덕분에 망치는 구제되었다. 지옥의 18번째의 원성으로 바꾸어 놓은 고함소리였다. 
우리는 모두 80명이었는데 개인의 사물과 장비를 정돈할 못과 압정이 수백 개씩 필요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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