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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호에 이어)
 공항에 도착해서 출발 한 시간 전쯤이니 이쯤에서는 설령 남편이 내가 공항에 있는 것을 안다 해도 날아오지 않고는 올 수 없겠지 얼마만큼 안심을 하고는 친구들한테 전화를 했다. 


 다른 친구들은 물론이고 며칠 전 레미 엄마한테 전화가 왔을 때도 27일날 캐나다 간다는 얘기를 할 수 없었다. 혹시 남편과 통화를 하다가 멋모르고 얘기가 나오면 큰 낭패이지 싶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친구 두 명과 레미 엄마한테 전화를 했으나 아무와도 통화조차 못하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딸애한테 전화를 해야 할 것 같아 전화하니 집에 없어 직접 통화는 못하고 메시지만 남겼다. 왠지 탑승 수속을 하면서 내내 불안했다. 누구에겐가 덜미를 잡힐 것 같고, 비행기를 탈 수 없게 끌어내릴 것만 같아 한시가 급하게 비행기를 타야 안심이 될 것 같았다. 


 알 수 없는 불안에 조마조마하고 있는데 서울에서 토론토까지 가시는 손님 중에 최순희 씨가 있으면 급히 안내실로 와달라는 방송을 하고 있었다. ‘최순’까지 나오는 순간 내 이름인가 싶어 가슴을 쓸어내리는데 순희라고 하기에 천만다행이라며 종종걸음으로 앞으로 가서 탑승 수속을 하며 비행기까지 타야만 안심할 수가 있을 것 같은 불안에 휩싸였다. 드디어 탑승을 해서 내 좌석을 찾아 앉고서야 휴우 한숨을 내쉬었다. 


 밥은 밖에서 대충 먹는다 해도 밤이면 찾아 들 수 있는 방 한 칸 없이 어디로 갈까 차를 타고 거리거리 방황하고 있을 남편, 이제는 그 독설도, 푸념도, 갈가리 찢어지는 고통도, 외로움도, 털어놓을 수 있는 아내마저 없다는 사실에 얼마나 허망하고, 죽이고 싶도록 미워 치를 떨고 있을까 생각하니 나 또한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어쩌다 우리 내외가 이리되었는지,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어 이리 되었는지, 어디서부터 무엇을 바로 잡아야 모두 제 자리를 잡고 살아갈 수가 있는지 깜깜하기만 하였다. 


 그렇지만 나로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애써 변명을 해 본다. 끝까지 방이 아니라 70평짜리 아파트를 외치다가 둘이 같이 내 방이라고 쉬어 들 수 있는 곳이 없어 난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내 쉴 곳, 편히 다리 뻗고 잠 잘수 있는 곳으로 날아가는 것이라고. 애써 변명하며 위로를 해봐도 비록 그토록 내게 퍼부어 대던 남편이건만 불쌍해서 가슴이 미어지고 측은해서 가슴 아파해야 했다. 


 의지할 데 없는 젖먹이, 올 데 갈 데 없는 어린애, 가지 말라고 치맛자락 붙들며 울며불며 매달리는 아이를, 매정하게 칼바람 일으키듯 뿌리치는 비정한 에미 같아 가슴은 절절이 녹아내리는 듯 했다. 그러나 이젠 비행기까지 탔으니 어쩔 수 없다며 마음을 편히 가지려 애써 보았다. 


 드디어 앵커리지 국제공항에 도착해서 탑승권을 받아 들고 화장실을 다녀 온 후 면세점을 한 바퀴 돌아오고 있는데 방송을 통해 내 이름이 들려오고 있었다. 순간 겁이 더럭 나서 가서 물어보니 최순자가 맞느냐며 남편이 서울에서 친구와 같이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지금 병원에 있다며 급하게 연락을 해달란다는 것이다.


 다시 또 머리를 무슨 둔기로 맞은 듯 아찔해지며 가슴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무슨 일일까? 남편이 술에 만취해서 운전을 하다가 크게 다쳤는지, 혹은 사경을 헤매고 있는지, 더럭더럭 겁은 났지만, 그렇다고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한다는 말이냐며 서울로 전화를 해야 할지, 서울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잠시 머리를 식히며 진정하고 있는 사이 그대로 토론토로 가야할 것 같았다. 내일 다시 서울행 비행기를 타는 한이 있어도 남편이 찾는 전화도 무섭고, 남편이 있는 서울 하늘이 두려워 몸과 마음만이라도 하루라도 쉬고 싶었다. 승무원이 어떻게 할 것이냐며 묻기에 일단은 토론토로 가야겠다고 얘기하고는 대체 무슨 사고가 어떻게 났다는 것인지 나나 남편이 죽을 운을 넘기고 있는 것만 같았다. 


 토론토 공항에 도착하니 두 딸들이 나와 있었다. 서울에서의 상황은 잘 모르고 3주 만에 돌아 온 엄마가 못마땅하기만 한 모양이었다. 우리 삼 모녀는 차안에서 별 얘기 없이 집까지 와서 자초지종을 알 수 있었다. 


 내가 공항에서 집으로 메시지를 남긴 것을 큰 아이가 듣자마자 아빠한테 전화를 해서 남편은 내가 김포공항을 이륙하기 전에 비행기 탑승을 하지 못하도록 전화를 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순자를 순희로 잘못 방송을 하게 되어 그냥 가게 되었다며 앵커리지 국제공항에서도 남편이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을 터인데 어떻게 전화 한 통 없이 갈 수가 있었느냐며 매정하고 무서운 여자라며 치를 떠는 것이었다. 


 남편은 내일이라도 당장 비행기 표가 예약되는 대로 나오라고 성화였지만 다시 또 개 끌려가듯 나간다 해도 소름끼치는 전화 목소리도 무섭고, 대책도 없고, 끝도 보이지 않고, 편히 쉴 수 있는 방 한 칸 없는 서울엔 당분간이라도 가고 싶지 않았다. 


 며칠을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고 자고 또 자고 했다. 그렇게 편하고 깊은 잠은 난생 처음인 듯 너무도 편하고 깊게 잤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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