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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hyungin
파이프라인과 지 스팟
leehyungin

Pipeline and G spot. 골프장에서 위트와 친근감을 북돋기 위한 개그스러운 단어다.

거의 18홀 모두 빨랫줄을 이어놓은 것 같이 똑바로 날려낸 티샷을 파이프라인 이라고 명명했다.

드라이버가 한두 번 페어웨이를 벗어날까 말까 하는 신비에 가까운 골퍼, 그 별명이 파이프라인이다. 더러는 핸디캡이 0인 스크라치 골퍼라는 유명인으로 PGA에 못 갔던 사연을 간직하며 세월을 여위어버린 아쉬움을 토로하면서 그와 함께 파아란 잔디밭을 걷는다.

그는 골퍼지만 인간이다. 기계처럼 셋팅된 스윙의 패턴일지라도 인간이기에 무너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골프장에서 요구하는 조건들을 준수해야 할 매너 역시도 인간이기에 더러는 실수를 재연하기도 한다.

볼이 떨어지며 파인 자리를 제 모습으로 보정(fixed) 시켜야 함은 제일 조에 해당하는 골프장의 규정이고 법칙이다. 그 중차대한 임무 수행을 깜박했던 일의 뒷이야기다.

오래 전에 함께 라운딩 하던 친구가 그린 위에서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볼마크를 가리킨다. 잊어버렸으면 고쳐야 한다는 점잖은 지적이었다. 그의 이름이 Greham 이었다.

여기에서 G를 선택하여 볼마크를 G spot 이라 명명한 것이다. 단어의 뉘앙스가 흥미롭지만, 약간의 미소로 분위기를 다듬는다.

Pipeline 그도 인간이기에 그렇게 정확하고 확실했던 골프 매너 역시 순간적으로 깜박할 때가 있었던 것이다. 그린에 떨어진 그의 공 마크를 보정하는 걸 깜박하고 지나쳤다.

하필 그 순간이었다. 가끔 파워 카트를 타고 골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던 매니지먼트의 일원이 홀 주변까지 밀어닥쳤다. 마치 보안관의 출범 같았다. 황당한 순간이었다.

매주 한두 번씩 강조하던 코스관리 운영지침에 위반된 골퍼는 페널티를 부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이번 한번은 경고성 지적이지만, 다음에 다시 재연될 때는 2 weeks no tee time 이라는 강력한 주의사항으로 자존심이란 인간적 감정의 흐름에 먹물을 뿌린 것 같은 순간이었다.

실수였다는 변명으로는 결코 만회할 수 없는 그린 위의 비극이었다.

용서와 이해도, 포용도 관용도, 이런 상황에서 필수적 지성인들의 상호 베품일터 이지만, 직업적 수행 과정도, 잔디밭의 환상에 몸부림치는 골퍼들의 인성들도, 합리적이기 전에 모두 비관적으로 각박했다.

마땅히 할 일도 만만찮은 영국사람들이 소일거리를 찾다 보니 적당히 즐길 거리가 뭘까? 양떼몰이 가축사육사들이 무료하고 심심함을 메우려고 18홀 이나 4시간 이상을 잔디밭에 구멍을 뚫어 놓고 막대기로 공을 때려 넣는 운동을 고안해 냈다는 것이 바로 골프라는 흥미진진한 운동으로 세상을 점령했다.

광활한 잔디밭에 어찌 그렇게도 작은 구멍을 파놓고 가진 애를 다 써가며 집어 넣어야 하는 묘수를 발휘해야 하게 했을까? 쇳덩이 골프채로 정교하게 휘둘러대어 잘 다듬어진 그린 위에 공을 떨어진 자국도, 또한 페어웨이 샷 자국들도 찍혀진 자국들이 볼썽 사납게 흔적을 남긴 것, 골프장들

마다 그 디봇을 다시 복구시켜 달라고 애걸하다시피 주입식 강조를 한다.

돈 내고 운동만 하면 되는 줄로만 알고 있다면 오산임엔 말할 것도 없다, 어쩌다 잊어버리고 혼자 지나쳐 설렁거리고 있을 땐, 옆 사람들의 얄미운 시선도 염치 없거니와 소문이라도 나는 날이면, 골프장 경영진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신세로 요주의 골퍼가 된다.

잔디밭 골프장을 거닐다 보면 간혹 동전들이 잔디밭에 떨어져 있다.

내 것이 아니라고 Tee mark 위에 올려둔다. 그가 바로 pipeline 이란 별명을 소유한 참으로 철저한 매너의 소유자다. 그가 볼 마크를 원상태로 복구하지 않았다고 경고장을 받게 된 것이다. 우연치고는 억울하고 치사했다.

마치 상습적으로 나 몰라라 항상 그렇게 골프채로 땅을 파고 다니는 요주의 인물이 된 것이다. 변명도, 순간적 실수였다는 호소 역시도,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몇 주일 후 그가 결국은 골프장을 떠나 버렸다. 난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고 소리칠 수야 없지 않느냐고, 주위 친구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며 떠났다.

한 순간의 망각증세로 끊겨버린 긴 세월의 인연치고는 참으로 안타까운 G spot 의 혼란스런 풍경의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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