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위치로 가려는 것, 사회적으로 더 쓸모 있는 사람이 되려는 생각을 어떻게 하면 버릴 수 있을까요? 한국을 벗어나면 나아질까요? 아직도 한참 부족한 것 같은데 말이죠… 이런 생각을 버리는 것이 맞는 건지도 사실 잘 모르겠어요." 30세 한국청년이 말한다.
캐나다의 동부 노바스코샤의 해안가에서 자동차정비소를 운영하는 남자가 있다. 오후에 딸이 학교에서 오면 양동이와 삽을 들고 갯벌에 나가서 조개를 판다. 많은 벌이는 안되지만, 그런대로 아버지가 운영하던 정비소라서 동네에 고정고객들이 있다. 이 남자는 부인과 딸을 데리고 별 힘든 일이 없이 살아간다.
그에게 더 나은 위치로 가는 것, 사회적으로 쓸모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의식주가 마련되고, 이웃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사는 것, 그 이상의 무엇을 더 추구해야 할까? 시의회에 나가면 더 보람 있게 사는 것일까? 도시에 나가서 대기업에 취업하면 더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것일까?
여기서 두 가지 목표가 보인다. 사회적인 사다리에서 더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 심지어는 기자들이 일년에 한두 번씩 인터뷰하는 중요한 사람이 되는 것과 다른 하나는 아는 사람들과 사이 좋게 지내는 것이다.
인생의 목표를 출세에 둔다면 존중과 공감을 놓칠 수 있다. 반대로 이웃들의 사회적 수준과 별 차이 없이 지내더라도 그들이 울타리가 되는 목표를 추구할 수 있다.
커다란 대과 없이 중년이 돼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경제적으로 가난의 덫에 빠지지 않고, 나이 먹어서 연금으로 아내와 동네 산책하면서 사는 삶을 목표로 둔다면, 루저로 사는 것일까? 평균적인 삶을 가지면 허전할까? 자신의 능력을 100% 발휘하지 못해서?
왜 사회적으로 더 쓸모 있는 사람이 되야 할까? 그 사회란 무엇인가? 신문에 나오는 여러 가지 사건이 일어나는 공간인가? 아니면, 내가 알고 있는 인맥들인가? 쓸모란 남들이 나로 인해서 득이 되는 상황이다.
내가 서울대 갈 실력이 되지만, 서울대입학을 포기하면 다른 학생이 서울대에 입학할 수 있다. 그러면 남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것이 아닌가? 역전에서 100명의 노숙자가 밥을 굶고 있는데, 그날 자신이 벌은 수입을 모두 털어서 그들에게 떡국을 대접한다면 쓸모 있는 사람이 아닌가?
쓸모 있다는 것은 주위 사람들이 정하는 것인가 내가 정하는 것인가? 100명이 주위에서 밥을 굶고 있는데, 내가 그들을 위해서 철야기도를 한다면, 그 쓸모는 그들이 정한 것일까 내가 정한 것일까?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사업을 벌여 돈을 많이 벌어야 할까? 아니면 박사를 받고 책을 써야 할까? 뭐가 뭔지 모른다면 무조건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올라가면 쓸모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고, 그런 나를 사용하는 사람은 이 땅의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인가 아니면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인가?
무엇 때문에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며, 더 나은 위치에 가야 하는가? 진정 남을 위해서인가, 아니면 자기를 위해서인가? 내가 올라가면 다른 사람이 그 자리에 들어갈 수 없다. 그 욕구의 저변에 깔려있는 잠재적인 욕구는 타인 이전에 나 자신 속에 있다. 바로 다른 사람의 '섬김', '존중'을 받고자 하는 욕망이다.
나 이만큼 이루었으니, 이제 나를 좀 봐달라. 불특정 다수의 호감을 받는 것보다, 가족들로부터 호감을 받는 것이 행복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타인들의 존중을 받고 싶다면, 내가 잘난 사람이 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내 주변 사람들과 사이 좋게 지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생존을 위해서 멀리 타지에 가서 기술을 익히지만, 은퇴할 때까지 이렇게 현장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기원은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노는 사람이다. 무슨 일을 한 적이 없다. 그저 배고프면 사냥을 가고, 배부르면 잠을 청했다. 사냥하는 시간보다 무위도식하는 시간이 많았다.
현대 시장 사회는 구성원이 무언가를 계속 사고 팔면서 교환하기를 기대한다. 교환이 많을수록 국민 총생산이 올라간다. 앞집 아저씨가 와서 세탁기를 고쳐준 대가로 식사대접을 하면, 세금 신고할 것이 없다. 하지만, 아저씨에게 수리비를 지급하고 세금영수증을 받고, 식사대접 후 세금 영수증을 준다면, 경제는 활성화되어서 국민소득증대에 기여를 하게 될지 모르지만 실제로 그냥 주고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돈을 주고 사고 팔고 했다는 상징성만이 존재한다.
시장사회는 인간의 모든 활동을 재고, 그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므로 개인의 행위는 사회적 행위가 된다. 사람의 노동을 시간대로 구매하므로 시키지 않는 일을 해야 하므로 자유롭지 않다. 시킨 일뿐만 아니라, 더 열심히 해서 일인자가 되라고 한다.
유능한 사람이란 공부 잘해서 높은 지위에 올라가고 집에 많은 월급을 가져오는 사람이라고 한다. 생존을 위해서 누구나 필요한 경제수단은 끊임없는 도전의 길이 아니다.
조금 노력해서 가족을 부양할 정도의 돈을 벌고, 아는 사람들과 알콩달콩, 공감을 나누면서 살아가는 것이 TV에 유명인사로 나오는 것보다 더 낫지 않을까?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과 주위사람들과 살갑게 사는 것은 함께 갈 수 없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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