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견이 제 버릇 못 고친다’는 속담이 있듯이, 나 역시 배운 도둑질 못 버려 10개월 만에 다시 필을 잡았지만, 줏대 없는 내 자신이 내가 생각해도 너무 싫다. 그렇다고 10개월을 허송세월한 것은 아니고 내 고향 ‘하남 타임즈’로, ‘성남신문’으로 전전긍긍하며 원고를 기고해왔다.
하남은 칠십만 인구 정도이지만 성남신문은 천삼백만 경기도의 대표적 신문이라 독자 수도 많아 놓치기가 아까워 앞으로도 계속 쓸 것이나, 그쪽으로 너무 치우치다 보니 뿌리가 박힌 토론토 독자들을 외면했다는 죄스러움에 다시 필을 잡았으나 돌아온 탕아 같은 기분이 들어 감개무량하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말은 조선시대나 있던 말, 요즘은 남자들도 여성들 못지 않게 접시를 잘 깨트리는 모양새다. 여자들은 주로 자식자랑을 하다 시어머니 흉으로 돌리고, 종국엔 신랑 보고 내 주위 친구들은 모두 죽었는데 당신만 살아있다며 (다분히 당신도 죽으라는) 웃지 못할 농담이지만 그 농담엔 어쩌면 진담도 내제되어 있어 그 소리가 마치 장송곡같이 들려 비애감마저 든다.
반면, 남자들은 사업 얘기로 시작해서 직장 이야기, 40을 넘기면 서서히 은퇴와 명예퇴직 걱정들을 한다. 그러다 술이 한 순배 돌아 거나해지면 이런저런 허튼 소리들을 늘어 놓으며 열을 올린다. 술이 과하게 되면 평소에 먹었던 마음이 취중에 나온다고 감정이 있던 친구를 들먹이며 흥분을 하기도 한다.
“아 글쎄, 홍길동이가 달걀을 훔쳤다지 뭐유?”
“네? 그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또 몇 사람이 입에 옮기면, “아, 글쎄 홍길동이 병아리를 훔쳤다지 뭐유?” “네에? 그 사람 정말 형편없는 사람이네!”
또 몇 사람 입에 오르내리면 “아 글쎄 홍길동이가 닭을 훔쳤다지 뭐유?” “네에? 그 놈, 천하에 나쁜 놈이네. 아예 상종을 못할 사람이네!”가 되어 버린다.
높은 산에 눈이 내리면 처음엔 눈꽃송이가 되어 아름답다. 그러다 그 눈꽃이 비탈 아래로 흘러내려 거대한 바위덩이 같이 돌변해 나무가 꺾어지고 민가를 덮치듯이 멋대로 가공된 말이 이와 같이 부풀려져 당하는 홍길동 이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성인군자라도 열에 하나는 잘못이 있고 아무리 사람을 죽인 살인자라 해도 열에 하나는 이유가 있는 법, 어느 한쪽 말만 듣고 상대방을 매도해 버리면 당한 홍길동 입장에선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고로 남의 말을 할 때는 양쪽 말을 다 듣고 상대방을 평가하는 지혜가 있어야 하겠다.
실제 홍길동이와 쓴 커피 한잔도 마시지 않은 사람이 선동에 동화되어 홍길동을 매도하면 본인은 물론이거니와 말을 옮긴 사람도 평생 홍길동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고, 자기의 어리석음을 후회할 때는 이미 접시는 깨진 후다.
여기에 더 악의적인 사람은 홍길동이가 나쁜 사람이 아닌 줄 알면서도 개인감정에 의해 홍길동을 나쁜 쪽으로 매도해버리면 그야말로 홍길동이는 그 사람과는 평생 원한관계를 가질 수도 있게 된다.
그러나 학식과 지식을 갖춘 성숙한 사람이면 현실을 슬기롭게 대처하여 자신의 인격을 높이고 그것을 행동으로 나타나게 한다. 그러기 때문에 사소한 말 하나라도 신중하고 여기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 즉 성인군자의 덕목이라 하겠다.
반대로 학문이 귀로 들어오면 곧바로 입으로 나오는 사람, 들은 대로 즉시 타인에게 말하고, 조금도 자신을 수양하는 양식으로 두지를 않고, 귀와 입 사이에서 줏대없이 왔다갔다 하며 생명부지의 사람을 홀대하는 처신, 이것이야 말로 바로 홍길동이를 연상시키는 사람이다.
성경구절에는 이런 말이 있다. “중상모략하는 자를 축복하라. 불쾌감을 주거나 상처를 입힌 사람을 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을 역으로 축복하는 것이다. 당신을 박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당신을 해치는 사람들을 축복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비난과 중상모략이 잘못되었음을 증명할 뿐만 아니라 거짓을 믿었던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한 수단도 되는 것이다.
필자도 이렇게 글을 썼지만 솔직히 이런 사회구조를 다 지킬 자신은 없다. 그러나 이렇게 글이라도 써서 독자들이 호응한다면 저는 대만족이다. 위에 글은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정황들을 광범위하게 지적한 것이다. 너무 인간세계를 단편적으로만 보지 말고 좀 시야를 넓혀 보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연초다, 시무식이다, 친목을 도모한다는 등 모임 자리가 잦아지는 이때, 우리 각자가 위의 글을 음미하면서 이웃과 친지, 친구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없어야 하겠고, 또한 말과 언행이 일치했는지 돌아보면 좋겠다. 황금돼지 해를 맞이하여 알찬 한해가 되기를 독자들께 기원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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